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기,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인내

▲ 매년 많은 유망주들이 프로에 입성하지만, 주변 유혹을 끝까지 이겨내는 이는 정말 드물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시즌이 개막된 이후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간혹 이러한 상황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달되곤 한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하여 한때 홍역을 치르기도 했고, 음주 운전 사고 소식이 전달되어 많은 야구팬들이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학생야구에서도 잊을 만하면 폭행이나 금품 수수 문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강정호가 미국 취업 비자가 발급되어 다시 피츠버그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은 세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직 야구만 생각할 것 같았던 선수의 음주 운전 소식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도 부각이 됐었기 때문이었다.

강정호의 복귀 임박 소식과 함께 그 동안 잊혀졌던 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의 이야기도 거의 동시에 전달됐다. 前 NC 투수 이태양의 소식이었다. 당초 KBO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대해 이태양은 징계가 과다하다며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그 1심 결과가 지난 26일 오전에 발표됐다.

눈앞에 보이는 일시적인 목돈,
인맥을 앞서 접근하는 무리들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인내와 단호함'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태양이 KBO를 상대로 낸 영구 실격 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이태양) 패소 판결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선발 등판 경기에서 브로커로부터 청탁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뒤 2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재작년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후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실형이 선고된 만큼, KBO에서도 선수 영구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 청주고 3학년 시절의 이태양. 당시에는 에이스와 4번 타자를 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야구 인생은 순탄할 줄 알았다. 사진ⓒ김현희 기자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 온 이태양에게는 이 처분이 사형 선고와도 같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KBO가 내린 징계에 대해 과도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는 KBO 리그에서 선수와 지도자, 구단 관계자 등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되며, KBO와 협정을 맺은 국외 리그(미국, 일본, 타이완)에도 전 소속팀의 허가 없이 입단이 불가능하게 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소속된 학교나 단체에서 선수나 지도자로 등록하는 것 역시 금지되어 있다. KBO와 협정을 맺지 않은 중남미 리그로 눈을 돌리지 않는 한, 야구공을 잡는 그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사실 이러한 사례는 적게 나올수록 좋다. 어린 선수들로 하여금 '저렇게 유혹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라는 경각심은 한 번만 줘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앞에 보이는 순간의 목돈에 야구 인생을 맞바꾸는 일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평생 가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청주고 시절부터 주목 받는 에이스로 이름났던 이태양도 사실 본인 하기에 따라서는 장기간 억대 연봉을 유지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스스로 차버린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맞춰 '국민타자' 이승엽의 자서전이 출판됐다는 것은 뭇 선수들에게 또 다른 교훈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자서전 내에서 이승엽은 '놀고 싶은 마음, 쉬고 싶은 마음, 술 한 잔 하곳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라운드에 입성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반갑지만은 않은 뉴스가 전달될 때마다 이러한 사례를 교훈삼아 레전드의 이야기를 반추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혹을 이겨내는 인내와 그것을 끊어내는 단호함인데, 이것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eugenephil@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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