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연극은 살아있는 인간이 죽음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다. 정말 죽으면 죽음을 표현할 수도 없다. 우리는 지금 살아서 연극을 한다. 이것이 얼마나 고맙고 기쁜가!" - 이강백 작가

판소리 다섯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 그리고 작가 이강백의 '심청'은 우리의 고전인 '심청가'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심청'은 '심청'이 아닌, '선주'와 '간난'이 주인공이다. 이강백 작가는 단순한 데에서 발상했다. '심청이'를 공양미 삼백 석에 사서 인당수에 빠뜨렸던 '선주'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이런 궁금증은 인당수의 제물로 팔려왔을 또 다른 '심청'인 '간난'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7일부터 5월 22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열리는 이강백 작가, 이수인 연출의 '심청'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다뤘다. 초연으로 공연되는 '심청'은 이강백 작품의 고유성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면서도 떼아뜨르 봄날 특유의 연극성을 새롭게 더했다. 송흥진, 정새별, 박인지(5월 10일부터 22일까지 출연), 이두성, 신안진, 김승언, 이길, 박창순, 강명환, 강경호, 김솔지, 윤대홍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의 리허설 장면을 사진으로 살펴본다.

   
▲ 일평생 9척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해온 '선주'(오른쪽, 송흥진)는 해마다 어린 처녀들을 제물로 바쳐왔다.
   
▲ 어느덧 '선주'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나이가 되고, 마지막 제물이 될 '간난'을 겉보리 스무 가마에 사온다.
   
▲ 그러나 '간난'(왼쪽, 정새별)은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그러나 '선주'는 좀처럼 '간난'을 적극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 설상가상 세 아들은 아버지 '선주'에게 '간난'을 설득하는 사람에게 선주 자리를 물려주라고 압박한다.
   
▲ 하지만 '선주'는 오히려 자신의 '경리'(왼쪽, 박창순)에게 '간난'과 함께 도망가 살라고 권유하게 된다.
   
▲ 한편, '간난'은 살고 싶어한다. 세 아들의 설득을 들어봐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간난'이 연극 초반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것 역시 살기 위해서였다.
   
▲ 술주정뱅이 아버지에 의해 겉보리 스무 가마에 제물로 팔린 자신에게 심청이처럼 자발적으로 인당수에 빠지고 싶은 효심은 없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죽어서 왕비가 되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간난이'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 '간난'의 발버둥은 그저 살기 위함이 아니라, 인당수의 제물로 팔려온 자신의 처지를 도저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기 위해서였다.
   
▲ 죽음에 대한 세 아들의 설득은 아이러니하게 '간난'의 의지를 강화시킴과 동시에 '간난'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인식해 가도록 이끈다.
   
▲ 그리고 '간난'이 처음 마주해본 자신의 현실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변한다.
   
▲ 한편, '선주'도 '간난'을 통해 변화한다. 지금까지 그는 무수한 '심청이'들의 죽음과 '간난'의 죽음을, 그리고 얼마 남지 않는 자신의 죽음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간난'을 통해 '선주'는 자신의 삶에 대한 욕망과 의지를 새롭게 발견한다.
   
▲ '간난' 역시 마찬가지다. 인당수의 제물로 팔려온 '간난'은 가난과 아버지의 학대로 가득했던 자신의 삶과 처지를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 과연 '선주'와 '간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당당하게 응시하려는 칠순 작가 이강백의 절박하고 진솔한 의지가 담겨있는 '심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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