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사드 배치 결정이 한류 열풍의 발목을 잡았다.

예상치 못한 날벼락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분노를 샀다. 중국의 분노는 한류규제로 이어졌고, 한국의 메이저급 연예기획사의 주가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추락했다. 국내 메이저급 연예기획사면서 중국 자본을 대거 끌어들인 YG의 주가는 전일과 대비해 7.96% 하락한 3만 4100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 1년 중 최저가 금액이며 다른 연예기획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또 "중국이 한국인의 복수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뿐인가. 연예계에는 중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의 중국 광전총국이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 자제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연예계는 비상이 걸렸다. 언론에서는 단순한 '설'일 뿐이라고 전했지만, 분위기는 이미 심상치 않다.

 
   
ⓒ SBS 방송화면 

국내 연예기획사들에 중국은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대장금','아내의 유혹' 등의 국내 인기 드라마들은 날개 돋친 듯 중국에 팔렸고 중국 방송사들은 국내 인기 프로그램들의 포맷을 사들였다. 가수들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한류 외교를 펼쳤다. 비주얼에 스타일을 더한 국내 아이돌에게 중국 팬들은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연예인들은 한류 열풍을 타고 곧장 중국으로 향했고, 천만 원 단위의 모델료는 억대가 되어 돌아왔다. 실제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민호, 김수현의 CF 모델료는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20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거대 자본들은 어느 순간 국내 메이저급 연예기획사들에 손을 내밀었다. 연예기획사들은 흔쾌히 중국 자본의 손을 잡았다.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가수 혹은 배우들의 중국 진출을 노릴 수 있었고, 제작사는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중국은 자본을 앞세워 국내 연예기획사와 제작사들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의 한류 콘텐츠 규제는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성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에서 소리 없는 압력은 국내 연예 연예기획사와 제작사들의 경제적인 타격을 넘어서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돈줄이 막히면 시장에 곧 돈이 돌지 않게 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공식이니까. 실제로 중국의 투자를 받아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는 제작사는 사드로 인해 중국 투자에 차질이 생겼다며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 중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로 인한 피해를 경제적으로 환산해보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광전총국에서 논의 되는 한국 연예 산업 교류 문제는 단순히 논의된 것뿐이지 공식적으로 문서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미 광전총국은 위성방송사의 경우 황금시간대에 외국 판권을 산 프로그램은 1년에 두 편만 방송하도록 조치했으며, 한국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방영 금지 등의 지시가 내려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소문의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인의 복수 비자 발급 중단에 이은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어떤 식으로든 나타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드로 인한 양국 간의 줄다리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려하는 것처럼 중국은 한국을 더 심하게 압박해 올지도 모르는 사실이다. 한때는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었던 중국이 사드로 인해 한순간에 태도를 바꿀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 누구를 탓해야 할까. 보복성으로 콘텐츠 산업의 길을 가로막고자 하는 중국을 탓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국 자본을 받아들인 국내 연예기획사와 제작사들을 탓해야 할까.

   
ⓒ KBS 방송화면 

사드는 중국에 위협적인 존재임이 분명하기에 분쟁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양국이 사드 문제를 놓고 날을 세우기보다는 서로 협력해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더 논리적이지 않을까. 그를 위한다면 한류만큼 더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문화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주는 매개체이니까. 언어가 달라도. 사는 곳이 달라도. 함께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울며, 웃고, 노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한류다. 중국과 한국이 두 손을 맞잡고 지금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 사드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속히 알게 되길 바란다.

문화뉴스 임수연 기자 jy1219@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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