극단 프랑코 포니의 조엘 폼므라 작 임혜경 번역 드라마투르기 까띠 라뺑 연출의 두 코리아의 통일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 1963~)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7년 <무대로 간 빨간 모자>로, 마르졸렌 르레이의 그림과 함께 백선희 번역으로 출판된 서적에서다.

<두 코리아의 통일>은 2012년 프랑스 오데옹 국립극장 관할 아뜰리에 베르티에에서 공연되고, 같은 해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 1954~) 현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첫 번째 관람한 연극이 조엘 폼므라의 <나의 차가운 방 (Ma Chambre froide)>이었을 정도로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는 주목을 받는 극작가다. 그의 희곡 <이 아이(Cet Enfant)>를 극단 프랑코포니에서 지난해 선돌극장에서 공연했다.

<이 아이(Cet Enfant)>는 10개의 촌극을 묶어 한꺼번에 무대에 올린 공연이다. 한 작품으로 보면, 현대 한 가족의 일생을 유년 청년 장년 노년을 차례로 전개하지 않고, 미래와 현재와 과거를 들쑥날쑥하게 표현한 표현주의적 실험극으로 볼 수 있고, 10개의 촌극으로 분리해 보면, 프랑스나 우리나, 흡사한 생활상과 사고를 접할 수 있기에 관객의 공감이 빠르다는 느낌의 연극이다.

조엘 폼므라는 <이 아이(Cet Enfant)>로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는 불어희곡대상을 받고, <나의 차가운 방(Ma Chambre froide)>으로 몰리에르 상, <두개의 한국의 통일>로 각종 연극 상을 받은 장래가 기대되는 작가라 하겠다.

   
 

번역과 드라마투르기를 한 임혜경 숙명여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신임 한국불어불문학회 제50대 회장이다. 임 교수는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III대학교에서 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5년부터 숙명여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2012~2014년 문과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극단 프랑코 포니'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가, 까띠 라뺑(Cathy Rapin)은 파리 7대학에서 최인훈 희곡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한 독특한 이력이다. 까띠 라뺑은 프랑스에 한국 연극을 가장 많이 소개한 번역자로 2003년 한국문학 번역원 번역상을 임혜경 교수와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시인이자, 연출가, 번역가인 한국 외국어대학교 불문과 교수인 까티 라뺑(Cathy Rapin)이 느끼는 감정을 독백하듯 풀어낸 <맨살의 시(MISES A NU COREENNES)>가 출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대는 무대 좌우와 배경 전체에 하얀 판자벽을 세우고, 지주를 중심으로 좌우로 열리는 문이 여러 개 달려있다. 판자 위쪽은 가로로 직사각의 반투명 창문이 있어 조명으로 창 바깥쪽에서 불빛을 비추어 극적효과를 발휘하고, 반투명 벽면에도 등장인물의 움직임이 조명으로 드러난다. 벽 뒤쪽의 통로가 있고, 문이 등퇴장 로가 된다. 벽 중앙에 어항을 올려 놓은 작은 단이 있고, 의자, 긴 안락의자 같은 대도구를 출연자들이 들여오고 내가며 장면변화에 대응한다.

<두 코리아의 통일>은 한국의 통일을 남녀관계에 견주어 풀이한 연극이다. 이 연극에서는 남자의 본성, 특히 여자를 대하며 남자들이 들어내 보이는 동물적 본능, 반반한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치근거리는 동물적 습성이 그려진다. 그러나 여성은 동물적 본능보다는 사랑을 우위에 두는 것으로 묘사된다. 부부가 자녀를 낳고 여러 해를 살았으나, 사랑이 없는 생활이었음을 깨달은 부인이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에게 알린다.

남자의 본성처럼 세 자매에게 골고루 집적거리며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 남성이 세 자매 중 한 여인과 결혼을 하는 날, 다른 두 자매를 건드린 사실이 알려져, 결국 예식을 못 올리게 되는 장면, 또 우연히 직장상사와 함께 숙박을 하게 되고, 꿈속인 듯 생시인 듯 아련하게 느껴진 새로운 성적 감각으로 해서, 깨어나 밤에 혹시 자신에게 몸을 접촉시켰느냐고 묻는 여직원, 난처한 듯 시치미를 떼다가 여직원의 긍정적이고 감사해 하는 태도에 비로소 그녀와의 성 접촉 사실을 인정하는 상사, 남성끼리의 동성애, 성매매 여인이지만 남성에 따라 마음에 들면 매매가격을 깎아주거나 받지를 않는 장면, 연령차가 커서 차마 결혼을 하자고는 못하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성에게 결혼 전, 결혼할 남자가 면전에 있건 말건, 연상 남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신부여인의 모습 그 외의 다양한 장면으로 구성된 연극을 보면서, 과연 김 씨 세습왕조와 주체사상에 젖은 북의 남성이나 여성이 자유분방한 의식과 사고를 가진 남의 남성이나 여성에게, 외모만 보고 동물적인 욕정을 드러낼 수는 있을지언정,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결합할 수 있겠는가는 의문으로 남겨질 내용을 <두 코리아의 통일>이라는 제목으로 제시한 공연이다.

   
 

박현미, 전중용, 성여진, 정나진, 김시영, 박경구 등 출연자 전원의 절제된 듯싶은 상큼한 연기와 성격창출은 극의 도입부터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결같은 미모와 관능미를 갖춘 여배우들은 남성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연출 양정현, 무대 심재선, 조명 김철희, 의상 박소영, 분장 장경숙, 그래픽디자인 박재현, 포토 강선준, 연습사진 김보경, 홍보 이지은, 제작PD 임정숙, 기획 ㈜ 쇼앤라이프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프랑코 포니의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 작, 임혜경 번역 드라마투르기, 까띠 라뺑(Cathy Rapin) 연출의 <두 코리아의 통일>을, 이 화창한 새 봄에 누구나 보아도 좋을, 독특하고 산뜻한 표현의 감성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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