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집단 수다와 수현재컴퍼니의 장 진 작 연출의 꽃의 비밀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장 진(張鎭, 1971~)이 연극과 만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서다.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고, 고등학교 내내 주말마다 연극을 볼 정도가 됐다. 연기도 잘해서 고등학교 연극제에서는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연극 전공 학자가 되고 싶어서 지원한 미학과에 떨어진 후 별 고민 없이 서울예대 연극과에 지망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 그의 숨은 재능이 만개했다. 1994년 서울예전 문학상을 생전 처음으로 연극과 학생 장 진이 '허탕'이라는 희곡으로 수상했고, 연이어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천호동 구사거리'라는 희곡이 당선된 것. 더군다나 그 해 서울예대 재학생 중 유일한 신춘문예 당선자가 연극과 장 진이었다.

작품으로는 <매직타임> <아름다운 사인> <박수칠 때 떠나라> <웰컴 투 동막골> <택시 드리벌> <세일즈맨의 죽음> <로미오 지구 착륙기> <리턴 투 햄릿> <허탕> <서툰 사람들> <디셈버> <꽃의 비밀> <얼음> 등을 집필 연출했다. 2014년 대한민국 인천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안게임 개 · 폐막식 예술감독으로서 총감독 임권택과 함께 연출을 맡았다. 현재 문화창작집단 수다의 대표다.

<꽃의 비밀>은 이태리의 한 전원마을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일이 생업이지만, 남정네들은 축구경기에 열광해 빠지지 않고 경기를 관람하고, 축구경기를 보러 감네 하고 다른 여자에게 바람을 피우러 가기도 한다. 주부들이 가정을 지키고 자식을 키우지만 남편들이 설마 그러리라고는 생각을 못한다.

   
 

주요 경기가 있는 날 주부들의 모여 있는 집에 휴대전화가 걸려온다. 경기장 너머 유곽동네로 가는 산길 마루터기에서 남정네들이 타고 가던 승용차가 아래로 추락했다는 남편 중 한 사람의 전화다. 주부들이 놀래 어쩔 줄을 모르고, 마침 동석했던 나이어린 주부가 남편의 바람 끼와 축구경기가 있는 날 다른 여자에게 간다는 것을 알고 브레이크에 고장을 냈다고 고백을 한다.

여인들은 자신들의 남편의 그런 행동을 비로소 알고, 남편의 죽음이 천벌을 받은 당연한 것이라고 친다. 그러면서 아직 사망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남편이름으로 사망보험을 들도록 해서, 남편이 사고로 죽은 것을 발표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각자 타내자고 약속한다. 보험사 직원이 오는 날, 부인들은 각자 남편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보험사의 남녀 직원을 맞이한다.

당연히 직원들은 보험계약에 앞서 한 사람 한 사람 건강검진을 한다. 여인네들의 남성연기가 시작되고, 직장검사를 받아야 하는 주부의 남정네 연기는 보험사 직원에게 깊은 인상을 심기도 한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각자 보험서류에 서명을 한 후 보험사 직원은 돌아간다.그 때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고, 산길에서 추락한 남정네들이 다행히 높이 쌓인 눈 위에 떨어져 모두 생존을 했고, 마침 옆에 온천수가 흘러 추위를 모면했다는 소식의 전화다. 주부들의 허탈한 표정과 축 늘어진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한 주택의 거실이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고, 무대 오른 쪽에는 싱크대와 식기 그리고 선반에는 양념그릇들을 올려놓았다. 싱크대 오른 쪽으로 냉장고가 있다. 무대 중앙에는 긴 안락의자가 있고, 무대 왼쪽에는 벽난로에 불이 타오르고 그 옆에 의자를 놓아두었다. 정면에 커다란 문이 있어 외부로부터 출연자들이 들어오고, 무대 좌우에도 화장실과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천정에는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고, 갓을 씌운 백열등도 있다. 무대 오른쪽 중앙에 긴 기둥이 세워져 있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는 눈이 덮인 산길로 설정이 되고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는 교통 표지판이 백색의 긴 바위 같은 조형물에 부착되어 있다.

   
 

이선주, 구혜령, 배종옥, 조연진, 소유진, 이청아, 김보정, 박지예, 이동현, 최태원, 한아련, 전윤민 등 출연자가 각기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해, 각자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으로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 간다. 여성출연자들의 남성역의 연기 역시 폭소를 유발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이엄지, 소품디자인 이은아, 조명디자인 나한수, 음악디자인 김중우, 의상디자인 오수현, 분장디자인 오창렬, 조연출 유낭웅 이남수 그 외 스태프 전원의 기량이 공연에 드러나, 문화창작집단 수다와 ㈜수현재컴퍼니의 장 진 작 연출의 <꽃의 비밀>을 창의력과 연출력 그리고 연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걸작희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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