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연극에는 '4대 요소'가 있다.

배우, 희곡, 관객 그리고 무대다. 최근 '서울연극제'가 그 중 한 요소인 무대를 잃었다.

1977년 시작해 내년 36회째를 맞는 '서울연극제'가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공연예술센터의 '2015년 정기 대관 공모 선정결과'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에 연극계는 즉각 반발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만들어 '서울연극제' 명단 제외에 항의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일방적 탄압 VS 적합한 절차…'서울연극제' 정기 대관 공모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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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27일 목요일 오후 6시, '서울연극협회'가 있는 스타시티빌딩에서 박장렬 회장을 만났다. 이번 '서울연극제' 정기 대관 공모 제외에 대해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대관 심사에 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자 간담회에 대한 반론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지 물어보기 위해서 만난 자리에 그는 한이 맺힌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한 주 바쁘게 지내신 것 같다. 어떻게 지난 한 주를 보내왔는지 궁금하다.

ㄴ 지난 24일 월요일 오후 1시 예술공간 SM에서 약 100명의 극단 대표자와 대표 위임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고, 만장일치로 '비대위'에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서울연극제 지키기 시민운동본부'로 명칭을 변경해 서울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운동으로 점차 확대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26일 수요일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저와 극단 대표, 배우 10여 명이 함께 문광부에 갔지만, 김종덕 문광부 장관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공연과 사무관을 통해서 청원서를 전달했다.

문광부에 전달한 청원서의 내용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2015년 제36회 서울연극제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아르코예술극장 및 대학로예술극장의 대관 승인'. 두 번째는 '지난 10일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센터장으로 부임한 유인화 센터장의 해임 요청'.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대학로 문화예술의 거점 기관인 한국공연예술센터와 현장 예술인들과의 협의체를 결성하여, 기관과 예술인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광부 차원의 협조'와 관련된 사항이다.

'서울연극제' 대관 심의 심사와 발표되는 기간은 언제였고, 평소엔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ㄴ 9월 중에 심의 접수를 했고, 10월 8일이 심의 마감이었다. 그리고 지난 14일에 심의 탈락 결과가 나왔다. 작년 같은 경우 심사를 끝내고 나면, 여러 팀이 신청을 하게 되면서 일정 조정을 하게 된다. 이번엔 전혀 전화가 없었고, 전화했을 때 기다려만 달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래서 통합된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센터장 부임으로 행정적으로 복잡해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는 것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난 2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서울연극제' 대관 심사에 대해서 '명단 제외 결과가 적합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ㄴ 먼저 '작품소개와 주요참여인력의 기재 미비로 인해 심의진행이 불가'했다는 것부터 짚어본다면, 이미 수십 년째 해 오고 있는 것이지만, 당장 내년 '서울연극제'에서 어떤 연극을 하는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료를 올릴 수 없었다. 대관신청서 작성 시 '서울연극제'는 참가작에 대한 공모, 심사 등을 진행하여 작품을 선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연극제 기간 명시(매년 4~5월 중 1개월)만을 하여 대관 신청을 해왔다. 4월이나 5월에 행사를 하고 정산을 하면 6월이 된다. 그리고 결과보고서는 7월이 훌쩍 가버려서야 만들어진다. 그리고 8월이나 9월에 다시 공지하면 심의 접수를 한다. 이렇게 하다 해가 가버리게 된다. 그다음 해에 정해지지 않은 연극 작품의 리스트를 넣으면 사기가 되는 것이고, 그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내년에 확정된 작품의 리스트를 보내달라고 했으면 우리는 당장에라도 보내줬을 것이다.

   
 

두 번째로 주장한 것이 '작품 내용상의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우리는 '서울연극제'의 심의를 집행부에서 심사위원을 구성하긴 하지만, 평론가협회, 배우협회, 희곡작가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등 여러 곳에서 추천을 받아 모여 심의를 한다. 심사위원 리스트도 밝히기 때문에 리스트 공개를 않는 대관 심사보다는 상당히 공개적이다. 우리 '서울연극협회'도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작품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들도 사실상 '주관'이 아닌 '대관'만 하는 만큼 당연히 수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쉽게 설명해, '서울연극제'를 사글세로 운영하는 커피숍에 비유하면, 그들이 커피숍의 메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주장한 것은 '유료 관객이 1%, 4%에 그쳤으며, 전체 유료관객 점유율도 평균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서울연극제'의 목적은 창작극의 진흥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 유료 점유율이 0%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료로 공연하든 그들이 신경 쓸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올라간 53편의 작품을 보면, 무료와 유료의 결정 여부는 우리가 정한 것이 아니라 극단의 컨디션에 따라 마음대로 디자인하게끔 배려해줬다. 행정이란 것은 예술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는 것이지, 예술가를 어떤 잣대에 규격과 틀에 맞춰서 행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작년 공연한 작품 중 '하나'가 유료 관객 점유율이 1%였다. 그 작품이 뭐냐면 '전국연극제' 대상작품이었다. 지방에서 공연하는 작품이 서울에서 하기 힘들어서 배려차원에서 하루 공연을 초청 식으로 진행한 작품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은 옳지 않다. 전체적인 자료는 내부 사항이므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번 '2014년 서울연극제'의 객석 점유율은 83.6%이며, 그중 유료 점유율은 56.2%다. 지난해 객석 점유율인 78%, 유료 점유율 42.1%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이번 문광부에 제출한 청원 사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서울연극제'를 운영할 건지 궁금하다.

ㄴ 작년부터 '서울연극제'를 서울시와 공동주최를 하고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이라는 선입견과 특수성 때문에 이제야 공동주최를 하게 됐다. 이제는 대상이 '서울시장상'으로 바뀐 만큼, 서울시와 노력을 해서 '서울연극제'를 진행은 할 것 같다. 하지만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할 수 없는 만큼, 피란민 신세가 될 것을 생각하면서 씁쓸함과 억울함을 전달할 방법의 '서울연극제'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 사태가 12월 안까지 정리가 안 된다면, 비상 체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해서 시끄럽고 피곤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로선 저들이 저지른 일인만큼, 그것에 대해 대항할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포맷으로 연극제를 디자인하고 이끌어가야 할 것 같다.

'서울연극제'를 지키기 위해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ㄴ 아직 집계를 정확하게 못 했지만 지키기 '서울연극제 지키기 시민운동본부'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분들이 1,300명이 넘어섰고(28일 금요일 현재), 여기에 극단 대표자 회의에 오신 분들이 서명지를 받아가신 상태다. 여기에 26일 시작한 '다음 아고라'에서 185명(28일 금요일 현재)이 서명하고 있다.

   
▲ 28일, 박장열 서울연극협회 회장이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서울연극제 지키기 시민운동본부

앞으로 '서울연극제 지키기 시민운동본부'가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알려달라.

ㄴ 28일 금요일 오후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음 주 목요일인 12월 4일에 역시 같은 장소에서 크게 문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제36회 서울연극제'는 어떤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ㄴ 공식 참가작 이외에 여러 가지 섹션이 있다. 아마 내년이 가장 좋은 작품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웃음) '서울연극협회'는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소통할 구조로 되어 있다. 문제를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문제를 일으킨 것이 우리가 아니지만,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며 껴안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인들은 역시 열심히 할 것이고, 많은 참여가 있길 바라며, 관공기관과 행정기관이 많은 도움을 주워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말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ㄴ 지금 머리 위에 '아직도 우리는 주인이 아니다'라고 쓰여있다. 20년 동안 지하 소극장에서 공연하다 "왜 이 상황이 바뀌지 않지?"라고 생각해 연극계 일종의 정치를 시작한 지 5년이 됐다. 그동안 느낀 것은 연극계 행정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각자 각자가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거고, 그 에너지가 모인 연대가 필요할 것 같다. 연극인이라면 누구나 분노하고 슬퍼할 일이기 때문에, 이번 일이 시작이라면 시작일 것 같다. 연극인들에게 이 사태가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해야 할지를 각인시켜주는 사태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일은 꼭 나쁜 일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좋은 일이 존재하듯이, 이번 일이 나쁜 일이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것이 분명히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연극 현장과 지원부서가 소통해서 연극계가 좋아질 수도 있고, 소통하지 못한다면 연극 현장인들이 싸워서 승리할 때까지 뛰는 투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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