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까지 갤러리 도스 본관서 개최

출처 갤러리 도스, 이용재 ‘비상도’展 개최

[문화뉴스 MHN 김다슬 기자]이용재는 사람의 의도와 손으로 완성되고 시간이 흘러 빛바랜 이미지를 다시 재현한다. 그림을 그린 별거 아닌 그림이라고 시시콜콜한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관찰은 주체인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자신과 가까워지기 위한 세심한 설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으로부터 멀어져야 함을 필요로 한다.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온갖 영향으로 가득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게 있어 주변 환경이 별거 아니듯 요구하는 솔직함과 소위 개성이라 불리는 나다움이란 어쩌면 자신이 정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행위에서 비롯된 평가를 듣고 기호에 따라 걸맞거나 반하는 연기를 이어나간다. 때로는 열지 않아도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한 서랍 안에 비밀을 넣고 그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안심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무엇이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모순에 이끌리게 하는 것일까.

출처 갤러리 도스, 이용재 ‘비상도’展 개최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사연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이름 없이 떠돌고 어느새 잊혀져버린 이미지와 사용되고 남겨진 사물에 대한 연민은 대상에게 이름과 제 위치를 찾아주고 싶은 사명감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소실이 진행되고 있거나 완료된 낡은 이미지들은 작가의 의도를 통해 작위적으로 배치되고 재조명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로 인해 어떠한 주제로 화면에 존재하느냐는 질문조차 회피하듯 박제된 피사체로 보인다.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사연을 작품으로 끌어오는 방법을 당당히 여기지 못한 작가의 적극적인 주저는 추리극의 단서처럼 형상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게 그려진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희뿌연 색감은 위장무늬처럼 방어적으로 타자의 시선을 제한하는 동시에 지금껏 마음에 묻혀온 사유들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장담하며 깊게 새길 수 없었던 작가의 심경을 대변한다. 

출처 갤러리 도스, 이용재 ‘비상도’展 개최

 이미지들은 얼핏 보기에 또 다른 외부의 자극과 영향에 쉽게 씻겨 나갈 것처럼 희미하지만 느리고 무겁게 그려졌다. 마모된 전체의 모양을 지니고 있거나 명확하지만 조각난 부분의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이 흐릿함은 긴 시간이 만들어낸 풍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골동품으로 불리기 위해 빠르게 생산된 레플리카처럼 애초에 희미하게 제작되었다. 이는 과거 전쟁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며 가족이나 지인이라는 가까운 관계로 연결되어있지만 정작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들에 대한 전후세대의 드라마처럼 공허하다. 겪은 자들은 말이 없고 들은 자들은 소리친다. 한국인이라면 공감한다고 이야기되는 사건들은 사실 시간이 무정하게 구분지은 각자의 경험과 경험 사이에 얇은 경계선으로 적막하게 단절되어있다. 그 황량한 지점이 이용재가 말하는 자신이 왜 흐릿할 수밖에 없는지와 당당하지 못한지에 대한 이유이다. 

 이용재의 작품은 거칠지 않지만 친절하지도 않다. 명쾌히 정리되지 않은 문장처럼 웅얼거림으로 시작해 말끝을 흐리는 모습이다. 작품을 그리는 행위는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해에서 비롯되었지만 보는 이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를 거부한다. 속내를 오롯이 보여주기는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말하지 않은 고민에 대해 알아봐주길 바라는 모순과 불합리에서 오는 인간성이 사람으로 하여금 서로를 이해하도록 이끈다. 그 불명확함은 낯선 이에게 대접받은 차의 향기처럼 도리어 강렬히 기억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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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본관 기획 이용재 ‘비상도’展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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