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신미양요 당시 미군을 상대한 조선군의 갑옷이 처음 상설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일부터 중근세관 조선실에 19세기 말 실제 전쟁에서 입었던 방어용 '면갑'을 처음으로 상설 전시한다.

면갑은 면 30겹을 겹쳐 만든 갑옷으로 이 전쟁에 참가했던 공군옥이란 사람이 입은 것이다. 면갑의 안쪽에 '공군옥'이란 먹물로 쓴 글씨가 있어 이 면갑의 실제 주인공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의 생애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박규수의 문집인 '헌재집'에 그의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일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이 면갑은 목둘레는 둥글고 앞길이가 길고 뒷길이가 짧은 전장후단형 배자 형태이며, 왼쪽 어깨는 솔기가 없이 한 장으로 연결되어 있고 착용을 위해 오른쪽 어깨를 텄다. 소매와 깃이 없고 옆선은 모두 트여 있으며 옆에 달린 고름을 매어 착용하였다. 앞길이 82.5cm, 뒷길이 75cm, 두께 1.5cm, 무게는 5.5kg이다. 6개의 문양이 흑색으로 날인되어 있다.

면을 여러 겹 겹쳐 만든 면갑은 신식 소총으로 무장한 외국 군인들의 총탄을 막을 방안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이 면갑은 조총의 탄알은 막을 수 있었으나 신식 소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871년 6월 강화도에서 벌어진 신미양요 때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미군들에 비해 조선군은 맨주먹으로 전투하는 것과 다름없이 여러 겹으로 겹쳐 만든 전투복만을 입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더운 날씨에 그들을 탈진 상태로 몰아넣었다. 조선군을 보호해 준 것은 면갑도 다른 어떤 무기도 아닌 그들의 애국심이었다.

이외에도 이번 교체 전시에는 금가루로 쓴 '대학장구'와 조선국왕이 중국 청나라 황제에게 보낸 외교문서 '표문' 등이 선보인다. 두 개의 '표문'은 1827년과 1852년에 중국 청나라 황제에게 올린 것이다. 한자를 먼저 쓰고 끝에 청나라 문자, 즉 만주어를 함께 썼다. 표문에 찍힌 도장 역시 한자와 만주어를 함께 사용했다. 푸른 종이에 금가루로 쓴 '대학장구'도 눈여겨 볼만하다.

푸른 종이에 아교에 갠 금가루로 글씨를 쓰는 것은 불교의 경전을 베껴 쓰거나 부처를 그리는 등 매우 존귀한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공경한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대학장구'는 중국 송나라의 주희가 사서의 '대학'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 책인데, 조선 시대 들어와 성리학이 더욱더 중요시되면서 유학의 핵심 경전인 '대학장구'를 공경하는 당시 사람들의 의식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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