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의 김혜련 예술총감독 이강백 작 김광보 연출의 '여우인간'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이강백은(1947~)전북 전주 출생으로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후「셋」(1972), 「알」(1972), 「파수꾼」(1974) 「결혼」(1974), 「보석과 여인」(1975) 「족보」(1981), 「쥬라기의 사람들」(1982), 「호모 세파라투스」(1983), 「봄날」(1984)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1987), 「칠산리」(1989), 「물거품」(1991),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 「북어대가리」(1993), 「자살에 관하여」(1994) 등을 발표하고, 1982년 동아연극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 1989년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하였으며, 『이강백희곡전집』이 평민사에서 4권까지 간행돘다. 

여우와 늑대는 둘 다 개과 동물이긴 하지만 늑대와 대비되어 여성적으로 많이 표현된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여우가 오래 살면 요술을 부리고 사람을 홀린다 하여 경계했으며, 구미호, 요호, 매구, 여우누이 등 요괴로 자주 등장한다. 같은 과에 속하는데도 개는 귀신을 쫓는 동물 취급을 받는데, 여우는 요물 취급을 하고, 더구나 사람들은 여우를 보는 족족 잡아 죽여서 조끼, 코트, 목도리 등을 만들어 입으면서도 여우를 사악한 요괴취급을 하니, 인간의 본성이 본래 이런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한국어의 숙어에서 "여우"를 많이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경우는, "토끼같은 자식들과, 여우같은 마누라"가 있다. 그리고 속담중에서는 "여우같은 마누라와 같이 살아도, 곰같은 마누라와 같이 못 산다"는 속담도 있다.

구미호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중국의 <산해 경>이다. 이 책에는 '청구에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산다.' 는 기록이 나오나, 사람을 해친다는 기록은 없다. 반면에 같은 책에 다른 곳에 기술된 구미호에 대한 기록에서는 사람을 해친다는 기록이 나온다. <산해 경> 자체가 후대에 여러 차례 가감 변조되었기에 그리 표현이 되었으리라. 청구라는 나라는 청구영언에 있듯 한국을 지칭하는 단어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구가 처음부터 한국을 뜻하는 표현은 아니었으며, 원래는 동쪽의 신선세계, 동쪽의 나라, 혹은 중국 고대 점성술에서 동쪽에 뜨는 별의 이름이었다가 삼국시대 때부터 한국을 지칭하는 말이 된 것이다. 동이의 개념과 같이 지칭하는 언어가 변한 경우다.

우리설화에서는 여우가 천 년 묵어 변하는 요괴를 순우리말로 매구라고 부른다. 또 삼국유사에는 아래의 여우에 대한 전설 몇 가지가 나오나, 이 중 어느 것도 구미호를 지칭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신라 시대 밀본 법사에 대한 기록을 보면, 왕궁에 숨어 선덕여왕을 오랫동안 아프게 하여 법척이라는 승려를 데려다가 치료하게 하였으나 효과가 없자 밀본법사에게 부탁하는데, 밀본법사가 <약사경>을 읽자 그의 지팡이가 날아가 여우와 법척을 찔러 뜰아래 내던졌다는 전설이 나온다. 같은 책의 원광법사 전설에도 검은 여우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여우는 강력한 힘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나이가 3천 살이 넘은 삼기 산의 산신(토속 신)이 원광의 이웃에 있으면서 주술을 닦고, 여우를 여우귀신이라 부르며 무시하니, 그 주술 승을 산사태로 죽게 하고, 원광을 중국에 가서 유학하도록 도와준다. 학계에서는 여기서 원광을 현교 세력으로, 산신을 여우 귀신이라 부르고, 무시하다 죽임을 당한 주술 승을 밀교 세력으로 본다. 여하튼 이 책에서 여우는 선한 존재로 나오나, 수명이 있는 유한한 존재다. 유학에서 돌아온 원광에게 부탁해, 정해진 날 원광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죽이도록 청한다. 거타지 설화에서도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승려의 탈을 쓰고 용의 간을 빼먹는 사악한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거타지의 화살 한 방에 죽는다.

연극 <여우인간>에서는 구미호가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기야 곰이나, 늑대, 능구렁이나, 독사 같은 인물이 정치판에 뛰어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연극의 내용은 원래 인간의 모습이만, 동물들 중 가장 아름다운 꼬리를 단 여우인간들이 덫에 꼬리가 잘리거나, 가족에 의해 꼬리가 절단된 후, 함께 상경해 인간과 어울린다는 설정이다. 시청 앞 시위대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기관원이 되고, 날치기꾼이 되고, 개혁연대의 비서, 화장실 청소부로서 일을 하면서, 인간들이 국가적 난국에 처할 때면, 귀신에 씌거나 홀린 것처럼, 여우에 홀린 것으로 묘사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게다가 사냥꾼이 자신들을 추적하고, 엉덩이를 벗겨 꼬리 잘린 부분을 확인해, 자신을 체포하려 한다는 소식까지 듣게 된다. 그러면서 여우인간들은 1개월에 한 번씩 남산타워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 애쓴다.

상경한 여우인간들 각자의 생존 모습이 극 속에 그려지고, 여우사냥꾼의 악착같은 뒤쫓기가 이어지면서, 현재 정치현황과 국가적 난국이 하나하나 배경 막에 영상으로 투사되거나, 난국은 역사가 되풀이 되듯 늘 되풀이 된다는 대사로 소개된다. 물론 젊은 여우와 인간의 사랑이 절묘하게 펼쳐지고, 목숨을 잃기도 하면서 어려운 현실을 견디고 버텨야하는 상황과 여우사냥꾼의 악착같은 추적이 극에 그려진다. 그러나 그 사냥꾼이 신의 벌을 받았는지, 추적 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대단원에서 젊은 여자 여우인간의 귀향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작가는 뫼비우스 띠를 인용해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이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우파 뒤에 좌파가 집권하고 좌파 뒤에 우파가 집권한다]는 시대적 정치적 흐름이라든가, 역사가 되풀이 된다는 명제를 이 극에서 부각시키려 애쓴다.

무대는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극적분위기와 시대적 배경, 그리고 인물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킨다. 출연자들이 무대 좌우 벽면에 의자에 앉아 등장 순을 기다리는가 하면, 문짝 틀 형태의 조형물과 의자를 들고 나와 장면변화에 대응한다. 연로화가가 이젤과 그림책을 들고 나와 펼쳐놓고 해설을 하기도 하고, 방송출연 장면처럼 정치평론가를 등장시켜 시국설명을 하기도 한다. 출연자들은 백색계통의 의상을 착용하고, 도입과 대단원에서 술래잡기놀이 표현으로 여우관련 동요를 부르고, 공연중간에 삽입된 청정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성격창출에서나 열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이창직, 강신구, 김신기, 주성환, 한동규, 이철희, 박세기, 박진호, 김유민, 유연수, 문경희, 김정환, 문호진, 유영욱, 하인환, 조용진, 김근영, 허재용, 신해은, 장석환, 한정훈, 이지연, 유미선, 정예림, 김동석, 정상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서울시극단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트루크 양윤석, 제작감독 송기정, 무대미술 황수연, 무대감독 장연희, 조명디자인 이동진, 조명 프로그래머 한상용, 조명 어시스트 조은희, 조명테크 원기택 권민균 김문숙 김효중 박경곤 이주혁, 음향디자인 채소영, 음향크루 김영수 계명준, 영상 강영만, 영상오퍼 임채정, 의상 이명아, 의상스텝 유영우 차세련 김진아 임유나, 분장디자인 김선미, 분장 통미분장연구소, 분장스텝 송지환 김민지 백보경 박상아 김다인, 음악 장한솔, 움직임 고재경, 조연출 한상웅, 제작진행 최나라 박성연, 기획 홍보 오정화 김수진, 홍보지원 김혜미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나타나, 서울시극단의 김혜련 예술총감독, 이강백 작, 김광보 연출의 <여우인간>을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