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단순히 '랩'하는 뮤지컬이라 주목받은 게 아닌, 탄탄한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뉴욕의 라틴 할렘이라 불리는 맨해튼 북서부의 워싱턴 하이츠에 사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민자, 가난, 저학력 등 현대 사회의 '약자' 코드를 가진 인물들이 겪는 삶을 힙합과 라틴 음악으로 풀어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우스나비 역에 양동근, 정원영, 장동우(인피니트), 키(샤이니), 김유권(블락비), 로사리오 택시 회사 직원 베니 역에 김성규(인피니트), 박강현, 차학연(빅스 N), 안재효(블락비), 이상이, 아름다운 미용사 바네사 역에 오소연, 제이민,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한 워싱턴 하이츠의 희망 니나 역에 최수진, 나하나, 소니 역에 육현욱, 클라우디아 역에 이윤표, 다니엘라 역에 최혁주, 케빈 역에 심정완, 카밀라 역에 장재희, 칼라 역에 염민지, 피라구에로 역에 유승엽, 그래피티 피트 역에 주호, 앙상블에 신우석, 유성원, 박현우, 심형준, 장재웅, 윤소미, 이현아, 남궁혜윤, 박지은, 이호진(스윙)이 출연한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 관한 흔한 오해는 이 작품이 '랩' 위주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랩이 주된 소재로 활용되긴 하지만,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랩이 아닌 노래를 하고, 라틴 음악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다양한 구색을 갖춘 작품이다. 경쾌한 리듬을 기반으로 한 음악은 힘들지만 활기찬 워싱턴 하이츠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한다.

가난하고 무식한 외국인이라는 차별 속에 사는 이들의 꿈은 한결같다.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방식은 누군가에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누군가는 다리를 건너 시내로 진입하는 것이지만, 결국 '행복'을 원하는 것이다. 관객이 뮤지컬을 보러 오는 이유, 살면서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이를 클라우디아가 복권에 당첨된 사건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로 전한다. 한편으론 행복한 이벤트로 꿈을 꾸게만 하진 않는다. 폭동에 휘말려 우스나비의 슈퍼마켓이 부서지고, 가난에 치여 니나는 학업을 중단한다. 클라우디아의 당첨금을 물려받은 우스나비 역시 마지막 순간에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금 일어나서 희망을 꿈꾸는 워싱턴 하이츠의 모습을 통해 계획한 대로, 행복하게만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그런데도 살다 보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란 점을 관객에게 전한다.

대체로 관객들은 어느 공연장이든 음향 시설에 박한 점수를 주는 편인데 CJ토월극장은 뮤지컬 전용 극장이 아님에도 상당히 괜찮은 수준을 들려준다. 관람 전에는 랩 가사가 들리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공연에서 크게 안 들리거나 놓치는 부분은 없었다. 이런 점도 가사에 의지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이 보이는 극의 완성도와 닿아 있다.

   
 

3층 구조로 이뤄진 건물이나 '인 더 하이츠'의 상징과도 같은 다리 등의 무대 배경 역시 디테일까지 챙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단 훌륭한 외형적 완성도를 유지하고자 건물 내부 표현 방식이 독특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작품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이민자'라는 캐릭터를 살리고자 조연들의 말투를 지나치게 희화했다는 불편함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사장님 나빠요'에 여전히 웃을 수 있는 우리는, 정작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in the '하이츠' 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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