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주인공 '수현'의 남편은 아내의 회사 후배와 불륜관계를 맺어왔다. 지금의 그는 아내가 믿고 아껴온, 딸을 맡겨둘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는 여자와 외도를 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용서될 수 없고, 심지어 그러고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명목 하에 자신의 아이를 가진 그 여자를 냉정히 내칠 수 있는 잔인한 남자로 그려진다.

   
 

이건 일면 팩트이고, 그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조금 궁금해졌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인권변호사였던 그. 그를 만나기 이전에 추악하고 타락해 반복되는 실망만을 안겨주던 세상을 살던 '수현'이, 그래도 이 남자라면 내게 그런 세상을 겪지 않게 해줄 거라 믿게 하였던 그를 이렇게 달라지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 현명하고 똑 부러지고 아름답기까지 한, 한 때 자신이 열렬히 구애했던 그녀와 가정을 꾸리고 토끼 같은 딸아이도 함께하는 삶에서, 어쩌면 완벽히 행복해 보이던 그는 그 가정 안에서 무엇이 결핍되었던 걸까. '외도'는 부부는 물론, 아직 미혼인 커플에게도 가능한 한 일어나지 않는 편이 좋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관계를 끝내도록 하는 최악의 한 수이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로 그 관계를 끝내더라도, 두 사람이 어느 지점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돌아보는 건 나 자신, 그리고 이 관계를 마무리하고 앞으로의 관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부분일지 모른다. 한 가정을, 또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만큼 위험하지만, 금지되어 있기에 더 열정적이어서일까, '외도'는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도 언제나 더없이 흥미로운 주제가 된다.

   
 

영화화되기도 했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같은 경우는 어쩌면 간단하다. 사랑이라는 걸 채 알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열정이 부재한 안정적인 삶을 위한 결혼을 택했던 '안나'는, 자신 앞에 나타난 젊고 매력적인 남자와의 열정적인 사랑 앞에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질 만큼 흔들렸고, 이는 눈에 뻔히 보이는 당연한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명백한 결핍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남들 눈에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커플이 다른 상대에 눈을 돌리는 경우는 더욱 흥미롭다.

영화 '라스트나잇'에서 '조애나'와 '마이클'은 서로 사랑해 결혼한, 이따금씩 사소한 다툼이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주변에서 이상적으로 보는, 남 부러울 것 없는 한 쌍이다.

그러나 '마이클'이 유부남인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섹시한 여자 동료 '로라'로 인해 약간의 균열이 생긴 이들은, '마이클'과 '로라'의 동반 출장 기간 중에 각자 유혹을 맞닥뜨리는데, '마이클'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유혹해오는 '로라'에게 넘어가 더 이상 '조애나'를 떠올리지 못하는 순간, '조애나'는 과거 사랑했던 남자 '알렉스'의 재등장으로 설레고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영화에서 안타까웠던 건, '마이클'에게 답답함과 한숨을 유발하는 '조애나'가, '알렉스'에게는 유쾌하고 멋있는, 아름다운 여자로 비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조애나'와 '알렉스' 그들에게 3년의 시간을 함께한 부부에 비해 서로 공유한 시간도, 추억도, 편하게 그녀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기회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도 '알렉스'와 함께라면 '조애나'가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일 것이라는 기대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과도한 미화이지 않을까. 그건 이미 한 차례 증명된 일이기도 하다.

아무도 그들을 갈라놓지 않았지만,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 의사소통의 부재, 환경적인 악조건 등의 많은 이유로, 자발적인 헤어짐을 이미 한 차례 택했었다. 그런 그들이 서로 없는 채로 몇 해간을 다르게 살아가다 이제 다시 함께하기를 선택한다고 해서 'happily ever after'가 되기는 쉽지 않다. 유혹은 언제나 존재한다. 어느 드라마에서 말하듯, '이 세상에 안전한 연애라는 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좀 덜 좋아해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연애가 있을 뿐'이지.

그럼에도, 그 유혹들에 흔들리지 않을 마음을 갖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을, 그 사람을 내게서 잃고 싶지 않고 과거가 되도록 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상대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을 때, 내 결핍을 채우는 것보다 지금 갖고 있는 사랑을 지키고 싶어지는 것일 테니.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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