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김사월X김해원'의 앨범 '비밀'의 앨범아트.

8월은 끝나가지만 도무지 폭염이 가시지 않는 여름이다. 나들이도 못 가고 실내에만 있어야 하는 요즘, 처지는 기분을 음악으로 전환하길 권한다. 글렌체크의 '60's Cardin'과 같이 청량한 느낌의 신스팝으로 더위를 가시는 것도 좋지만, 반대로 여름에 공포영화를 보듯이 서늘하고 암울한 느낌의 음악으로 더위를 해소하는 것도 좋다. 이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들은 처지는 듯한 멜로디 속에 흘러넘칠 듯한 감정을 절묘하게 담아내,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함과 동시에 마음에 위로를 건넨다. 어두운 방 안에서 웅크리고 누워 듣기에 좋은, 서늘하면서도 따스한 음악 5곡을 소개한다.

 

깔끔하지만 강렬한 출사표, '애쉬뮤트 - Dive'


애쉬뮤트는 두 명의 프로듀서와 보컬로 이뤄진 팀으로, 몽환적이고 미니멀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인다. 이들이 작년 처음으로 발표한 곡 'Dive'는 물에 잠기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떠나간 이를 절박하게 원하는 감정을 그려낸 노래다.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편곡, 그리고 몽환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정의 보컬이 특히 돋보인다. 곡을 들으면서 화자의 변화되는 심리상태와 곡이 묘사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Dive'가 유일하게 발표된 곡인만큼, 곧 새로운 음원 발표와 공연 소식을 들을 수 있길 바라본다.

 

밤새 울고 있는 당신을 어루만지는 노래, '안다영 - Till the night there'


안다영은 제 23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K-루키즈'에 선정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 뮤지션이다. 그는 실험적 성격이 돋보이는 포스트 록을 기반으로, 불규칙하면서도 몽환적인 소리의 연속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을 쌓아올리고 있다. 그의 자작곡 'Till the night there'은 '어둠이 있을 때까지 눈물을 흘려버리세요'라는 뜻의 영어가사를 시작으로, 약 3분에 달하는 곡의 후반부가 '흐느껴 울다'라는 의미의 단어 'sob'만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흐느껴 우는 듯한 느낌의 기타리프와 풀밴드 악기가 더해져 곡의 감정선은 점점 더 고조된다. 아무리 토해내도 사라지지 않는 슬픔을 노래하고 이를 통해 마음을 어루만지는 곡이다.

 

서정성과 실험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 '못(Mot) - Cold Blood'


이름부터 서늘한 인상을 주는 'Cold Blood'는 초반부 마음을 고백하는 상황을 그리는 서정적 가사와 후반부의 유리와 같은 추억에 베여 차가운 피를 흘린다는 내용의 가사가 상반되는 느낌을 주는 곡이다. 가사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이이언의 힘 있는 보컬이 곡의 감정선을 더욱 고조시킨다. 못(Mot)은 특유의 몽환적인 음악으로 독보적인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는 팀이다. 최근 밴드 체제로 팀을 정비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마치 1분 1초가 계산된 것처럼 적절하게 특정 악기가 내세워지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아무리 곱씹어도 흥미로운 음악이다.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김사월X김해원 - 사막 Part 1'


'사막 Part 1'은 사막으로 누군가를 끌고 간, 그리고 매달려 간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막 Part 2'까지 총 2곡에 걸쳐 서사가 진행된다. 그중 첫 번째 곡의 경우, 어쿠스틱 기타가 잘게 배경에 깔리면 사막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느낌의 일렉 기타가 그 위에 얹힌다. 둘의 조합만으로도, 멜로디를 통해 유유하게 모래가 흘러가는 사막의 모습을 눈에 보이듯 그려낸다. 이처럼 첫 앨범부터 강렬한 작품을 선보여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김사월X김해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오직 멜로디만으로 구현된 한 편의 드라마, '스웨덴세탁소 - 버려진 것들'


스웨덴세탁소의 '버려진 것들'은 '그래도 나 사랑하지', '목소리'와 같이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들의 대표곡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낯선 느낌의 곡이다. 오싹한 느낌의 피아노와 발자국 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은 마치 한 편의 공포영화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버려진 것들'은 유기견, 멀쩡하지만 버려지는 가구 등 도시에서 버려지는 여러 대상에 감정을 이입해서 만든 노래다. 이 곡은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서 위선적인 인간을 주목하고 이를 비판한다. 자칫 난해할 수 있는 곡이지만 발자국 소리, 음산한 느낌의 콘트라베이스와 첼로, 높은 옥타브의 코러스 등의 요소가 곡의 분위기를 살리고 완성도를 높였다.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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