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하는 일이 글쓰기이다 보니 좋은 커피숍이 어디인지에 대해 항상 많은 고민을 한다.

집에서 쓴다면 좋겠지만 예로부터 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하려 할 경우, 부모님은 있는 심부름 없는 심부름을 '5개/시간' 정도의 횟수로 생산해 내신다(능력자이심). 커피숍에서 하는 작업은 일도 하고 좋아하는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낸다.

일단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은 '자리가 있느냐'다. 작업을 하러 노트북을 낑낑 가져갔는데 자리가 하나도 없다면(그것도 연인들만 넘치는) 완벽한 낭패. 특히 번화가에서도 핫플레이스는 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내가 커피숍을 누비는 평일 오후와 주말은 특히 자리 잡기가 힘든 시간대. 하지만, 주말의 경우 식사 시간을 이용하면 꽤 괜찮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다음으로, 보는 조건은 콘센트의 유무다. 회사 정책상 콘센트가 없는 커*빈 같은 경우 되도록 가지 않는다. 스*벅스의 경우 콘센트가 넘쳐나 좋다. 분명 쓰라고 배치해 놓은 콘센트이지만 커피도 주문하지 않고 플러그 먼저 꼽으면 찡그리며 바라보는 주인들도 있다.

또 하나의 조건은 커피다. 커피가 먹을만한지, 또 커피 가격이 너무 비싸진 않은지, 혹시 커피 외에 주문할 다른 먹을거리(샌드위치나 간단한 볶음밥)가 있는 지를 파악한다. 대부분은 처음과 세 번째 조건은 그럭저럭 만족하고 가격이 문제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4천원을 넘는 곳은 가지 않는다.

위 조건들을 만족하면 나머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물론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 곳이 좋고, 아이들이 적은 곳이 좋다. 계단 바로 옆의 자리는 울림이 심해 좋지 않고, 공간이 너무 협소한 곳은 오래 앉아있을 경우 주인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커피숍에서 하는 작업을 소위 '된장질'로 지적하는 사람이 있는데 도서관 등에서 작업할 경우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타이핑 소리가 크게 울려 주위에 방해를 끼치고 콘센트도 쓰기 힘들다. 또 도서관의 경우 자리 맡기 난이도가 커피숍의 두 배 이상이다. 커피숍에서 일할 경우 시선만 딴 곳으로 살짝 돌리면 '아, 휴식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지만 도서관은 또 그렇지 않다.

까다로운 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커피숍은 정말 흔치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순일 수밖에 없는 게, 커피 맛도 괜찮고 공간 구성도 좋지만 손님이 없어야 한다. 인테리어와 맛에 많은 투자를 하고도 손님이 없다면 결국 망하게 된다는 건데. 입소문이라도 조금씩 내야 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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