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송용진 배우가 출연한 연극 '보도지침' ⓒ 벨라뮤즈

[문화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변화한 게 없는 이 시점에 본지에선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는 섹션을 연재한다. 매일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유 발언대를 마련했다. 그 자유발언의 분량과 형태는 자유롭게 이어질 예정이다.

스물세 번째 순서는 배우 송용진이다. 뮤지컬 '셜록홈즈', '마마 돈 크라이', '헤드윅'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그는 올해 초 오세혁 작가, 변정주 연출의 작품인 연극 '보도지침'에서 '김주혁' 기자를 연기했다. '보도지침'은 1980년대 제5공화국 시절,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방식을 폭로한 김주언 기자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당시 언론계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던 권력의 하부구조와 소통, 성장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송용진 배우는 이번 달 초, 예술가 검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일련의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맞서기 위해 7,449명의 문화예술인과 289개 문화예술단체가 참여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에 서명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광장 촛불 콘서트 - 물러나 SHOW'에 출연하기도 했다.
 
   
▲ 송용진 배우가 지난 12일 열린 집회에 참여해 인증샷을 남겼다. ⓒ 송용진 배우 페이스북
 
이번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에 서명한 계기를 들려 달라.
ㄴ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내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들었다. 시대는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1970년대로 역행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강하게 통제받아왔다. SNS에 올리는 글 한 줄도 사찰을 받는 시대에 살면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가들은 자신을 스스로 검열하게 됐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 받아 왔다.
 
연출가나 출연자의 정치색에 따라 예정되어 있던 국가 지원 공연이 취소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또 경험하며 이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대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예술의 여러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정권은 예술인 블랙 리스트를 작성하여 지원 사업 취소, 출연자 중도 하차 등 창조적인 방식으로 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더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있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경험하고 있는 한 예술가로서 이번 시국 선언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 18일 '박근혜 퇴진 광장 촛불 콘서트 - 물러나 SHOW' 공연 후, 참여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송용진 배우 페이스북
 
지난 18일, 청계광장에서 촛불 콘서트에 참여했다.
ㄴ 이번 촛불집회는 역대 가장 많은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다양한 방식의 시위로 마치 축제처럼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시민들이 얼마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런 시민의식을 전혀 따라서 오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사고로 국민을 마치 자신들의 종처럼 대해 왔다. 말 그대로 국민을 개, 돼지로 보고 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촛불 집회에 계속 참여해 오다가 뮤지컬 배우들도 우리의 작은 능력으로 시민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지난 금요일 시민들과 함께 청계 광장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었다. 늘 무대에서 사랑만 받아 오던 배우들이 그 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이번 촛불 집회에서는 광화문에서 더 많은 배우가 더 많은 시민을 만날 것이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고 시민들을 만난 생각에 흥분된다. 청와대에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비록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겠지만, 시민들의 힘을 뒤에 업고 노래한다면 '사자후'가 되어 청와대에 전달 될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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