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2003), 삼국시대 백제 신라 간의 전투

평양성(2010), 삼국시대 신라 고구려 간의 전투

왕의남자(2005), 조선시대 연산군과 광대의 만남

구르믈버서난달처럼(2010), 조선시대 임진왜란 대동계

[문화뉴스 전유진 기자] 한국인에게 제일 인기 많은 시인 ‘윤동주’를 흑백으로 담백하게 담아낸 영화 ‘동주’, 연산조 당시의 궁정의 갈등과 욕망을 표현하면서도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인 영화 ‘왕의 남자’, 그 외에도 ‘사도’, ‘황산벌’ 등 한국 영화에서 굵직하게 한 축을 담당한 이 역사영화들은 모두 이준익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 3월에 개봉한 ‘자산어보’까지 어느새 10개 가까이 시대극 영화를 제작했다. 단순한 역사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역사 속 ‘사람’을 담아내며 많은 감동을 안겨준 이준익 감독의 영화. 이에 작품의 개봉 순이 아닌 영화의 역사사건 순서대로 살피며 이준익 감독의 역사영화의 배경, 관람 포인트, 작품 소개까지 다루었다.


사진=씨네월드 제공
사진=씨네월드 제공

◆ 황산벌(2003)

이준익 감독 식 사극 영화는 영화 ‘황산벌’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처음으로 코믹과 사극을 엮어 퓨전 사극을 선보였고 관객들에게 그의 이름을 강하게 인식시켰다.

영화 ‘황산벌’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660년, 삼국시대이다. 당시 고구려, 신라, 백제 3국의 분쟁이 계속 이어졌고, 신라와 당나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백제에는 삼천 궁녀로 유명한 의자왕이 있던 때이다.

영화는 백제와 신라가 최후로 맞붙은 황산벌 전투를 중심을 전개된다. 그 당시의 일화들을 볼 수 있는 것도 관람포인트이다. 계백이 나가기 전 일족을 모두 죽였다는 것부터, 신라가 고구려를 향해 가는 것이라고 백제 신하들이 애써 외면하는 것, 화랑이 스스로 죽음의 문턱으로 걸어가 신라군의 사기를 올렸다는 이야기까지. 말로만 혹은 글로만 읽었던 황산벌 전투를 화면으로 만나 볼 수 있다.

구수한 사투리도 특징이다. 신라, 백제가 각각 경상도, 충청-전라도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 기반하여, 등장인물들은 각각 지역에 맞는 사투리를 구사한다. 계백과 김유신이 서로 만나 사투리로 언쟁을 벌이는 명장면은 유명하다.

황산벌은 당시의 전투를 경쾌하게 그려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출연 배우는 계백 역의 박중훈, 김유신 역의 정진영, 거시기 역의 이문식, 안내상, 우현, 김선아, 김승우, 전원주, 신현주 등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평양성(2010)

아쉬우니 한 번 더. 영화 ‘평양성’은 ‘황산벌’ 이후 8년 후 이야기를 담았다. 이전 ‘황산벌’과 마찬가지로 사투리, 코믹과 역사의 만남 등의 기조가 유지되었다. 같은 삼국시대 배경이며 백제를 차지한 신라가 고구려로 향하는 내용이다.

고구려의 강력했던 지도자 연개소문이 죽고 나서 후계자 싸움으로 어지러운 틈을 타 당나라와 신라가 고구려를 노린다. 연개소문의 둘째 아들인 남건이 이에 맞선다. 결국 마지막 보루인 평양성에서 신라와 고구려가 마주한다.

영화 ‘황산벌’과 ‘평양성’을 잇는 감초 역의 ‘거시기’도 등장하며 영화의 맛을 더했다.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거시기’는 8년전의 황산벌 전투에서 혼자 살아남았지만 다시 징집이 되어 이번에 평양성으로 같이 떠났다.

영화 ‘평양성’에서는 김유신 역의 정진영, 거시기 역의 이문식, 고구려 남건 역의 류승룡 등이 출연했다.


사진=시네마서비스 제공
사진=시네마서비스 제공

◆ 왕의 남자 (2005)

조선 역사 상 왕의 칭호를 받지 못한 왕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임진왜란 당시의 광해군으로, 훗날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었다. 또 한 명은 조선의 10대 왕인 연산군이다. 영화 ‘왕의 남자’는 이 연산군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연산군은 많은 신진 사류를 죽이는 무오사화를 일으키고, 연산군의 생모였던 윤씨의 폐비와 관련된 수십명을 살해하였다. 이에 결국 중종반정에 의하여 폐왕이 되었다.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 그리고 그를 폭정과 사치로 내몰았다고 알려진 그의 애첩 녹수까지. 대중들에게 인식된 이미지가 딱 여기까지 라면, 이준익 감독은 이러한 연산조에 ‘광대’를 집어넣음으로써 그의 폭정 속 숨어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무소불위의 왕이 가지지 못한 광대들의 자유와 신명이 주된 이야기가 되며 당패의 광대 장생과 공길이 연산군과 엮여간다. 연산군은 광대들을 만족해하며 궁 내 거처를 마련해주지만, 광대들이 공연할 때 마다 누군가를 죽이며 궁을 피바다로 만든다. 여기에서 시작한 갈등의 씨앗이 남사당패와 녹수까지 번져 나간다.

영화 ‘왕의 남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흥행에 성공하고 확실하게 이준익 감독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광대들의 화려한 놀이와 가면도 풍족한 볼거리였다. 또한 배우 이준기의 매력을 새롭게 세상에 선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왕의 남자’에는 장생 역의 감우성, 연산 역의 정진영, 녹수 역의 강성영, 공길 역의 이준기, 유해진 등이 출연했다.


사진=SK 텔레콤 제공
사진=SK 텔레콤 제공

◆ 구르믈버서난달처럼 (2010)

영화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이준익 감독이 영화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5년 반 만에 선보였던 사극 영화였다. 이번 영화는 화려한 CG, 휘황찬란한 영상미보다는 하나하나의 굵직한 연기와 인간미 넘치는 시선들로 채워졌다. 이야기의 맥락은 간단하지만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다.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를 시종일관 빠르게 전개해가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임진왜란이 배경이다. 때는 1592년 선조 25년이다. 임진왜란의 기운이 조선의 숨통을 조여오고 민초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정여립, 황정학, 이몽학은 평등 세상을 꿈꾸며 ‘대동계’를 만들어 관군을 대신하여 왜구와 싸우지만 조정은 그들을 역모로 몰아 대동계를 해체한다. 영화는 그 이후 대동계의 수장이 된 이몽학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여러 작품에 비하여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숨은 명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왕의 남자’와 ‘황산벌’에서 보여준 풍자와 해학이 여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구르믈버서난달처럼’에서는 황정학 역의 황정민, 이몽학 역의 차승원, 이지혜 역의 한지혜, 백성현 선조 역의 김창완, 한신균 역의 송영창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전기까지의 작품들은 대체로 풍자와 해학성이 짙게 묻어났다.  '왕의남자'와 '구르믈버서난달처럼'과 같이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역사 사건이 아닌, 내용을 주제로 재구성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 이후 다룰 조선 후기의 영화는 '사도', '동주', '박열', '자산어보'들은 비교적 이준익 감독의 최근 작품들이다. 그렇기에 이번 기사에 다룬 작품들과 다른 분위기 및 특징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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