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한다는 필리버스터...원래 뜻은 해적? 역대 필리버스터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고대 로마서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원래는 해적을 의미하던 스페인어
대한민국,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 최초 시작...이종걸 의원 역대 최장 기록

[문화뉴스 MHN 권성준기자] 종종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신청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경우가 있다. 필리버스터란 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을 의미한다.

의회에서 법을 입법시킬 때는 다수를 차지한 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서 종종 수적 우위를 이용하여 법안이나 정책이 통과되는 경우가 있다. 필리버스터는 이때 소수당이 다수당의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필리버스터를 행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가 발동될 경우 1인당 1회 토론이 가능한데 이때 토론 시간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자리를 비우거나 의제와 관련이 없는 발언을 하지 않을 경우 한없이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토론 시간을 통해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하도록 합법적인 방법으로 방해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재적의원의 1/3 이상이 요구할 경우 발동할 수 있으며 토론자가 더 이상 없거나 1/3 이상이 종료를 원한다면 정지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원전 59년 고대 로마의 집정관 카이사르는 귀족들이 소유한 토지를 군인과 평민에게 나눠주는 농지개혁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원로원에서는 법안을 제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연설하는 방법으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게 하였다. 당시 로마는 해 질 녘까지 회의를 끝내야 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로도 의원 제도를 가진 국가에서 종종 등장하였다. 필리버스터란 용어가 사용된 것은 1854년 미국에서 네브래스카 주 신설 법안 의결 문제였었다. 의결에 반대하는 반대파 의원들이 하던 방해 행위를 필리버스터라 부르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필리버스터는 원래 서인도 제도의 식민지 선박을 공격하던 약탈자 또는 해적 샤락선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였다. 미국에서 남미의 혁명이나 쿠데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규군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면서 영어에 추가되었고 이후 정치적인 단어로 변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필리버스터가 실시되었던 것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료 의원이었던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 동의안을 막기 위해 5시간 19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연설하면서 안건을 무효화 시켰었다.

이후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10시간 15분을 발언하면서 3선 개헌을 막으려 했으나 실패하였고 1973년 국회의원 발언시간이 45분으로 제한되면서 사실상 폐지되었다. 하지만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면서 부활하였다.

필리버스터가 부활한 이후 처음 사용되었던 사례는 2016년 테러방지법 의결이었다. 이 당시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192시간 넘게 필리버스터가 진행되었다. 이 필리버스터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이 연계하여 진행되었으며 이때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12시간 31분을 진행하여 역대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9년에는 공직선거법 의결을 두고 필리버스터가 사용되었으며 당시 필리버스터는 세계 최초로 의결 찬성파가 참가하여 토론을 진행하였다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또 같은 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9일 공수처 법 개정안, 국정원 법 개정안, 대북전단 살포 처벌 규정을 담은 남북 관계 발전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 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가 있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원래 5건의 쟁점 필리버스터 안건 중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과 사회적 참사 진실 규명법이 제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