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SAC CUBE가 2016년에는 '세일즈맨의 죽음'을 준비했다.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영미 희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서 밀러 작품의 정수로 평가되는 작품으로 1930년대 미국의 모습을 다뤘지만 2016년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1949년 미국 초연 당시 미국 전역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토니상 등을 휩쓴 '세일즈맨의 죽음'은 성공하겠다는 아메리칸 드림과 '나는 판다. 고로 존재한다'는 세일즈맨 마인드로 무장한 로먼가의 가장 윌리 로먼을 둘러싸고 그를 압박하는 고층 빌딩과 가난, 변변찮은 직업 없는 자식들, 자기만 바라보며 집에서 스타킹을 꿰매 신는 아내 등 그의 가족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자본주의 속 뒤틀린 가족의 관계를 담담히 그려낼 '세일즈맨의 죽음'은 내용뿐만 아니라 제작진 또한 기대를 모은다. 본인만의 개성으로 무대마저 화제가 되는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가 무대를, 한태숙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고 강태경 교수가 드라마터그를, 고연옥 작가가 윤색을 맡았다.

배우 역시 마찬가지로 한태숙 연출과 '아워타운', '안티고네', '리차드 3세' 등을 함께한 손진환 배우가 윌리 로먼을, 오디션에 뽑힌 신예 박용우가 모든 일로부터 도망치는 작은 아들인 해피 로먼을 맡는다. 젊지만 내공을 지닌 이승주 배우가 진실을 마주하는 큰 아들인 비프 로먼 역을 맡고 예수정이 린다 로먼을 통해 깊이 있는 표현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외에도 원로배우 이문수를 필두로 이남희, 이형훈, 유승락, 이화정, 민경은, 최주연이 작품에 참여한다.

6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로먼가의 가족인 손진환, 예수정, 이승주, 박용우 배우와 고연옥 작가, 강태경 교수, 한태숙 연출이 '세일즈맨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태숙 연출.

이번 작품에 대해 각자 한 마디씩 부탁한다.

ㄴ 한태숙: 우선 이렇게 연습 장면을 공개한 게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압력에 의해 강제로 하고 있다(웃음). 와주셔서 감사하다. 공연을 많이 했지만,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불편하다(웃음). 작업에 대해서 궁금한 점, 해석에 대한 것, 무대에 대한 것, 작업 속에서 강조되는 부분. 극대화되는 면에 관해 설명을 해드리고 싶다. 작가와 드라마터그를 소개하며 윤색과 드라마터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ㄴ 고연옥: 아서 밀러의 작품은 대단히 치밀하다. 세일즈맨의 일상과 가족들의 관계에서 한편으론 굉장히 친절하게, 한편으론 전형적으로 그렸기에 이 작품을 좀 더 압축적, 상징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가정이나 현실이 아니라 우리의 상황과 더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다 느꼈다. 현대사회에서 이 작품은 각색 없이도 현재성이 있다고 봐서 그런 의도를 살려서 윤색했다.

   
▲ 고연옥 작가.

ㄴ 강태경: 원작이란 게 특별한 변형 없이 오늘뿐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당대의 현실에 맞물려 돌아가는 작품이 틀림없다. 1949년 미국 초연 때도 동시대적 감수성, 문화에 호소한 바가 컸고 그것이 오늘날까지도 계속해서 반복된다. 공연 준비하며 선생님이 매번 작업하실 때 현대, 고전,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등 작품을 하실 때마다 처음 던지는 질문은 이거다. '왜 이걸 오늘날 해야 하나' 수사적으로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성격. 이런걸 넘어서서 구체적 초점으로 '오늘날 관객에게 어떤 게 통해야 하나' 하는 부분을 주로 이야기했다. 미국 초연 후에 세계적으로 빈번히 공연되는 작품인데 지금까지도 크게 반응이 달라지지 않은 것은 역시 가족 비극이란 이름이다. 소위 자본주의 사회에서 희생자로서의 개인이란 주제. 그 주제가 물릴만한 시대라서 특별히 우리가 이번에 만드는 공연에는 인물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보자. 좀 더 심리적인, 이를테면 과거와 현실, 환상과 현재를 오가는 인물의 내면이 극대화돼서 밖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작업을 하자고 말씀을 하셨고 그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작업을 했다.

   
▲ 강태경 드라마 터그.

ㄴ 한태숙: '세일즈맨의 죽음'이 수없이 해도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것은 윌리의 필사적인 살려는 의지. 출구가 없어도 돌진하는 힘. 비루한 면도 있지만, 인생에 대해서 무언가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서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 그 부분을 더 강조했다. 그래서 윌리의 분열이 극대화되는 부분에 허공에 오브제를 썼다. 뇌의 분열 같기도 하고 자기의 일그러진 초상화 같기도 한 것을 가로 1m 20cm, 세로 1m 정도의 거대한 오브제로 다시 윌리의 심리를 표현했다. 박동우 디자이너가 말했듯 고립된 것에서 오는 압박감 같은 것을 8m 40cm의 벽으로 만들어서 윌리의 압박감을 미술, 음향으로 구현한 것이 기존과 다른 점이다. 심리의 표출을 시각화했다고나 할까. 이 작품에 대해 '가족 간에 보면 좋은 작품이다. 감동이 있다. 위로가 된다' 하는 데 저는 병든 가족을 내버려둔 책임에 관해서 묻고 싶다. 아들들이 아버지의 분열이라든지 이상행동에 대해 걱정하고 린다의 경우 가장 민감하게 병세에 대한 심각성을 아들들에게 질타하지만, 사실 실행이 없는 질타다. 이런 부분에 있어 인물의 성격이 더 강조되게끔 한 것을 각각 극대화한 인물들. 윌리를 가운데 둔 주변 인물들의 영향을 극대화시킨 것이 이번 프로덕션의 다른 점이라 볼 수 있다.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무명의 두 인물(손진환, 박용우)이 주연을 맡았다. 예술의전당 기획력을 믿었고 이름없는 배우지만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던 윌리처럼 이 역할을 해낸다면 연극계의 자산이 더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서 두 분과 함께했고 조연을 오히려 상당히 알려진 분들을 데려왔다.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배우들로 데려왔다. 이런 점이 기자분들이 제게 묻고 싶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ㄴ 손진환: 무슨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아직 미흡한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윌리는 겉으로 볼 땐 성실한 가장이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데 다른 여잘 만난다거나 자식들에게 편법으로 인생을 살라는 잘못된 가르침을 준, 뒤틀린 성격이다. 그러면서 성공은 하고 싶고. 정정당당한 절차를 밟아 성공하려는게 아니라 남을 속인다거나 훔친다거나를 통해 성공하려는 뒤틀린 인물이다.

ㄴ 예수정: 윌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웃음)이다. 긍정적인 생각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 '언젠간 나아지겠지. 아들과 화해만 하면 되겠지' 하다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부인이다. 마음으론 사랑하나 대책 없이 죽음으로 향해가는 사람을 전폭적으로 말리지 못한 역이다.

   
 

ㄴ 이승주: 시간 내 와주셔서 감사하다. 앞에서 좋은 말씀 해주셨다. 비틀어지고 왜곡되고 기울어진 한 가정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면 좋겠다. 비프 또한 왜곡된 가치관으로 자기 인식을 못 하다 어떤 사건으로 자길 깨닫고 진실을 발견해 그걸 알아달라고 아버지에게 토로하는 역할이다.

ㄴ 박용우: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무척 긴장된다. 해피는 윌리의 둘째 아들이고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계속 피하려고 하고 대충 무마시켜 넘기려는 사람이다. 야비하기도 하고 여자를 굉장히 좋아한다. 좀 삐딱한 인물인데 어릴 때 재능이 뛰어난 큰형의 그늘에 묻혀 항상 관심받지 못하고 자라나 관객들의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다.

ㄴ 한태숙: 제 작품이 무겁고 찢어발기듯 힘든 면이 있다. 반면 이 작품은 상당히 위트있고 재밌는 성격창출로 인해 극과 극이 오가는 장면들이 있다. 분열만 있는 게 아니라 위로도 있고, 그 부분은 배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최근 '시련' 등 아서 밀러 작가 작품이 많이 나오는데 사후 100주기에 대한 추모, 죽음에 관한 관심이 이어졌나 아니면 작품 자체의 시의성이 있었나.

ㄴ 강태경: 얼마 전 셰익스피어가 기념해 인 거라서 많이 나오는 것이랑 달리 아서 밀러의 사후와 관계된 것은 없다. 시의성이라고 하셨는데 표면적인 시의성이라기보단 어떤 전형적인 가족비극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에 창조적인 해석, 인물의 내면 탐구를 넣는다는게 중요했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겪어온 일이란 게 분명 호소력이 있겠지만, 그보다 우린 젊은 세대까지 포함해 지금을 사는, 살아남고자 애쓰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는 태도다.

ㄴ 한태숙: 이 작품을 하겠다고 한 건 2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세월호란 뼈아픈 시련이 있었고 사회극이라는 저의가 있기에 그럴 때 이것이 그 당시만 해도 작품을 내면의 분열 쪽으로 가기보다는 극이 가진 실직의 쇼크로 인한 부분. 단순히 가정비극이 아니라 사회비극이란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이라 하고 싶었다. 근데 또 다른 극단에서 아서 밀러 작품을 하더라. 우연의 일치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한태숙 연출의 옛 페르소나는 신구였는데 이승주가 새로운 페르소나인가(웃음). 근데 아버지와 아들이 부딪히는 부분도 있고 손진환 배우는 안 유명하고 이승주 배우는 핫한 데 그런 대결구도를 그리신 게 있나.

ㄴ 한태숙: 작품 내 윌리와 비프는 마치 아버지가 아들 잡아먹듯 치열하게 싸운다. 그것은 표면적인 것보다 아버지의 맹목과 아들의 진실이 싸우는 거다. 제가 페르소나까진 생각을 못 했는데 그렇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웃음).

   
 

더스틴호프만의 영화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ㄴ 한태숙: 손진환 배우가 젊어 보이지만 더스틴 호프만이 윌리를 했을 땐 이보다 훨씬 젊었다. 겉모습은 분장과 배우의 표현으로 얼마든지 나이 들게 할 수 있다. 오히려 손진환 배우에게 가끔 그랬다. "육십이 늙지 않다. 요즘은" 이 분이 아주 섬세한 늙은 표현을 했을 땐 오히려 과하단 주문을 했다.

집 옆에 걸려있는 게 뭔가 했다.

ㄴ 한태숙: 허욕의 윌리에게만 보이는 허상 덩어리다.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서 바닥에 떨어지게 되는데 그것의 효과가 상징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저는 상당히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오브제화시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 6미터 높이의 공중에 떠 있는 거다. 윌리가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분열을 느낄 때 그것이 나타나고 흔들거리기도 하고 나중에 떨어진다. 자동차 사고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을 거고 그게 종말의 표현으로 보일 수 있을 거다.

   
 

박용우 배우는 오디션 통해 들어왔는데 무대에 서신 소감이 궁금하다. 무대 서면서 다른 배우에게 배운 게 있나.

ㄴ 박용우: 지난 8월에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한태숙 선생님 작품을 봐왔다. 항상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선생님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었는데 그 소원을 이루게 돼서 정말 기쁘고 영광이다. 캐릭터 만드는 거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연출님과 다른 선배님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이게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많이 반복돼 부담감이 있을 텐데 어떤 거에 중점을 뒀고 표현하려 했고 어떤 나만의 윌리를 창조하고자 했는지.

ㄴ 손진환: 중압감은 말할 수 없었다. 주인공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런 큰 프로덕션에서 엄청난 배역을 하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하지만 중압감을 벗어나진 못했다. 처음에 선생님께 제안을 받고 든 첫 번째 생각은 노쇠한 인물을 만들고 싶진 않다고 생각했다. 뭔가 삶의 끝자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의 어떤 마지막 불꽃 같은 것을 노쇠한 것 때문에 놓쳐버린 그런 인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저만의 윌리 같은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선생님과 여러 번 작업해본 경험상 작업을 하면서 많이 수정되고 공연되는 윌리가 최종적이다. 아직도 날짜가 있기에 좀씩 더 수정하고 그럴 예정이다. 여러분이 보시고 나서 써주시면 아 내 윌리가 그렇구나 하고 나중에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ㄴ 한태숙: 압박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다. 제가 메피스토마냥 불 속에 넣고 압박과 회의를 같이 하고 있다(웃음). 강태경 교수와는 오이디푸스부터 동반자로서 같이 많이 작업했다. 제가 여기까지 오면서 재밌던 건 언제나 원론을 좋아하고 원칙을 고수하는데 전 반칙을 좋아한다. 그래서 메일로도 반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근데 배우하고도 작가하고도 그런 과정이 부피를 만들고 깊이감을 만든다 생각한다. 지금은 정리됐지만 그전까지 작품에 대한 골도 있었고 아마 아직도 작품에서 작가나 드라마 터그가 주지하는 부분에 대해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반칙 잘하면서 가겠다.

   
 

고연옥 작가에게 윤색을 의뢰한 이유가 뭔가.

ㄴ 한태숙: 내가 말을 잘 못 하는데 약 팔려고…윌리다. 거의 내가(웃음).

ㄴ 고연옥: 저는 이 작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걸 읽어보고 나랑 잘 맞겠구나 생각했다. 우리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보니까 되게 사회적이고 제가 즐겨 그리는 남성들의 세계 이런 게 내면에 이르기까지가, 맘속의 이기심과 편협함과 욕망 이런 것들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통해 잘 얽혀 있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요즘 아버지 세대의 몰락, 시작도 하기 전 실패하는 아들 세대의 갈등이 정말 현대적이고 이 시대에 불편한 작품 같아서 재밌게 작업했다.

ㄴ 한태숙: 제가 같이 하자고 했더니 15분 만에 하자고 했다.

공연 기간에 4월 16일이 껴있는데 세월호 2주기 때에 이 작품이 공연된다. 혹 그런 데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거나 작품과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는지.

ㄴ 한태숙: 저희는 시작은 4월 14일이다. 그래서 16일을 기념하거나 하는 건 없는데 원작에서 보면 밴이라는 초자아적 인물이 "배가 떠나"라는 말을 한다. 늦겠다고 배를 타야겠다고 그 장면을 보고 관객들이 세월호를 느끼진 않겠지만, 제작자들은 거기서 찔끔하고. 대한민국의 아픔이고 하니까 그런 부분을 서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상징이나 부분은 없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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