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출연진들이 5일 프레스콜 공연을 마치고 무대 인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임문희 (카산드라 役), 황정민 (소냐 役), 김태훈, 서현철 (이상 바냐 役), 서이숙 (마샤 役), 김찬호 (스파이크 役), 김보정 (니나 役)

[문화뉴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가 안톤 체홉의 작품 캐릭터와 작품의 대사들을 현대적으로 쓴 것을 올리는 것 같다."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에서 '바냐' 역을 맡은 김태훈은 작품 소개를 하면서 안톤 체홉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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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 작품의 특징은 한강 위의 흘러가는 유람선 같다. 잔잔하지만 그 밑에는 엄청나게 큰 물살이 용솟음치면서 흘러가듯이, 현대의 삶이 다변화되고, 말도 안 되는 사고들이 극단적으로 일어나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평화로운 척해야 하는 삶을 반영하는 것 같다."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19세기 말 러시아의 사실주의를 대표한 인물인 안톤 체홉의 오마쥬가 가득한 이 작품은, 블랙 코미디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의 유명 작가 크리스토퍼 듀랑이 집필했다.

2012년 뉴저지의 맥카티 시어터에서 성공적인 초연을 마친 이 작품은 바로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에이리언'의 여전사 '리플리'로 유명한 시고니 위버가 출연하면서, 5개월간 매진 열풍을 이어갔다. 결국, 놀라운 흥행과 함께 2013년 토니 어워드 최고 작품상, 2013년 뉴욕 연극비평가협회 최고 작품상, 2013년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작품상 등 8개의 주요 시상식에서 총 9개 부문을 수상하고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얻었다.

유식한 대학교수 부모님으로부터 안톤 체홉의 희곡에 등장하는 '바냐'와 '소냐', 그리고 '마샤'라는 이름을 물려받은 세 남매의 범상치 않은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절망'적인 사건들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며 삶의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코미디다. 캐릭터 이름뿐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들과 행동들이 고스란히 체홉의 작품들에서 옮겨왔다.

   
▲ (왼쪽부터) 서이숙 (마샤 役), 김찬호 (스파이크 役)

'제15회 김동훈 연극상'을 최근에 수상하게 된 배우 김태훈과 최근 연극 '월남스키부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현철이 '바냐' 역을 맡았다. '바냐'는 세계적인 섹시 스타이자 동생인 '마샤'의 집에 살며, 삶의 의욕을 찾아볼 수 없는 무기력하고 냉소적인 중년이다. '바냐'는 체홉의 작품 '바냐 아저씨'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개인의 고립과 소통의 단절로 인한 상실과 괴로움, 열망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투영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자신의 희곡을 사람들 앞에 발표하는 장면은 체홉의 작품 '갈매기'에 나오는 '뜨레쁠레프'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역시 '마샤'의 집에 기거하며, 의붓오빠 '바냐'와 함께 치매에 걸린 양부모를 보살피며 젊은 시절을 보낸 50대 노처녀인 '소냐' 역에는 최근 영화 '카트'로 마트에서 해고당한 직원을 훌륭하게 소화한 황정민이 연기한다. '소냐'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고 무기력하다. 여기에 분노조절장애 증상까지 보이는 인물로 나온다. '소냐' 역시 체홉의 '바냐 아저씨'에 나오는 캐릭터로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은 인물로 등장한다.

다섯 번 이혼하고, 이번엔 젊은 애인인 '스파이크'를 데리고 나타난 왕년의 섹시 스타 '마샤' 역에는 최근 연극 '맨 프럼 어스'에도 캐스팅된 서이숙이 연기한다. '마샤'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냐'와 '소냐'에게 집을 팔겠다고 말을 한다. '마샤'는 체홉의 작품 '갈매기'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에서 이름을 따왔다. 체홉의 작품 '바냐 아저씨'에서 죽은 부인과 자신을 대신해 자신의 딸 '소냐'를 보살피며 시골 영지를 관리하는 '바냐'에게 그들의 삶의 터전인 영지를 팔겠다고 말하는 '세레브랴꼬프'와 관련이 있다.

'마샤'의 젊은 애인으로 막 배우 활동을 시작한 젊은 청년인 '스파이크' 역은 배우 김찬호가 맡았다. 최근 뮤지컬 '살리에르'에서 '젤라스'로 등장해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이번 작품에서 근육질의 섹시한 몸매를 극 중에서 뽐낸다. 그러나 자아도취에 흠뻑 취해 그 섹시한 근육질이 뇌까지 점령한 무개념 인물로 등장한다. 유명 여배우의 연하 애인 콘셉트는 체홉의 '갈매기' 작품에 나오는 '뜨레고린' 역과 유사하다.

배우를 꿈꾸는 젊고 예쁜 아가씨인 '니나'는 최근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달려라 장미'에도 출연 중인 김보정이 연기한다. 체홉의 '갈매기'에 등장하는 '니나'는 '갈매기'에 나오는 유명한 여배우 '아르까지나'를 존경하고, '뜨레플레프'의 희곡을 연기한다.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의 '니나'는 역시 유명 여배우인 '마샤'를 만나자마자 깜짝 놀라며 그녀를 따라다니며, 결국 '바냐'가 만든 희곡에 출연하기도 한다.

   
▲ (왼쪽부터) 황정민 (소냐 役), 임문희 (카산드라 役), 김보정 (니나 役), 김찬호 (스파이크 役), 서이숙 (마샤 役), 김태훈 (바냐 役)

마지막으로, 입만 열면 그리스 비극에서나 볼법한 저주와 예언을 쏟아 붓는 가정부인 '카산드라' 역할로는 뮤지컬 '어쌔신', '스위니 토드'로 뮤지컬 팬들에게 인지도를 쌓고 있는 배우 임문희가 맡았다. '카산드라'는 유일하게 체홉의 작품이 아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캐릭터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딸로 '아폴로'가 그녀에게 예지능력을 줬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저주도 동시에 내렸다. 결국, 트로이에 전쟁이 온다고 말을 했지만,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이번 작품의 '카산드라'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처럼 체홉의 작품을 알면 더 재미있고,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는 내년 1월 4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 문화뉴스 장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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