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희곡 작가전<불후의 명작> 작가 인터뷰③ 40대 대표 최치언 작가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 이동완 pm@mhns.co.kr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의 이야기가 담긴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이란 책에 빠져있다.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 연극 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직업군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공연기획사 <아이디서포터즈> 전문 인터뷰어
[문화뉴스] 시,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소설,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희곡, 2003년 우진문화재단 장막 희곡 공모로 등단.  2011년 대산문학상 수상까지…문학이 곧 삶 자체인 사람. 우리 시대의 40대 대표 작가 최치언이다. 
 
<불후의 명작> 40대 대표 작가로 선정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ㄴ 최 : 먼저, 나는 40대 대표 작가는 아니다. 40대 작가 중 좋은 작가들도 많은데, 내가 40대를 대표하는 작가는 아니라는 말이다. 맨 처음 '불후의 명작' 프로젝트를 같이하자며 아이디서포터즈에서 연락이 왔었다. 취지를 들어보니 아이디서포터즈가 다른 기획사와 다르게, ‘희곡의 중요성에 대하여 집중하고 있는 것’이 좋았다. 공공사업도 아닌 민간 기획사가 돈이 안 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좋았다. 아이디서포터즈가 <불후의 명작>프로젝트로 어디서 지원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지원금 없이 이런 프로젝트를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단체가 진행한다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와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젊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희곡과 연극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서 그런 건지는.
 
신진 극단들에게 작품을 무료로 사용하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ㄴ 최: 우리 극단에도 젊은 연출부들이 있다. 입봉을 못한 친구들이다. 이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게 우리 극단이든, 다른 극단이든 말이다. 젊은 친구들이 이런 자리를 통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 거기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 선생님들 라인업만 봐도 너무나 훌륭한 작품을 쓰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그분들의 작품을 받아 공연해보겠나?
 
   
 
 
희곡 작가로 유명하지만 시, 소설로도 등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희곡으로 넘어오게 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ㄴ 최: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지금도 시를 쓴다. 희곡이나 연극을 하기 때문에 시나 소설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생각이 없다. 그게 내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삶의 한 부분을 버리거나 할 수는 없듯이…세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소설은 희곡처럼 많이는 못 쓰지만, 때가 오면 또 소설집으로 묶을 생각이다. 2년 전에 장편 소설이 나왔었다. 지금도 소설들을 쓰고 있고, 또 나와야 되지 않나 싶다. 지금 희곡을 쓴다고 시와 소설을 버린 것이 아니다. 세 곳 모두 내 자리라 생각한다. 만약 내가 시와 소설을 버리고 희곡으로 왔다고 한다면 외로운 일일 것 같다. 버리고 온 것이 아니다. 
 
글로만 자료조사하고 공부를 해서 잘 알지 못했다. 시, 소설, 희곡, 이 모든 것이 최치언 작가의 삶인 것 같다.
ㄴ 잘하지는 못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거니까. 하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운 거다. 포기한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극단 '상상두목'은 작가가 만든 극단이라고 들었다. 연출 일까지 하게 되었는데, 희곡 작가와 연출은 차이가 있는 것인가?
ㄴ 차이가 크다. 희곡 작가는 종이 위에 연극을 그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작가의 그림을 현장에서 구현해내는 것이 바로 연출이다. 이건 완전히 다르다. 하나 이 두 가지를 같이한다면, 두 가지 일이 똑같을 것 같다. 작가의 시간 속에서 온전히 작가로써 자신의 것을 종이 위에 그려내고, 현장에선 작가로서의 자신이 그린 그림을 연출로써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혼자서 종이 위에 생각했던 것과 현장에서 그걸 구현하는 것이 차이가 생기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할까란 것들을 연출은 고민해야 한다. 이야기를 해보니 또 다르지만 같은 것 같다. 작가와 연출.
   
 
 
극단 '상상두목'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ㄴ 극단 '상상두목'은 주로 어린 친구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평균 나이가 20대 중후반 정도다. 나이가 가장 많은 친구가 30대 중반이다. 나이 많은 친구도 어렸을 때 나를 만났다. 내가 극단을 만든 이유는 여러 가지 문학적인 일들을 같이 해보고, 영화도 해보고, 뭔가를 자유롭게 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공동 제작도 하고, 창작도 해왔다. 대학로에서 정극으로 올렸던 작품은 한 2개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그거 말고도 다원예술 분야로 대학로 밖에서 연출을 하고, 작품을 하고 한 것은 꽤 된다. 총체극, 문학극, 시극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 작품들을 원하는 곳이 존재하더라. 우리의 작품을 원하는 곳에서 의뢰를 받고, 만들고, 선보이고 이러한 작업들을 우리 단원들과 같이 꽤 많이 해본 편이다. 사실 나는…연출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고,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을 써야 하지 않나란 생각을 한다. 좋은 작품을 먼저 내가 써야지 그 다음으로 연출을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내가 쓴 작품이면 내가 연출하는 게 더 괜찮지 않나?

작가는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했나?
ㄴ 20대 중반까지는 문학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사는 것 중에 문학은 작은 부분이고, 다른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다른 것에 관심 있고 하다가 어느 때에 시를 접하게 되었는데, 시를 접하고 나서 문학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좋아했다. 문학을. 20대 중반에 문예창작학과를 들어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20대 중반 전에 했던 것이 있었는데 모두 포기하고 문학을 공부하고 쓰는 게 재미있고 좋았다. 문예창작학과로 새로 학교를 다니면서 시로 등단을 했다. 그리고 3학년 때 소설로 다시 한번 등단을 했다. 졸업 뒤로 희곡을 썼다. 희곡은 졸업하고 등단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문학 공부를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시를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ㄴ 우연히 서점에서 시를 봤었을 때다. 시를 보는 순간 '멋있다'란 생각을 했다. 같은 언어인데도 시적으로 표현하는 언어가 이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아는 단어인데도 읽는 순간엔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있더라. 같은 언어인데…이때부터 시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시를 읽으니 마음이 깨끗하게 느껴졌고 시의 멋을 느끼게 되면서 시작한 것 같다.
 
시, 소설, 희곡을 쓰는 작가는 왜 글을 쓰나?
ㄴ 그냥…좀 표현? 무용수에게 무용이 표현 수단이듯 작가에게는 글이 표현 수단이다. 글로 나를 표현하는 게 재밌다. 만약 다른 표현 방법이 재밌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 연출로 표현하는 게 재밌다면 연출을 해보는 거고 그런 거다. 지금은 글로 표현하는 게 내게 제일 가치 있고 재미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를 끄집어내고, 글로 표현하고, 운이 좋으면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연극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연극은 2003년도에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마음]이란 작품으로 등단하고 공연을 했다. 3명의 연출과 많은 배우가 그 작품을 했다. 그 뒤로 십몇 년이 흐르고 많은 장막을 쓰고 하면서 이제야 연극의 매력을 조금 아는 것 같다.
 
"십몇 년이 흘렀는데도, 내게 연극의 매력이 뭐냐고 물으면 '지금에서야 조금 알아간다'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지금 좀 알아가는 것 같다. 연극은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연극은 가난하고, 많은 사람이 희생을 감수한다. 결국, 연극은 점점 안 좋아지는 과정 속으로 가는 일 같다.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뭔가를 느끼는 것 같다. 마치 막… 꽃들이 무성할 때는 꽃이 무성한 줄 모르는데, 꽃이 다진 겨울에 피어있는 매화꽃 한 송이가 그렇게 예뻐 보이지 않나? 그런 것 같다. '점점 안 좋아지는 상황 속에서 나는 왜 견디고 있나'라는 생각을 해보면서…오태석, 이윤택 선생님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연극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씩 느껴가는 매력을 말하면 재미없을 것 같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죽을 때까지 혼자 가져갈까 한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ㄴ 최: 남은 인생은 나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해서 그냥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것들이 투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남들도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 자신이 투명해졌으면 좋겠고, 나중에는 깨끗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해 속에 남는 작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인간 최치언도 오해하다 끝나는 인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불후의 명작>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극단, 관객들에게 한마디
ㄴ 음, 여기에 참여하는 작가님들이 많죠? 이분들은 이미 검증된 작가 선생님들이잖아요. 6명 작가의 작품을 낭독극으로 만날 수 있고, 젊은 극단의 친구들은 좋은 작품으로 낭독극을 하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인 것 같다. 흔치 않은 일이니 시간을 내서 와서 보시면 손해나는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제 작품이 아닌 김명화, 오태석, 이윤택 선생님 작품으로 그것을 낭독하고, 그것을 관객으로써 듣고 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일이다. 이번 낭독 공연에 실제적으로 참여하는 극단의 친구들은 테크닉이나 다른 것들이 완성도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러한 미완성적인 사람들과 그래도 텍스트로는 검증이 된 완성된 사람들의 작품이 만나서, 미완성과 완성이 무슨 조화를 이룰까 궁금하다. 완성과 미완성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젊은 극단과 젊은 친구들이 완성과 미완성의 조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기대가 된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고 아니면 마는 거지 뭐. 내년에도 하고, 내 후년에도 하는 그런 재밌는 페스티벌이 되기를!
 
   
 
 
최치언 작가는? 
전남 영암군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산업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는 대학 1학년 시절인 1999년에 이미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분에 등단되며 작가로써 이름을 알렸으며 2년 후인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부분을 선정이 되며 신춘문예 2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희곡작가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3년 우진 문화재단 장막희곡 공모에 당선되면서인데, 200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 2011년 대산문학 희곡상, 2012년 전주영상위원회 시나리오 우수상, 2014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및 작품상 등을 수상하는 등 상복 많은 작가로도 유명한데, [소뿔 자르고 주인이 오기 전에 도망가 선생]등의 작품으로 끊임없이 국공립 극장들과의 작품을 지속해오며 그 작가로 위치를 굳히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희곡작가다.
 
최치언 작가는 오는 6월, 공연기획사 '아이디서포터즈'가 주최하는 제3회 아이디페스티벌<불후의 명작>에 40대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이번 페스티벌엔 20대부터 70대를 대표하는 6명의 희곡작가가 참여한다. 대표작가로는 김세한, 김은성, 최치언, 김명화, 이윤택, 오태석 작가들이 참여해 대학로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31일까지 참여할 극단을 모집했고, 사전 섭외팀을 포함하여 약 80개 팀이 모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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