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승현, 장설하, 장두이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40세 이혼녀에게 25세 연하남이 청혼한다.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이 가능한가?"

우리 사회의 남녀관계에 대한 변화된 사회상을 함께 표현하고자 한 연극이 대학로에 등장했다. 1968년 '아가씨와 건달들'의 작가 에이브 버러우스 연출로 초연되어 브로드웨이에서 히트된 코미디 작품인 'Forty Carats 연상의 여자(이하 40캐럿)'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그 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을 받고, 주연 여배우 줄리 해리스는 토니 연기상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로도 제작된 '40캐럿'은 1980년대 극단 '민중'의 레퍼토리로 여러 차례 재공연됐었다. 이번 재공연에선 비록 번역극이라 할지라도 급격히 변화되어 온 요즘의 시대상을 반영했다. 단지 웃음을 자아내는 소극의 재미보다는 등장인물의 심리 표현에 중점을 두어 향기 높은 희극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 [문화리뷰] "다이아몬드로 치면 내 나이는 40캐럿이라고!"…연극 'Forty Carats 연상의 여자'

오랜만에 극단 '향' 주관, 극단 '민중' 주최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선 40세 이혼녀 '앤' 역으로 섹시한 매력과 보이스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장설하가 캐스팅됐다. 그리고 25세의 연하남 '피터' 역엔 원조 꽃미남이라 불리며 방송 무대에서 사랑받는 배우 김승현이 연기한다. 또한, '앤'의 딸인 10대 '트리나'를 사랑하는 40대 남자 '에디'엔 믿음직한 연극배우 장두이가 열연한다. 2월 8일까지 예그린 씨어터에서 막이 오를 이번 작품의 주역인 3인방을 2주차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 13일 만났다.

이번 작품에 참여 하계 된 계기가 궁금하다.
ㄴ 장설하 : 극단 '향' 박미향 대표님과의 긴밀한 친분이 있었다. 연출을 맡으신 정진수 선생님께서 중요한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캐스팅을 해주셔서 선생님의 믿음을 등에 업고 열심히 연습했다. 제 어머니 역으로 나오시는 김용선 선생님, '피터'로 나오는 김승현 배우, 장두이 선생님은 물론이고 다 같이 연기한 분들이라 아주 행복하게 작품 연습을 한 것 같다.

김승현 : 저도 장설하 배우님과 마찬가지로 극단 '향'의 박미향 대표님과 긴밀한 친분으로 참여하게 됐다. (웃음) 훌륭하신 배우 선생님과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정진수 연출 선생님과 작업할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번에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장두이 : 이 작품을 정말 하고 싶은 이유는 제가 연상의 연인과 연하의 연인을 좋아하는 입장이어서였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토니상' 최우수작품 수상작이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잘 다루고 있다. 마치 경쾌한 재즈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쓰인 작품이다. 작품을 읽어보고 좋다고 생각했다. 스태프분들과 연기자분들이 모두 훌륭한 분들이어서 저절로 작품에 참여한 것 같다.
 

   
 

지난 8일부터 첫 공연을 열었고, 잠시 후에 2주차 공연을 시작하게 된다. 첫 주말에 연기 소감을 듣고 싶다.
ㄴ 장설하 : 저희가 독특하게 목요일에 첫 공연을 했다. 모든 공연이 그러하듯이 기간이 짧든 길든 간에 첫 공연이라는 것은 항상 미흡한 느낌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첫 주 소감을 물어보신다면 지난주 일요일까지 오신 분들한테 죄송하다. (웃음)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인간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그런 점에 재미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마지막 날까지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고 한다.

김승현 : 저도 말씀하신 것과 같은 생각이고, 덧붙이자면 배우분들은 항상 무대에 서면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올린다. 스스로 부족하거나 완벽하지 않은 공연을 할 때도 있다. 누가 과연 공연이 끝나고 100% 만족할 수 있는 연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연이 지금 한 달 기간을 갖고 있는데, 그런 실수하는 모습도 재밌게 봐 주실 것 같다. 매일 극이 똑같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매일 생방송처럼 공연하니 배우분들도 무대 분위기와 호응에 따라 톤도 달라진다. 연극 중에 좋은 생각이 나오면 새롭게 시도도 하므로 그런 것을 생각해주셔서 여유나 기회가 되시면 주변 분께 입소문 내 주시고 두 번씩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장두이 : 제 생각엔 이런 작품은 다섯 번 봐야 한다. 미국 작품이지만 인간적인 본능, 본질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고, 각 캐릭터가 가진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얽혀있다. 그래서 새로운 안톤 체홉의 작품을 만나는 것 같다.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의 관계가 전부 단순하지 않고 복선이 깔린 것이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오락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좋은 메시지와 교훈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웃으면서 동시에 생각해볼 만한 작품이므로 다섯 번 정도 봐야 할 것 같다.

김승현 : 그리고 '트리나'와 '피터' 역이 더블 캐스팅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연기를 각각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40대 이혼녀 '앤'과 25세 연하남 '피터'의 만남이 주된 내용이다. 본인들은 이런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장설하 : 그런 부분에서 편안한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 나이는 별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장두이 배우가 옆에서 말이 끝나자마자 박장대소를 하면서 "정말이야?"라고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게 할아버지가 되었던, 애가 되었던 그 사람을 만나고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본다. (장두이 배우가 계속해서 추임새를 넣자 잠깐 웃었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훨씬 남자다울 수 있고, '피터'처럼 나를 정말 보살펴줄 의지와 사랑할 의지가 강할 남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런 것이 오히려 두 사람을 더 강한 사랑으로 불타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 (장두이 배우와 같이 웃음)

김승현 : 저도 설하 누나와 마찬가지다. 실제로 저희 부모님 나이 차이가 크다. 아버지가 9살 정도 많으시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나이를 많이 먹어서 상대방이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연하이지만 선뜻 말도 못해보고, 내가 좋아해도 될까?"라며 망설이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저희 공연을 보시고 용기를 갖고 "사랑은 국경도 넘는다"는 말도 있듯이(웃음) 쟁취를 하셨으면 좋겠다.
 

   
 

장두이 배우 역시 로맨스 연기를 한다. 연하녀와 만나는 설정인데 역시 이런 설정에 대해 본인의 의견은 어떠한지?
ㄴ 장두이 : 실제 아내가 스무 살 이상 차이 난다. 이 작품을 대했을 때 이것이 파격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실제로 미국에 살 때 흑인, 백인과도 데이트 해 봤지만, 가장 인간적인 관계를 만나서 서로 사랑할 때는 더 이상의 파격은 없는 것 같다. 정말 좋아한다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엄마의 정원' 특별출연 외에 최근 들어 많은 연극에 출연하고 있다. 이런 연극의 매력이 있을 것 같다.
ㄴ 김승현 : 방송 매체보다 연극에서 성취감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시스템 자체가 스케쥴에 많이 쫓기다 보니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를 잘 모를 때가 가끔 있다. 연극 작품을 지금까지 많이는 하지 않았지만, 방송 매체보다는 좀 더 가족적이고, 팀워크가 더 좋고, 뭔가 작품다운 작품을 밀도 있게 완성해가는 과정이 보람되고 좋은 것 같다. 브라운관에서 열심히 활동할 거지만, 매년 한 작품씩은 꼭 연극 무대에 서서 좋은 배우 선생님, 관객들과 같이 호흡할 기회를 가지고 싶다.

여주인공답게 화려한 의상을 참 많이 갈아입는다. 고충이 남다를 것 같다.
ㄴ 제가 다른 공연을 할 때 옷을 많이 갈아입는 역할을 한다. 빨리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배역에 어울리고 예쁜 옷보다는 빨리 갈아입을 옷을 선택해야 할 때 배우로 가장 속상하다. 이번 경우엔 로맨틱 코미디이자 즐거운 공연이라 옷을 갈아입는 데 속이 상하거나, 감정 연결이 안 되는 문제는 별로 없긴 하다. 그대신 옷을 갈아입는 시간을 벌기 위해 장두이 선생님이나 전남편 '빌리' 역의 조현건 선생님 같은 경우 마임을 좀 해주셔야 한다. (웃음) 그런 부분들이 죄송스러워서 굉장히 빨리 갈아입으려고 애를 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갈아입는 것이 좋긴 하지만, 의상 한 벌로 가는 공연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장두이 : 가장 좋은 공연은 옷을 안 입고 하는 것 같다. (일동 웃음)

참으로 오랜만에 극단 '민중'에서 레퍼토리로 공연된 것을 한 것으로 안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ㄴ 장두이 : 우리나라 연극 극단의 경우엔 레파토리 시스템을 갖춘 곳이 거의 없다. 유럽 쪽엔 그런 극단이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월요일 '햄릿', 화요일 '리어왕', 수요일 '40 캐럿' 이런 작품을 돌아가면서 한다. 그전의 작품을 다시 발굴해서 새롭게 했을 경우, 시대의 조류에 맞게 재해석도 해야 한다. 그때의 연기자들이 아니라 지금의 연기자들이기 때문에 연기 내용도 똑같을 리 없다. 연출하시는 선생님과 제작진들에게 익사이팅한 과제일 것 같다. 모처럼 저희가 재공연을 참가하면서 "옛날엔 어땠었는데 이번에 하면서 이렇게 다르구나"를 느끼며 새롭게 다이제스팅한다는 점에 좋은 기회이자 의도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이번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의 말씀을 부탁한다.
ㄴ 장설하 : 어떤 분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옛날 극장 화면에서 정석을 보는 느낌"이라고 하셨다. 요새 연극이 힘들다. 객석도 많이 차지 않고, 여러분도 많이 힘드실 텐데, 가끔 더 많은 분이 와주셨으면 하는 속상한 마음도 있다. 요즘엔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통해서 홍보도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이 인터뷰를 보시고 추운 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으시다면 대학로로 마음 놓고 오셨으면 좋겠다.

김승현 : 말씀을 매우 잘 해주셔서 더는 할 말이 없다. (웃음) 많이 보러 와 주시고 저희 작품이 심오한 메시지가 있거나 어려운 작품이 아니니 시간을 내 주셔서 한 분 한 분 찾아주시면 저희한테 큰 힘이 될 것 같다.

장두이 : 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사랑이 이런 거구나를 생각했다. 그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분들은 반드시 이 작품을 봐야 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생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오셔서 '피터'와 '앤'이 키스하는 장면도 좀 보시면(장설하 배우 웃음) 좋을 것 같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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