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집단 뮈토스의 오경숙 재구성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 @1984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로미오와 줄리엣@1984>는 시대적 배경을 조지 오웰의 <1984>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끌어 올렸다.

《1984년》(Nineteen Eighty-Four)은 1949년 출판된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1984년을 전체주의가 극도화된 사회로 상정하고 쓴 미래 소설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더불어 이후 디스토피아(dystopia, 반(反) 이상향)를 다룬 대부분의 예술작품에 영향을 준 원형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 이후 사회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오웰족'(Orwellian)이라고 부르게 될 정도로 파급력을 가졌다. 작품의 제목인 1984는 작가가 작품을 쓰기 시작한 1948년의 뒷자리 년도를 뒤집은 것이다.

전체주의는 모든 걸 통제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사람의 마음까지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1984>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자 조지 오웰이 소설 속에서 미래로 예견했던 전체주의의 가장 마지막 맥락이었다. 과거에 <1984>는 미래소설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소설이 되어버렸다.

<로미오와 줄리엣@1984>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떻게 생존하고 사랑할까를 함축적으로 그려낸 연극이다.

오경숙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미국 뉴올린즈대학 연극학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학원 연극학과를 졸업(MFA)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이고 연극집단 뮈토스의 대표이다.

   
 

엘렉트라, 커렐, 정화된 자들(Cleansed), 리퀘스트 콘서트, 뮈토스 3부작-트로이 원정/아가멤논의 귀향/신들의 선택, 레옹세와 레나, 트래비스티스-취리히 1917(Travesties, 그리스비극3부작-전쟁과 살인 그리고 신, 말하는 여자(Dictee), 영국왕 엘리바베스, 유형지, 깨끗한 집, 로미오와 줄리엣@1984를 연출한 미모의 여류연출가다.

무대는 탁자 다섯 개가 사선으로 비치되어 있다. 무대 좌우에 커튼으로 가려진 등퇴장 로가 보인다. 탁자위에는 전화기와 피아노 박자기가 놓여 째깍 째깍 소리를 낸다. 검은색 의상의 다섯 출연자들은 1968년판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1923~)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레너드 위팅(Leonard Whiting, 1950~)과 올리비아 허시(Olivia Hussey, 1951~)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의 주제가를 부르기도 하고, 극중 내용처럼 장검으로 결투를 하며, 원수로 지내는 캐플릿과 몬테규 집안이 아닌, 본래 사랑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남자 주인공 윈스턴은 줄리아라는 여성을 만나 모처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1984년으로 옮겨 온 로미오는 캐플릿 가의 가면무도회에서 줄리엣과 만나 역시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로미오가 결혼한 줄리엣은 바로 1984년의 줄리아 라는 설정이다. 결혼을 한 로미오는 본색인 사상결찰 오브라이언의 모습을 드러내고, 법규를 어기고 결혼한 윈스턴과 줄리아를 체포 구금시키고 고문까지 가한다. 결국 윈스턴과 줄리아 두 사람은 갈라서게 된다. 그리고 줄리아는 줄리엣의 모습으로 자살을 한다. 로미오는 줄리엣의 죽음을 보고 충격으로 그 옆에서 자살을 한다. 석방된 윈스턴과 줄리아는 결국 다시 대면을 하게 되지만, 사상과 사랑의 자유가 통제된 사회, 또는 의식이 기계적으로 구축된 사회를 보면서, 마치 현재 모든 사람이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만을 들여다보고 매달리는 기계적 현실과 비교하게 되고, 기계적으로 구축된 사회에서 자유스런 사상이나 사색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됨은 필자만의 우려일까?

   
 

남승화, 주예린, 김상혁, 박진원, 최선경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극적분위기 상승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감정의 상승이 아닌 음성만 상승시킴이 흠이라면 흠이다.

무대디자인 박장렬, 조명디자인 김철희, 의상디자인 이신옥, 움직임 이윤정, 분장 김성희, 사진 김명집, 캐스팅 디렉터 김준삼, 조연출 오세준, 조명오퍼 김나라, 분장보조 박지연, 그래필 김우연, 기획 이창훈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연극집단 뮈토스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조지 오웰 원작, 오경숙 재구성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1984>를 기억에 길이 남을 실험극의 창출이자 깊은 사색적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