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립극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초청작이 있다.

바로 대륙의 옷을 입은 '리차드 3세 理查三世'다. 오는 1일부터 3일까지 중국 국가화극원의 '리차드 3세'를 초청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보인다. '리차드 3세'는 '겨울이야기'에 이어 국립극단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올리는 두 번째 작품으로 중국 국가화극원 부원장이자 중국 최고의 연출로 인정받는 왕시아오잉(王晓鹰)의 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국립극단 측은 "2011년 중국 국가화극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상호 활발한 예술 교류를 통해 문화적 우의와 국가 간 신뢰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2012년에는 티엔친신(田沁鑫)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양 극단이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교환 초청의 방식으로 상호 교류를 확대한다. 4월에는 한국에서 셰익스피어의 나라가 인정한 중국의 '리차드 3세'를 공연하고, 10월에는 중국에서 지난 해 동아연극상 대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선보인다.

사상 최악의 폭군으로 평가받는 영국 장미전쟁 시대의 실존인물 '리차드 3세'(Richard Ⅲ, 1452~1485)를 모티브로 한 '리차드 3세'는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중에서도 인간의 본질적인 권력욕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리차드 3세는 왕위찬탈을 위해 친족을 살해하고 조카를 폐위시키는 등 피비린내 나는 악행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그 끝에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인간의 추악하고 비겁한 모습을 보여준다.

 

   
 

왕시아오잉 연출의 '리차드 3세'는 베이징 초연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 기념 '세계 셰익스피어 축제(2012 Globe to Globe Festival)'에 초청받아 영국의 대표적인 셰익스피어 전용 극장인 런던의 글로브 극장에서 첫 해외 공연을 가졌다. 37개의 프로덕션이 37개의 각각 다른 언어로 셰익스피어의 명작을 선보인 축제에서 중국 전통 경극의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형식의 '리차드 3세'는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꼽추인 주인공 '리차드 3세'를 신체적, 정신적 기형상태로 보고 그의 콤플렉스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중국 국가화극원의 '리차드 3세'는 '권력의 허무함' 그 자체에 집중했던 것이다. 형식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하며 큰 인기를 얻었으며, 2015년에 영국 글로브극장 무대에 다시 초청 받았다.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리차드 3세와, 무대 한 쪽에서 연주되는 타악기의 소리는 영국사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국적이지만 가장 세계적인 작품으로 2012년 셰익스피어전용 극장인 영국 글로브극장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뉴욕, 런던, 타이베이 등 투어공연에서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국내 공연은 중국어로 진행되며,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이번 공연에 대해 "중국 연극 특유의 방식으로 그려진 텅 빈 무대 위에는 인간의 죄악이 한 글자씩 쓰인 흰 천이 드리워지고,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더럽혀진 무대 위 모든 글자는 마지막 순간 붉게 물든 배경 아래로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인간의 질투와 권력욕은 400년이 지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해주리라 기대해본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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