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족', '혼밥ㆍ혼술문화', '혼밥러'... 우리는 왜 혼밥러가 되었나
개인주의의 확산, 1인 가구 증가, 그 자체의 이점 등
혼밥ㆍ혼술,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삶이었던 이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상기해야 할 것

[문화뉴스 금별 기자] 일명 '혼밥족', '혼밥ㆍ혼술문화' 등 홀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로 지칭되는 이 단어는 새로운 동향을 띄는 문화로써 일컬어지며 최근 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웃어른과 함께 밥을 먹는 '밥상머리 교육'에 익숙한 우리가 어떻게 홀로 수저를 들게 되었을까?

개인주의의 확산 - 1997년 IMF 외환 위기

그 배경 중 하나로, 개인주의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과거 동양 사회는 한 마을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사는 농경사회였다. 주로 쌀농사를 했는데, 벼가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했던 탓에 농가 간에 물을 대주는 관개 시설의 발달로 마을 주민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시될 수 밖에 없었다.

사진=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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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 국가이자 가족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에서 가족 국가라고도 불렸다. 사회는 가족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사회의 운영 원리를 관계 중심적인 가족의 운영 원리에 따라서, 구성원간 화합과 조화로움을 중시하고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집단주의적 문화가 상대적으로 보다 발달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과거 1997년 말에 발생한 IMF 외환 위기 당시, 국민들이 각자의 소중한 물건들을 하나 둘씩 내놓으며 힘을 합쳐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사진=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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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집단주의의 경우 집단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집단 내 구성원 간의 관계 유지를 특히 강조해, 학연·지연·혈연 등의 관계를 중시하는 연고주의 문화가 존재하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체면을 중시하고 눈치를 보며, 예의를 차리는 의례적인 언행을 하는 것, 거절을 어려워하는 등의 모습도 사람들과의 관계중심적 사고와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지녔던 우리나라에 2000년을 전후로 경제 위기, 기술·산업의 발전, 자본주의의 발달 등과 함께 개인주의 의식이 점차 확산되기 시작한다.

사진=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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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열린 ‘X세대에서 낀낀 세대로, 40대 그들은 누구인가’ 심포지엄에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40대는 군부 독재에 맞선 선배 세대의 도덕주의·이념주의에서 벗어나 개인주의·자유주의의 세례를 받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개인주의 세대의 등장을 알렸다”고 말했다. 그런 40대에게 1997년 IMF 사태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는데, 바로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회의이다.

같은 해, 한국사회 여론연구소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한국 현대사 사건은 1997년 외환 위기이다. 국가 경제, 기업의 붕괴 속에서 사람들은 개인의 조직에 대한 충성이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조직이나 단체보단 그 속에서의 개인의 능력을 보다 중시하게 되는 의식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사진= IMF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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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와 더불어, 과거부터 관계중심적이었던 우리나라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오는 스트레스와 문제점들도 사회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며 사회 내에서 개인의 의사, 개성을 보다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나홀로 라이프'를 주창하는 혼밥혼술 문화의 형성에 있어 하나의 큰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가구원이 한 명인 '1인 가구'라는 가구 형태의 증가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혼자 살래요"...'1인 가구'의 증가

통계청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1인가구 비율은 30.2%로 이는 2000년의 15.5%에 비해 배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2000년과 2019년의 1인가구 비율 그래프. 통계청 제공
사진= 2000년과 2019년의 1인가구 비율 그래프. 통계청 제공

물론, 이러한 1인 가구의 증가 원인으로는 이혼, 별거로 인한 가족 해체의 증가,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독신가구의 증가, 젋은 세대의 비혼, 만혼 추세의 강화 및 혼인율의 감소, 일자리로 인한 대도시 청년 독립가구의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1인 가구가 증가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 양식도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자연스레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식품, 음식점들도 생겨나며 혼밥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형성된 것이다.

사진=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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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으로는 1인 가구의 수가 우리 사회에서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혼밥ㆍ혼술문화와 같은 '나홀로 문화'에 사람들의 인식도 더 이상 낯설거나 부정적인 것이 아니게 됐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익숙한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는 혼밥이 우리 사회에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잡는 데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혼밥ㆍ혼술이 편해요"

덧붙여, 혼밥혼술이 가지는 그 자체의 이점 또한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혼밥혼술은 메뉴를 결정하고, 음식을 먹고 계산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혼자 진행함으로써 시간을 단축해 효율적이다.

사진=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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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챙겨먹는 것이 간편하기도 하지만 또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대적을 유리할 수도 있다.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현대인들에게 혼밥 문화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홀로 '편안함' 속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점들이 존재하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혼밥혼술 문화는 낯선 모습에서 점차 자연스러운,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뀌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엿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오늘날 혼밥ㆍ혼술문화는 개인주의의 등장, 1인가구 증가, 혼밥ㆍ혼술 그 자체의 이점 등의 이유가 맞물려 우리가 향유하고, 익숙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로써 '혼밥ㆍ혼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과의 경계를 희미하게 해 관심을 져버리게 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상기해야 할 것이다. '혼밥ㆍ혼술'이 하나의 문화로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처음부터 '필수불가결한' 삶이었던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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