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푸드컬쳐 디렉터 / 서울시스터즈 CEO 안태양 ansun1206@mhns.co.kr. 필리핀 야시장 떡볶이 장사를 시작으로 한국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기획하는 푸드컬쳐디렉터다.

[문화뉴스 MHN 안태양 아띠에터] '고객에게 기억 남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며 너도나도 스토리를 만들라고 하니 왜 만들어야 하는지는 알 테지만 사실 그런데도 내 기억 속에 남는 브랜드 스토리가 별로 없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브랜드의 색채를 띠며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며, 수많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쌓여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스토리텔링은 궁극적으로 고객으로 하여금 구매를 유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스토리가 너무 길어도 고객들이 이야기에 취해 구매로 안 이어질 수 있고 스토리가 너무 허황돼도 고객의 마음이 금세 식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토리를 만들 때 '30초'를 넘지 않으면서 정체성에서 파생된 브랜드 이미지 관련 '3단어'를 찾고, '3줄'을 넘기지 않는 333의 법칙을 많이 사용한다.

3단어/3줄/30초

이 스토리텔링 기법은 야시장에서 떡볶이를 팔며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이다. 외국 고객들 특히 한국을 잘 모르는 고객들은 한국 음식이 생소하다 보니 한 번도 보거나 맛본 적 없는 떡볶이나 김말이를 멀리서만 봐도 우리 매장 근처에 오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사정해서 고객들을 근처로 불러 모으면 나는 그때부터 나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총동원해서 떡볶이가 무엇인지, 김말이는 어떻게 먹는지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열정적으로 설명했었다. 그러면 손님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손님은 'REALLY? WOW!' 이렇게까지 반응하며 정말 좋아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다 듣고 나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서 기뻐하고 좋아는 하지만 '떡볶이 살래?' 물어보면 'THANKS NEXT TIME~' 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심지어 수다는 나와 실컷 하고 옆 가게 가서 음식을 주문하는 광경을 자주 겪으면서 스스로 되물음의 연속이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분명 즐거워했는데, 도대체 왜 안 사는 거지?' 생각하면서 결국 깨달은 사실은 스토리텔링은 가치나 정보 전달에서만 끝나면 안 된다는 것, 너무 길면 구매 욕구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수다, 설명, 대화와 '스토리텔링'은 차이가 분명히 있었다. 내가 하는 스토리텔링은 결국 내 브랜드를 고객의 기억에 안착시키고 구매로 이어져야 하는 '목적'이 있다는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수준에 맞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너무 익숙한 양념치킨이 외국 손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아주 '특별한 음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스토리 텔링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큰 기업들을 상대로 내 브랜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떡볶이 이야기를 다시 해보면 필리핀에 과연 나만 떡볶이를 파는 사람이었을까? 물론 야시장에서 파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당시 분식집 김밥집 떡볶이 전문점 심지어 일반 삼겹살집에서도 떡볶이를 사이드 메뉴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게 떡볶이를 잊지 못해서 거의 매달 페이스북 쪽지를 받고 글을 남기고 어디 가면 살 수 있냐는 연락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집 떡볶이가 정말 너무 맛있어서?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가격에 단가 맞추려면 대단한 재료를 넣어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도 왜 우리 집 떡볶이를 그리워하고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기억해줄까? 그건 바로 스토리텔링 덕분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고객들은 우리 집 떡볶이가 가장 맛있고 가장 한국적이며 한국을 경험한다고 느끼게 돼버린 것이다.

로컬 회사들부터 중국 회사들까지 정말 많은 기업이 한국 브랜드들을 직접 만들고 해외 진출시키고 있는 이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자신의 브랜드가 고객들의 머리에 기억되려면 스토리텔링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가끔 큰 대기업에서 자본력과 광고로 홍보하는 제품도 아닌데 해외에서 성공하고 자신의 분야를 아주 탄탄하게 키워가는 한국 제품들을 볼 때면 그것을 더욱 크게 실감한다.

해외에서 성공하고 잘된 한국 브랜드나 제품들은 자본력이나 광고로 고객들의 기억에 남거나 성공한 것이 아니라 고개들의 입소문 결국 스토리텔링이 잘 자리 잡아서라고 생각한다. 그중에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브랜드는 '파파 레시피'의 '봄비 마스크팩'과 '로우로우 RAWROW'의 가방이다. (직접 이 두 브랜드를 찾아보시면 스토리텔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브랜드는 어떤 스토리를 품고 있는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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