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29일 오후 2년만에 돌아온 연극 '프라이드'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지난 21일 개막해 7월 2일까지 긴 여정을 떠난 연극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17년, 두 시대를 사는 필립과 올리버, 실비아를 통해 성소수자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개인의 이야기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역사라는 큰 기둥에 한 글자씩 새겨지는지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연극 '프라이드'는 배우 출신의 극작가 '알렉시 캠벨'의 작가 데뷔작으로 2008년 영국 로열코트극장 초연 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17년 삼연을 맞아 2014년, 2015년 초연과 재연 당시 큰 흥행을 이끌었던 필립역의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올리버 역의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실비아 역의 임강희, 김지현, 이진희, 남자 역의 이원과 양승리 외에도 새롭게 필립 역의 성두섭과 올리버 역의 장율까지 모여 13명의 배우가 함께한다.

총 3시간의 작품 중 1시간 30분가량을 선보인 하이라이트 시연은 필립 역 정상윤, 올리버 역 정동화, 실비아 역 임강희가 출연한 1막 1장, 필립 역 성두섭, 올리버 역 장율, 남자 역 양승리가 출연한 1막 2장, 올리버 역 박성훈, 실비아 역 이진희가 출연한 2막 3장, 필립 역 이명행, 남자 역 이원이 출연한 2막 4장, 필립 역 배수빈, 올리버 역 오종혁, 실비아 역 김지현이 출연한 극의 마지막 장 2막 5장으로 이뤄졌다.

   
 

하이라이트 시연을 통해 동성애자가 성소수자가 아닌 치료받아야 할 질병처럼 취급받던 1958년, 모든 것이 억압받던 시기에서 방황과 갈등을 맞이한 부동산 중개업자 필립, 동화 작가 올리버, 필립의 아내 실비아 세 사람의 이야기가 많은 것이 개방된 2017년 포토그래퍼 필립과 게이 칼럼니스트 올리버, 둘 사이의 피스메이커 실비아의 이야기와 뒤섞이며 긴 러닝타임에 개의치 않고 눈길을 끄는 '프라이드'의 매력을 선보였다.

세 명의 주역 외에도 1958년의 '동성애 치료'를 담당한 의사 역의 이원과 과감한 상체 노출을 불사하며 독특한 매력을 뽐낸 2017년 나치 복장의 코스튬 플레이어 역을 소화한 양승리도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하이라이트와 포토타임이 진행된 후 김동연 연출과 각색을 맡은 지이선 작가를 필두로 이원, 양승리, 장율, 박성훈, 정동화, 오종혁,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임강희, 김지현, 이진희 배우가 참여하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 좌측부터 김동연 연출, 이원, 양승리, 장율, 박성훈, 정동화, 오종혁,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임강희, 김지현, 이진희, 지이선 작가.

세 번째 공연 진행하며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는지. 또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는 부분이 있는지.

ㄴ 김동연 연출: 제가 재연, 삼연 되는 공연을 꽤 자주 연출해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초연 때 만든 것을 잘 유지하는 것만 해도 그 공연의 가치를 빛나게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 뭘 또 바꿨다. 새롭게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서 실제론 거의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런 부분은 있었다. 3년 전에 이야기를 갖고 관객을 만나려고 준비할 때 과연 이 이야기가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와 어떤 반응을 하느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초연이 잘 됐고 재연이 잘 됐으니 삼연까지 왔겠지만, 반응들이 뜨거웠고 그게 단순히 특정한 게 아닌 각자가 가진 고통과 외로움이 많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관객들께 초, 재연 때 선보일 때만 해도 개인이 가진 아픔. 그리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역사에, 사회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한 거 같다. 그게 없어진 건 아니고 그런 부분들도 여전히 공존하고 그런 부분이 온전히 전달되기 위해 배우들과 삼연을 하면서도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한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고민들, 이게 우리와 맞닿은 부분들이다.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서 이런 부분들에서 원작자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조금 더 드러내놓고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주제를 갖고 원래 하려던 이야기인데 그걸 감췄던 건 아니지만, 관객에게 더 와 닿게 이야기하고 더 정면으로 이야기하고 각 개인에게 이야기하는 자존감을 찾는 것과 맞닿아있다는 이야기를 더 소중하게 전달해보자는 심정으로 아주 작은 미세한 차이들을 만들어냈다. 감정, 포즈, 시선의 타이밍, 음향 큐의 타이밍 같은 세세한 것으로 전체적으론 바뀐 건 없지만, 관객들이 느끼기에 좀 더 사회적 메시지와 맞닿아있구나. 개인의 이야기가 역사와 끊어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삼연을 준비했다.

   
 

'프라이드'가 레퍼토리화되며 시간을 두고 관객을 만나고 있다. 같은 작품이어도 시간이 흘러가며 관객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체감하는 부분이 있는지.

ㄴ 지이선 작가: 무척 많이 체감하고 있다. 제가 오늘 여기 나온다고 나름 두 개의 리본을 달고 나왔다. 하나는 모두 잘 아시는 '노란 리본'이고 하나는 재작년 '프라이드' MD로 팔았던 팔찌다. '프라이드'의 상징인 무지개띠를 가지고 리본 팔찌로 묶어서 팔았는데 완판을 기록했던 물건이다(웃음). 두 개의 리본이 상징하는 게 시대의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는 거 같다. 자신의 의견과 사회에 대해서 차별과 혐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불의에 대해서 그것이 아니라고 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작년 겨울부터 굉장히 많이 느꼈다(웃음). 몇 년 전부터 일어나는 여성혐오에 대한 발언 수위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시대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는 거 실감한다.
이번 작품 준비하며 연출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3년 사이에 시대가 빨리 달라졌고 젠더 감수성과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 약자에 대한 이야기가 높아진 이때 '프라이드'가 어떻게 관객을 만나야 할까. 저희는 '역사'라는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무브먼트를 준거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거나 역사가 펼쳐지더라도 누군가가 여자라서 성소수자라서 약자라서 아이라서 가난해서 차별, 혐오, 배제 받는 세상이 아닌 예외 없이 평등한 세상이 오길 기다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로 그런 세상이 진짜 오면 '프라이드'를 안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다. 저희는 모두 아주 아주 기쁘게 그 날을 기다리게 될 거다.

   
 

배우로서 소수, 차별 이런 부분에 대해 직접 연기를 한 배우로서의 소감도 듣고 싶다.

ㄴ 배수빈: 이 작품이 워낙 저흰 성소수자를 이야기하지만, 어떤 사회의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어떻게 보면 은연중에 많이 저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을 저 역시 차별받는 분들에 대해 연기를 하면서도 다시 한번 상기되는 것도 있다. 또 제가 너무 잊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들을 이런 공연하며 일깨워보고 저 자신에게 각성을 주는 역할, 계기가 되는 거 같기도 하다.
이번 삼연을 하면서도 이 작품에 다시 출연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근데 또 잊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한번 일깨울 수 있겠다. '프라이드'란 작품이 워낙 이전에 사랑받은 작품이기에 다시 한번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지금이 아니면 좀 힘들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웃음). 연식이 조금씩 되어가니까(웃음).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많이 함께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거침없이 참여하게 됐다.

   
 

이번 삼연에 새롭게 합류했다. 초, 재연에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에 부담도 있을 텐데.

ㄴ 성두섭: 저는 다행인지 아쉬운 건지 초연, 재연을 못봤다. 그래서 오히려 좀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이 있었다. 대본을 읽으며 아예 보지 못했던 점이 도움된 것도 있던 거 같다. 그래서 큰 부담을 느끼며 참여하진 않았고 대본의 길이가 엄청나기에 대사의 압박은 좀 있었지만(웃음) 나름대로 즐겁게 참여한 거 같고 지금도 공연을 하며 좋은 배우들과 서는 것만으로도 기쁘게 서고 있다.

ㄴ 장율: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프라이드'란 작품에 참여하게 되면서 저도 이 대본을 받았을 때 느낌이 떠오르게 되는데 굉장히 뜨겁고 한편으로 따듯한 작품이라 생각했다. 사실 선배님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제게 부담이었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최근 성소수자를 다룬 이야기가 극으로 많이 올라오는 거 같은데 어떤 이유가 있는지.

ㄴ 김동연 연출: 그 전체적인 현상이나 시류에 대해 제가 이야기하긴 쉽지 않은 거 같다. 제가 그렇게 작품을 선택하진 않기 때문이다. '프라이드' 같은 경우에는 저는 다른 작품들 봤을 때랑 다른 느낌이 있었다. 이건 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느낌이었고 그래서 좀 더 매력적이었다. 중요한 점은 특히 작가님과 많이 이야기했는데 실비아의 존재가 훨씬 더 이 작품을 우리가 해볼 수 있겠다 싶게 만든 거 같았다.
성소수자 이야기라고 해서 남자들의 문제로 엮어버리면 그 부분만을 이야기하는 거 자체가 마음에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시류에 그런 공연이 많기에 여기에 맞춰서 가려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 처음 대본 읽었을 때 실비아의 존재가 이것들을 감싸서 많은 사람에게 더 넓은 공감을 얻겠다 싶었다. 왜 그런 작업들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남자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좋은 캐릭터가 존재해서일 수도 있고 시대가 그런 이야기를 좀 더 재밌게, 흥미롭게 바라보며 어떤 감동적인 부분을 얻으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다. 제가 딱 이야기하기엔 기획하는 분들에게 여쭤보는 게 낫다(웃음).

   
 

ㄴ 지이선 작가: 제 생각엔 이런 것도 있다. 시대가 달라지며 이런 일들이, 차별과 혐오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근데 조금씩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에 성소수자 이야기가 많이 다양하게 한국에 좀 더 빨리 온 거 같다. '렌트' 같은 건 7, 80년대에도 이미 영미권엔 있었고 한국에 이런 작품들이 많이 도착한 건 한국의 시대가 긍정적으로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자신을 대입해서 볼 수 있는 공감대나 경청의 태도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 같다. '프라이드'를 하면서 3시간이란 긴 작품을 끝까지 보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다. 오늘 1시간 30분 동안 보신 것도 힘드셨을 텐데. 그런 걸 끝까지 보시면서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건 그런 시대가 온 거 아닐까 싶다.

   
 

이 작품에서 주요 배역을 여러 명 캐스팅한 이유가 있는지.

ㄴ 김동연 연출: 삼연까지 오면서 다 한 번씩 이 공연을 했던 분들이랑 같이 하자는 게 첫 번째로 삼연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였고 그러면서 새로운 인물들도 같이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한 명씩만 캐스팅한 게 성두섭, 장율 배우다. 모으다 보니 많아졌다(웃음). 굉장히 고생했고 덕분에 5일 동안 10번을 봤다.

ㄴ 지이선 작가: 3시간씩 2번씩 보게 되니 연출님 허리가 굉장히 안 좋아졌다.

ㄴ 김동연 연출: 그런데 다 모아놓고 나니 행복하고 즐겁다.

ㄴ 지이선 작가: 명절이다. 명절(웃음).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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