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파울로 코엘료가 드디어(?) 막장드라마를 그려내는 줄 알았지만, 그의 주제는 변하지 않았다. 사랑이 뭐길래? 
  
안정된 직업, 자상한 남편, 귀여운 아이 그럼에도 주인공 '린다'는 행복하지만 무미건조한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 불안해한다. 심리적 갈증에 목말라 하다가 어느 날 풋사랑의 추억을 가진 남자를 만나 헤어 나올 수 없는 '불륜'에 빠져 버리는 이야기다.  
 
남자라도 여성의 세심한 심리적 변화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파울로의 필체는 여전했다. 성서와 정신의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그의 비유와 현대인의 외로움과 권태, 불안을 바라보는 그의 식견에 감탄하게 된다. 평소 저자의 책을 즐겨 읽는다면 마음만 먹으면 하룻밤에 읽을 수 있는 흡수력을 지녔다.
 
이 책에서는 여성의 세심한 감정을 그려냈지만, 남녀 역할을 뒤집어서도 소설이 그려질 수 있었을 법하다. 남성 작가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벗어나기 힘든 한계라고 생각된다.
 
소설 속에는 격동의 유럽역사에서 중립을 지키며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킨 스위스 제네바의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 환경에서 권태를 겪는 주인공의 모습에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는 푸념마저 든다. '저들은 서른에 결혼해서 애도 낳을 수 있는 환경이구나…'라는 부러움은 왠지 모르게 입안이 씁쓸해진다.  
 
막장 드라마를 많이 본 까닭일까? 소설의 결론은 진부했다. '기승전 사랑타령' 이라니. 작가가 말하는 위대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은 그가 써내려간 다른 책들의 메시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주인공은 권태와 외로움, 공허함 그리고 불안해하고 그 속에서 찾은 짜릿한 감정의 결과에 아파하다가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듯 깨달음을 얻는다.
 
"누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겠어?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사는 거지. 부모가 선택해준 대로 사는 거고. 아무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애쓰잖아. 사랑받고 싶으니까. 그래서 자기 안에 있는 가장 훌륭한 것들을 억누르며 살아. 빛나던 꿈은 괴물 같은 악몽으로 바뀌고. 실현되지 않은 일들, 시도해보지 못한 가능성들로 남게 되는 거지." (본문 191쪽~192쪽)
 
   
▲ 사진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제공
 
우리의 모습을 날카롭게 끄집어낸 이 모습은 세계 어딜 가나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지혜와 경험이 아니다. 시간도 아니다.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 그것은 오직 사랑이다!"이라는 말이 전 세계적으로 울림이 있는 이유인 것 같다. 
 
책의 목소리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끝까지 가보라고 권한다. 하나의 변화가 인생 전체의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사 '불륜'이라고 할지라도 한 번 더 사랑을 해보라고, 그 경험을 통해 위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 invuni1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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