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세계가 우수성을 보장하는 우리 훈민정음은 한글의'알파벳'이다. 그리고 한글은 훈민정음에서 정한 모음과 자음으로 글자를 이뤄서 온갖 낱말을 형성한다.

그 풍성한 표현은 바로 훈민정음의 우수성으로 말미암아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풍부한 낱말들은 당연히 복잡해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낱말들의 기본 뜻과 활용, 어법 및 문법 체계를 잘 이해하면 그만큼 쉬운 게 또한 우리 한글이다.

문제는 우리말 연구가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쓰이면서 원리원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가운데 1930년대 들어 한글맞춤법과 표준어규정이 제정되고 나서야 비로소 본격화됐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원리원칙이 총론 수준에서만 정해져 있을 뿐 자세하게 이뤄지지 않은 게 또한 우리말 연구의 현실이다.

한글맞춤법의 경우 총칙에서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과연 표준어는 누가 정하는지 주체를 적시하지 않음으로써 표준어로 인정된 낱말이 과연 정당한지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또 총칙에서는'적되'에 쉼표를 설정함으로써 어법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면서'한글맞춤법' 자체를 믿을 수 없게 한다.

'적되'에서'-되'는 연결어미로서 뒤의 말과 이어지기 때문에 쉼표를 설정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은'한글맞춤법'만 아니라'표준어규정'에서도 곳곳에 등장한다.

'표준어규정' 총칙에서는'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하는데'교양 있는 사람'의 기준이 모호하고,'현대 서울말'이라고는 하지만 국어 연구도 제대로 이뤄지고 않고,'우리말 올바로 쓰기' 같은 계몽조차 변변치 않은 가운데 현재만 하더라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서울 시민들의 말 속에 각종 사투리와 기존의 서울 및 수도권 말이 뒤섞이고 출처 불명의 말들이 널리 쓰이고 있는 형편이어서 과연'현대 서울말'이라는 용어로 표준어의 성립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말 연구의 범위는 표준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각 지역 사투리, 외래어를 포함한 외국어와 우리말의 관계, 어원, 낱말 간에 작용하는 원칙 등도 밝혀야 한다. 고문 발굴도 필요하기 때문에 고어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잘못 쓰고 있는 낱말들은 잘못 쓰게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치유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언어는 하나하나 연구에만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깊은 생각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개인이 하기에는 양도 어마어마하게 방대하다. 하지만 숨어 있는 해결책을 밝혀내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국가가 중요 사업으로 지정하고 연구를 주도해야 하는데 그게 부실하다는 게 큰 문제다. 국가 연구기관에서 국어사전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게 또 날림으로 제작됐다. 그리하여 우리말 연구에 혼선을 초래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킨다.

잘못된 말이라도 사전에 올라와 있으니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사전에서 뜻을 풀이한 대로 그 낱말을 썼는데 왜 자기가 사용한 단어가 잘못인가 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또'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법의 존엄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지만 일반인은 결코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인이나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민초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악법도 지켜라'고 하는 논리는 법 제정자의 위상 강화를 위한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진정한 민주 사회라면 잘못된 것은 바른 방향으로 고치거나 폐기해야지 그것을 마냥 지키고 따르라는 건 언어도단이자 횡포다.

한국어의 표준어를 망라해서 정리해 놓은 책인 국어사전은 다시 만들어야 한다. 표제어는 표준어로서 정당한 자격이 있는 낱말을 선정하고, 낱말의 뜻은 제대로 밝히고, 설명은 한글맞춤법에 들어맞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합성어로서 자격이 없는'등굣길'이니‘하굣길'을 표제어로 인정하고, 낱말을 다루는 사전에서 인명이나 지명까지 다루며, 어법은 물론 문법도 지키지 않고, 비문 투성이의 사족과 같은 예문을 들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지금 국민의 의견을 받아 수정 작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찌 이 작업을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서해야 하는 일인가.'등굣길' 같은 잘못된 표제어도 여론을 반영한 결과물이 아닌가? 사이시옷 원칙은 이 현상이 일어나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합성어로서 자격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하는 일이다.'등굣길'과'하굣길'은 각각 '등교 길', '하교 길'이라고 띄어서 써야 바른 표기다. 이는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붙여서 쓰다 보니 사이시옷 현상이 발생한 것일 뿐 결코 합성어가 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이시옷을 잘못 반영해 표제어로 올라간 낱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수돗물'도 합성어로 인정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붙여 씀으로써 사이시옷 현상이 발생한 것을 두고'수돗물'을 표제어로 올린 것이다.'수돗물'에서'수도'의 뜻과'물'의 뜻 이외에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다. 그저‘상수도에서 나오는 물'이라고 풀이해 놓았듯이'수도'와'물'의 뜻만 있을 뿐이다. 이 경우 과연 합성어가 될 수 있는지부터 살펴봤어야 했다. 당연히'수도 물'이라고 띄어서 써야 한다.

사전을 누덕누덕 기워서 수정한다는 발상은 그 자체가 상식 이하다. 여론도 중요하지만 언어를 연구하는 기관에서 바른지 그른지조차 판단하지 못한다면 그건 큰일이다. 정부 언어 연구 기관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국가 공식 기관이 국민 등 여론에 의지해서 운영된다는 건 그만큼 국가의 지원이 미진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국가는 우리말 연구의 중요성을 직시하여 정부 및 민간 우리말 연구 기관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뉴스 조진상 기자 press@mhns.co.kr 

[도움말] 가갸소랑 우리말 아카데미(http://www.soranga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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