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춘문예 단막극전

[문화뉴스 MHN 이은서 인턴기자] 2018년 동아일보, 서울신문, 경상일보, 부산일보, 한국일보, 조선일보, 한국극작가협회의 신춘문예 당선작 7개 작품을 무대에서 볼 수 있는 '27회 신춘문예 단막극전'이 성공적인 개막 첫 주를 마쳤다.

등단 작가와 현직 연출의 만남이란 기획으로 시작된 '27회 신춘문예 단막극전'은 그 역사만큼이나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올해는 다양한 주제로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관객들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왔다. 현실적인 고민들이 반영된 각 작품엔 매 공연마다 관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 가족의 화해를 다룬 연극 '춤추며 간다'

송현진 작가와 이정하 연출의 연극 '춤추며 간다'는 전국을 누비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춤을 추며 엿을 파는 아버지, 종교와 다단계에 빠져 있는 열성적인 어머니 그리고 알바를 하면서 습작을 쓰는 작가 지망생 딸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연극이다. 치열하고도 양보 없어 보이는 시간이 지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서로를 인정하는 장면은 '가족'과 '인생'이란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고민할 기회를 준다.

▲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우리의 일상을 그린 연극

정재춘 작가와 홍주영 연출의 연극 [조용한 세상]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시작한다. 카페라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고, 이상 작동을 하며 이 소동의 범인을 찾는 상황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흐름은 마치 잘 짜인 추리소설과도 같았다. 특히 극중에서 제기되었던 국정원 도청과 사찰, 핸드폰 증거 제거법 등 깨알 같은 정치풍자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 혼자서도 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연극

이유진 작가와 송미숙 연출의 연극 '비듬'은 혼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혼술, 혼밥 유행 전부터 이미 혼자가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인 미용실을 무대로 한다. 극중 인물은 ‘혼자’라는 개념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홀로 1년 동안 생활하다 ‘비듬’ 때문에 세상 밖으로 겨우 나온 히키코모리 용식과 최근에 이혼해 혼자가 된 미용실 원장, 그리고 혼자 있는 게 너무나도 싫어 오늘 결혼하는 하나가 극을 이끈다. 시종일관 별다른 장치 없이 희극적 상황을 만드는 3인의 앙상블 때문에 막이 내릴 때까지 관객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 눈앞에서 펼쳐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 연극

이소연 작가와 김예나 연출의 연극 '마트료시카'는 차갑고 광활한 땅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국적, 언어, 나이를 불문하고 어디론가 가기 위해 열차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넘나들며 감각적으로 그렸다. 특히 소극장이란 공간에서 도구와 움직임을 통해 기차를 표현하는 상상력, 극중 인물의 성별을 뒤바꿔 역할을 표현하면서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더 강력하게 한다.

▲ 폭력이 되어버린 '맹목적 친절'을 그린 연극

이수진 작가와 이은준 연출의 연극 '친절한 에이미 선생님의 하루'는 누군가 한 번은 경험했을 법한 고등학교 교무실에서의 하루를 그렸다. 극중 교무실이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사건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다층적 갈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스스로가 ‘정상적’이라 생각하는 구(舊)질서를 고집하는 에이미 선생이 ‘모성’이란 이름으로 지각을 하는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은 일방적인 ‘선의’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악의’가 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 가난하기에 평범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 연극

최고나 작가와 송갑석 연출의 연극 '가난 포르노'의 주인공은 쪽방촌 거주자다. 백수인 남자는 여자를 만나 쌍둥이란 사랑의 결실을 맺지만 출산의 압박은 서서히 그들의 목을 조여 온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노인의 재산을 갈취하는 것 외에는 희망도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 보고 나오면, 아이러니하게도 노인이 그들에게 준 딸기 한 알에서 희망을 보고 나온다.

▲ 정규직만 열 수 있는 저 문 건너편에는 뭐가 있을까? 연극

이민구 작가와 심현우 연출의 연극 '냄새가 나'는 사무실을 배경으로 한 연극이다. 단 3명이 나오는 이 극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갈등을 담았다. 소장과 계약직 신입사원 간 세대 갈등, 여성 사원과 남성 차장의 남녀 갈등, 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의 계급 갈등까지 끝없는 갈등 때문인지 극 중에는 끊임없이 냄새가 난다. 극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이 갈등으로 인해 각 사건들은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씁쓸함을 주기도 한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 관계자는 "이번 신춘문예 단막극전의 특징은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무겁기 내용보다는 참신하고 현실에 대한 깊은 관찰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며 "이와 같은 작품의 특성을 1시간 안에 공연에서 셋업, 철수까지 고려해 현실적으로 무대화하며 7개의 작품은 빛을 발했다. 또한 연출들과의 협업을 통해 향후 대한민국 연극계를 이끌어갈 작가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vina12345@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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