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상범 작 황이선 연출의 후산부 동구씨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이상범(1962~)은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 감리교신학대학 신학과 및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를 석사학위로 졸업했고, 1992 '마술가게'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극단 기린'을 창단했으며, 현재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겸임교수,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작품으로는 <마술가게> <카페 공화국> <살림> <몽유> <그 아이가 신을 죽였다> <향나무집 사람들> <달맞이꽃을 찾아서> <한단고기(桓檀古技)> <비언어극 성(聖) 가족> <세븐 센스(第七感)> <비언어극 얼굴 - 천개의 표정> <소리극 옴AUM> <비언어극 얼굴 - 겉과 속> <기도> <히히히> <비즈 버즈(Bees buzz)> <청문> <황금 깃털의 비밀> <거리극 사자의 독후감> <뮤지컬 마중> <후산부 동구씨> 등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황이선은 원래 사회복지사였다. 일반 회사에도 있었고, 정신병원에서도 근무하다가 스물다섯 나이에 서울예대 극작과에 들어갔다. 공산집단 뚱딴지에 들어가 문삼화 연출가의 조연출을 하다가 극작과 연출을 하면서 기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팩토리 왈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비잔틴 레스토랑> <러닝머신 타는 남자의 연애갱생 프로젝트> <봄은 한철이다> <리어> <모든 건 타이밍II> <앨리스를 찾아서> <프로메테우스>를 집필 또는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 겸 작가다.

탄광 붕괴사건을 다룬 희곡으로는 조 코리의 <탄갱부> 윤조병의 <모닥불 아침이슬> 윤대성의 <출세기> 등이 있다. 연출가 이효영이 중동고 영어선생으로 재직시절 조 코리의 <탄갱부>를 연출한 이후 <탄갱부>는 고교생들의 공연필수작품이 되었고, 윤조병의 <모닥불 아침이슬>은 탄광 막장에 갇힌 다섯 광부가 삶과 죽음을 오가면서 가족, 연인, 일 등 세상의 온갖 인연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려는 인간 본래의 모습, 승화된 모습을 처절하고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윤조병 특유의 시적인 표현들과 임경식의 감각 있는 연출로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표현하여 삶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윤대성의 출세기는 1967년 8월과 9월에 걸쳐 온통 세상을 놀라게 했던 광부 매몰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화제의 광부 양창선은 충남 청양군 사양면에 있는 구봉금광의 무너진 굴속에서 16일 동안이나 견디어낸 끝에 구출되어 언론에서 큰 화제 거리로 삼았던 인물이다. <출세기>는 바로 이 양창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삶의 환경을 투시해 보려는 의도를 지닌 작품이다.

   
 

이상범의 <후산부 동구씨>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기간 중에 공주부근의 한 탄광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설정이 되고, 많은 광부들이 매몰된다. 수많은 광부가 죽고, 갱도 막장에 갇힌 4인의 광부가 보름이상을 구조되기를 기다렸으나, 광산회사 측은 충분한 장비와 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끝나 언론과 방송매체의 관심이 탄광 붕괴사고에 집중되기를 기다린 후, 관계당국의 지원이 확실시 된 후에야 구조를 시작해 4인의 광부 중 3인은 죽고, 홀로 남은 막내광부인 동구 씨만을 구조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광부 각 개인의 신상과 가족상태가 소개가 되고, 막내로 들어온 광부에게는 후산부라는 호칭이 붙는다는 내용이 희극적으로 전개된다. 막내는 반장의 딸과 연애관계에 있음도 알려진다. 돌연 붕괴사고가 일어나고, 광구는 매몰된다. 사측에서는 막장 갱도에 연결된 통신선으로 4인의 광부가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정작 구조를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광부들에게는 곧 구조가 시작될 것이라는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 해 안심을 시키지만, 사측은 어떠한 동향도 보이지를 않고 올림픽이 끝나 탄광 붕괴사고에 여론이 집중되기만을 기다린다.

광부 중 한 명은 심한 진폐증으로 당장 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할 정도인데다가 음식물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이지만, 사측은 고의로 가스관까지 폭발시키면서도 여론의 향방만을 기다린다. 올림픽이 끝나고 여론의 집중과 당국의 지원이 확실해 진후에야 구조를 시작한 사측은 결국 3인의 광부는 죽은 다음 유일한 생존자인 <후산부 동구씨> 만을 구해 내게 된다. 대단원은 동구 씨가 사측의 지시에 따라 실제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철제 봉을 얼기설기 세우고 흑색 마대로 갱도 분위기를 창출해 낸다. 갱도 입구와 위의 갱도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만들어 놓고, 외부통신용 수화기를 정면기둥에 달아놓았다. 두 개의 나무의자와 담요 몇 장이 놓이고, 갱도 좌우로 연결된 통로도 있다. 사다리로 올라간 위층 무대는 회의장에 인물 배치 석으로 사용되고, 출연자들이 1인 다 역을 하며 회의장 인물들 역도 연기한다. 무대 하수 쪽에는 연주석이 있어, 북과 장구 같은 타악기와 놋대접 같은 마찰음 악기, 그리고 징과 꽹과리 소리로 극적 분위기 창출을 돕는다.

   
 

오민석, 윤광희, 문병주, 김용운, 이준희, 이인석, 이현주, 윤효원 등 출연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명확한 대사전달은 극 내용을 100% 전달시키고 연주자의 연주는 물론 능숙한 아나운서 역도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김혜지, 조명 김용호, 의상 더블스토리(홍정희 이원영), 그래픽 김 솔, 사진 김 솔 염혜주, 조명오퍼 박지은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상범 작, 황이선 연출의 <후산부 동구씨>를 연기자와 연출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