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에드거 앨런 포는 미국의 셰익스피어라고까지 불리는 위대한 작가지만, 작품을 뺀 그의 삶은 우울했다.

마치 작품뿐인 삶이었던 에드거 앨런 포에게 바치듯이, 7월 24일까지 BBCH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오직 음악을 위한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비주얼은 미니멀리즘한 세트 속에서 전체적으로 무채색에 앙상블의 존재감마저 극단적으로 희미하게 만든다. 이것이 지나쳐 이모나 의사 등 어느 정도 비중 있는 '캐릭터'들마저도 그냥 앙상블 복장인 채로 연기를 하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이는 '포'의 세상 속에서 대단치 않은 범인들을 훌륭히 표현해낸다고 볼 수 있다. '포'가 바라보는 세상은 오직 작품에서 유일하게 붉은 컬러가 짙은 옷을 입고 등장하는 '자신'과 '그 외'로 구분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스월드의 일관된 검은 톤이나 여배우들의 의상도 공통으로 흰색으로 디자인된 점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에드거 앨런 포'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음악과 배우에 있다. 김성수 음악감독의 훌륭한 신곡들을 비롯해 작품 전체에 전개되는 음악이 관객의 귀를 호강하게 한다. 또 오케스트라 피트를 과감히 전진해서 배치한 세트 구조상 김성수 음악감독의 모습이 상당히 많이 노출돼 '포' 못지않게 작품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그의 지휘에 맞춰 울려 퍼지는 '매의 날개', '갈가마귀' 등의 웅장한 음악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하게 한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이 훌륭한 음악이 대부분 '포'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그리스월드'조차 스토리의 화자 역할에 더 집중된 느낌이라서 분량의 배분에 있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포' 역의 세 배우들 팬이라면 도리어 큰 장점일 수도 있다.

   
 

한편 어떤 사건이 생기고 매듭지어지는 서사적 결말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스토리 전개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월드'가 바라보는 '포'의 삶과 집요한 괴롭힘이 주된 전개를 이루기 때문에 긴장감을 가지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처음부터 '포'의 인간적인 약점을 알고 있는 '그리스월드'와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해석적 관점에서 보자면 '포'의 외롭고 괴로운 삶은 결국 그의 몫이었고, 그가 자초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점에서 '포'의 내면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버지니아'는 죽음을 앞두고 '포'에게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 보여. 단지 동정할 뿐이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죽음이 그에게는 정서적 안정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을 정도로 사랑한 사람마저도 '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그가 글이 아닌 말과 행동으로는 그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줄을 몰랐다는 것이 아닐까. 그는 문학에선 천재였겠지만 인간으로선 천재는 커녕 범인조차 아닌듯 했다.

   
 

전체적으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가 주는 느낌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예쁜 공연장인 BBCH홀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 훌륭한 음악과 배우들의 빼어난 노래를 즐기는 데 집중한다 해도 무방할 것이고 거칠고 불안한 주인공인 천재 시인 '포'의 삶을 따라가며 그가 가진 한 개인으로서의 거듭되는 좌절에 가슴아파할 수도 있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어떤 방법으로 이 작품을 즐길 것인지는 당신의 몫이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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