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프로젝트인 ‘공백’과 ‘하례리 창고’ 출품
제주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건축에 많은 고민
훗날 자신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시간을 버텨내는 건축’을 지향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 지질공원,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는 세계적인 자연 관광지이다.

특히 제주 올레길을 비롯하여 제주도 해안 길, 한라산, 성산일출봉, 대포 주상절리, 천지연폭포와 같은 옛날부터 유명한 관광지 외에도 제주도 집라인, 씨워킹, 해녀 체험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들이 더해지면서 누구나 한 번쯤 가봤고, 또 가보고 싶은 여행 목적지이다.

제주도 해안가에 위치한 복합문화시설 '공백', 본래는 냉동창고로 만들어졌던 이 곳을 카페와 갤러리로 리모델링하였다.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 건축사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노경
제주도 해안가에 위치한 복합문화시설 '공백', 본래는 냉동창고로 만들어졌던 이 곳을 카페와 갤러리로 리모델링하였다.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 건축사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노경

하지만 요즘에는 제주 관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맛집 투어’와 ‘카페 투어’다. TV에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을 방문하고, 유명인이 오픈한 카페, 혹은 도시에서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를 방문하는 것이다.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이런 먹거리, 장소는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객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익숙한 장소이기 때문에 사실 제주도의 개발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게 느껴진다. 하지만 제주도민으로선 어떤 생각일까?

한때는 개발자의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제주도민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배려하고, 건축으로서 제주도민의 삶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건축가가 있다.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Space+Form Laboratory)의 최무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Space+Form Laboratory) 최무규 대표 인터뷰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Space+Form Laboratory) 최무규 대표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Space+Form Laboratory) 최무규 대표

 

Q. 2021 젊은건축가상에 출품하신 작품들 소개 부탁드려요.

제주도에서 작업한 두 프로젝트인 ‘공백’과 ‘하례리 창고’ 프로젝트만 제출했습니다. 

서울에서도 작업을 하지만, 특별히 제주도에서 진행했었던 프로젝트만 제출한 이유는 제가 지난 5년 동안 제주를 지속해서 방문하면서 제주의 개발이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또 이율배반적으로 그 개발을 실행하는 사람으로서 오는 틈새로부터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에요. 

 

최무규 건축가는 매년 12월~1월에 한 해동안 진행했었던 프로젝트들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출력본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최무규 건축가는 매년 12월~1월에 한 해동안 진행했었던 프로젝트들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출력본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저는 제주를 사람들이 소위 ‘제주가 많이 변했다’라고 하는 시점 이후에 처음 가봤어요. 그래서 ‘제주가 어떻게 변했다’, 혹은 ‘이렇게 망가졌다’라는 말에 공감할 수가 없었죠. 단지 이후에 사드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빠져나갔지만, 그 자리를 내국인 관광객들이 채우면서 여전히 제주도가 관광지의 지위를 이어나가는 변화들이 제 눈으로 본 제주도의 모습이었죠. 

제주도 상업건축을 계획하는 입장에서 제주도 관광에 대한 이해 없이는 건축에 접근하기 어려워서, 많은 생각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제 나름대로 제주도 지역성의 정체는 거대한 관광단지라고 답을 내렸어요.

이렇게 제주도의 지역성을 설정하고 풍경을 바라보니 제주도는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었어요. 굉장히 트렌디하고, 힙하고, 또 그 트렌드가 굉장히 빨리 변화하는 곳이었죠. 시장 규모를 봤을 때도 제주에서의 상업시설은 육지에서의 상업시설과는 다르다고 느껴졌죠. 그러다 보니 제가 고민해야 하는 규모도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카페 공백은 갤러리와 바다 산책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더불어 자연까지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노경
카페 공백은 갤러리와 바다 산책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더불어 자연까지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노경

그런데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단시간 내에 급등하는 상업적 가치들과 부동산 가치들이 제주 사람들에게 아름답기만 한 얘기는 아니란 걸 듣게 되었어요.

개발로 인한 많은 제주 사람들의 슬픈 사연들,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제주도민 처지에서 개발의 역사라고 하는 것을 외면한 채, 그 결과로 만들어진 현재의 풍경만을 바라본다는 것은 너무 편향적인 시각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공백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주 사람의 관점에서 이 건축이라는 것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가 매우 큰 질문으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공백

제주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우리 동네가 개발되어 이렇게 유명한 카페가 생긴다고 하는 것을 박수 쳐 줄 만한 일로 보려고 하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으로부터 시작한 설계.

이 카페가 제주 주민들한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면, 건축가가 듣고 봐왔던 제주도민의 실생활과는 모순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건축가 나름대로 그 모순을 해결하려는 고민이 깃든 작품.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이 건축물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이 깃든 작품/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노경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이 건축물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이 깃든 작품/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노경

 

하례리 창고

‘감귤 농가의 연수익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에서부터 출발한 프로젝트. 18,000평이라는 거대한 대지 중 8,000평 이상이 감귤 비닐하우스로 이루어진 곳.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농가를 비롯해 주변의 많은 감귤 농가들의 수익 역시 하락하고 있는데, 이 하락하는 농가 수익을 보존하는 방법이 묘연한 상태에서 건축으로 무언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도. 기존에 있는 농업시설과 연계한 상업시설이 있으면 훨씬 더 부가가치가 높을 것 같다고 느껴졌음.

하례리 창고 전경/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하례리 창고 전경/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특히 ‘농가 자체가 본인들의 수익을 보존할 수 있는 보조적인 장치들을 스스로 가질 수 있다’라고 하면 조금 더 큰 틀에서 봤을 때, 제주도 사람들에게 뭔가 이바지할 수 있고, 주변에도 어떤 큰 영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함.

풍족하게 주어진 것이라곤 돌, 콘크리트, 시간뿐인 조건에서 비록 서툴지라도 제주도 업체 사람들의 시간에 비례하는 정성이 담겨있는 작품.

 

Q. 영감을 받는 곳이 있다면 주로 어디에서 받으시나요?

보통 저는 땅을 만나고 난 후에 많은 그것들을 결정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처음 땅을 본 순간 갑자기 생각들이 떠오르는 건 아니에요. 굉장히 오랫동안 자주 땅을 방문하고, 그 땅 안에서 큰 설계의 방향들을 다 결정하죠. 이때 땅이라는 건 단지 대지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하늘, 태양, 바람, 나무와 같은 주변의 환경들을 다 포함한 개념이에요. 그 장소에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죠. 

 

사무실 한편에는 제주도 현무암을 비롯해 여러가지 샘플들이 놓여있다.
사무실 한편에는 제주도 현무암을 비롯해 여러가지 샘플들이 놓여있다.

사실 건축가라고 하는 존재가 지적인 존재, 지식인 혹은 엘리트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여겨지는데, ‘영감’이라고 하는 비이성적인 영역을 건축설계라는 과정 안에서 그 존재를 인정하기엔 좀 껄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학교 강의를 가끔 하지만, 교수님한테 ‘어느 날 무언가에 영감을 받아서 이렇게 풀어냈습니다’라고 하면 교수님들한테 ‘학교 그만 다니고 싶냐’라는 답을 듣게 되죠(웃음). 

그런데 저는 글로 표현할 수 있고, 이성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하면, 굳이 그걸 건축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한 인간으로서 건축가도 분명 영감과 같은 비이성적인 부분을 지니고 있는데, 그런 비이성적인 부분은 건축설계의 과정에서 인정하지 않아, 다시 말해 건축가 없이 프로세스만 남는 그런 건축을 지향하고 싶진 않아요.

 

한 프로젝트의 모든 데이터들을 모아 출력한 책 내부. 사진과 설명, 도면은 기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케치했던 드로잉과 메모들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한 프로젝트의 모든 데이터들을 모아 출력한 책 내부. 사진과 설명, 도면은 기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케치했던 드로잉과 메모들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Q. 건축 설계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요즘에는 과연 이 건축물이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가? 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재료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고, 건축 구법에 대한 것, 또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제가 더 방점을 찍고 싶은 건 “건축설계라는 프로세스 안에서 과연 내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냈는가?”인 거죠.

저는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결국에는 앞서 말한 재료, 구법, 기술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그럼 많이 하자 때문에 고통받고, 결국은 시간을 버텨내지 못할 거라고 봐요.

첫 번째로는 이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가 얻어야 하고, 두 번째는 이 건물을 소유하고, 가꿔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면, 후에 다시 방문했었을 때 완전히 다른 건물이 되어있다던가, 더 극단적일 때 건물을 팔아버리시죠. 그래서 저는 건축설계를 할 때 이 건축물을 소유하고 가꿔나갈 사람들이 채워나가야 하는 부분들을 여백으로 남겨놔요. 

 

하례리 창고 마당의 포디움(podium). 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도 있지만, 이 건축물을 가꿔나가는 사람이 건물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일부러 비워 놓는 공간들을 의도하였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하례리 창고 마당의 포디움(podium). 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도 있지만, 이 건축물을 가꿔나가는 사람이 건물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일부러 비워 놓는 공간들을 의도하였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예를 들어, 하례리 창고에는 마당에 아주 큰 포디움이 있는데, 그곳에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았어요. 지금은 12그루의 나무가 심겨 있지만, 건물을 소유하고 가꿔나가시는 분이 본인이 좋아하는 나무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나무가 심어져야 하는 12개의 자리를 비워놓았죠.

저는 이렇게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을 건축가가 만들어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유한 분이 본인 나름대로 가꿔나가는 것이 가능해질 때 이 건물이 시간 속에서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Q.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세요.

왜 이 동네에 있는가에 관해 얘기를 하면 어떨까 싶어요. 한국에 다시 들어오면서 건축에서의 재료나 구법을 다시 한번 제 나름대로 배워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어요. 재료에 대해서 좀 더 내 손으로 느끼고, 알고 싶다는 게 좀 컸었죠. 

제가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아무래도 프랑스어는 서툴다 보니, 제가 단어 하나, 문장의 구조 하나에 대해 고민하면서 말을 해야 했었는데, 그런 걸 건축에서도 느껴보고 싶었어요.

 

처음 목재부터 시작했다는 최무규 건축가/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처음 목재부터 시작했다는 최무규 건축가/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그래서 처음에는 나무부터 시작해보자 해서 목공을 공부했었고, 그다음에는 철을 다뤄보자 해서 지금 이 동네에 오게 됐어요. 지금 이곳에 와서 금속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배웠어요.

예전에는 스테인리스는 스테인리스, 철은 철, 알루미늄은 알루미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생산되는 프로세스들을 보고 다뤄보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금속성들에 대해서도 경험하게 되었죠. 

 

공백의 바닥중 하얀색 테라조로 마감된 부분에는 일정한 패턴들이 있다. 사람들 눈에 잘 띠는 부분은 아니지만, 건축사사무소가 있는 문래동에서 직접 만든 알루미늄 심볼들을 사용해 패턴들을 나타냈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노경
공백의 바닥중 하얀색 테라조로 마감된 부분에는 일정한 패턴들이 있다. 사람들 눈에 잘 띠는 부분은 아니지만, 건축사사무소가 있는 문래동에서 직접 만든 알루미늄 심볼들을 사용해 패턴들을 나타냈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노경

되게 흥미롭게 다가왔던 점은, 저희 같은 경우에는 주로 설계하고, 시공의 가능 여부는 주로 현장 작업자들을 통해서 듣게 되죠.

그런데 업체마다 시공 능력의 편차가 커서 똑같은 작업도 어떤 업체는 할 수 있고, 어떤 업체는 안된다고 해요. 근데 시공 업체 전 단계에 있는 임가공업체를 직접 만나고 경험하게 되다 보니까 좀 더 재료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깊어지고, 더 합리적인 디테일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열리더라고요.

 

Q.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인가요?

항상 기억에 남고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현재 하는 프로젝트죠.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아이디어까지 정해진 상태이고, “하례리 창고”가 매개가 된 약 4,500평 정도 규모의 땅에 근 15년 동안 수집되어온 팽나무 숲이에요. 조경사이신 건축주분이 개발의 과정에서 잘려 나가는 팽나무들을 수집하신 거예요.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는 팽나무 숲을 제가 건축으로 틀을 잡아보겠다고 한 프로젝트죠.

 

제주도의 풍경, 제주도 그 자체를

귀하게 보고, 아껴서 관광했던 시절로 다시

저는 이 프로젝트도 결국엔 상업시설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훗날 건축을 포함한 팽나무 숲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날이 오겠죠.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취향이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제주에 있기에 좋은 건축과 정원’이라고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 욕심일 수도 있지만, 제주의 다양한 상업시설 방향 안에서 제 나름대로 한 방향성을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

 

Q. 포트폴리오의 표현이 굉장히 특이하신데,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맨파워의 결핍’으로부터 탄생하게 되었다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스케치라는 도구를 건축주를 설득하고자 하는 프레젠테이션의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만 알아볼 수 있고, 건축주들은 못 알아보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우리 사무실처럼 소규모 사무실에서는 매번 이 작업을 CG로 대응할 수가 없어요. 이 CG라는 작업이 아주 많은 시간과 맨파워를 요구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건축주한테 프레젠테이션하는 중간 도구로서 스케치보다는 구상적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리얼하지는 않은 콜라주(collage)라는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죠.

 

최무규 대표의 콜라주(collage) 작업/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최무규 대표의 콜라주(collage) 작업/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콜라주는 건축주한테 CG 이전 단계에서 뭔가 전달하려고 하는 목적에 충실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빨리 만들어져요. 그러다 보니까 다듬어지지 않는 생각, 감성적인 부분들을 좀 더 과장해서 전달하게 되죠. 

저는 건축주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 이성적 산물이 아닌, 훨씬 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이미지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건축물이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라고 하는 것을 CG에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자연 환경과 같은 많은 공감각적인 요소들이 CG 한 장에 담길까요? 저는 모든 걸 다 담아낼 수 없다고 하면, 오히려 이미지에 보정 값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판타지라고 표현해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나타낸 거죠.

 

건축물을 이미지화하는데 CG를 많이 사용하지만, 최무규 건축가는 '판타지'라는 요소가 가미된 콜라주 이미지가 자신의 작업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고 말한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건축물을 이미지화하는데 CG를 많이 사용하지만, 최무규 건축가는 '판타지'라는 요소가 가미된 콜라주 이미지가 자신의 작업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고 말한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홈페이지

 

Q. 어떤 건축가라고 불리고 싶으신가요?

저는 건축이 대중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대중문화를 축복하는 건축가로 보이면 좋겠어요. 대중문화는 그 사회의 산물이자 그 시대의 이정표, 혹은 그 시대의 단면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축복할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건축이 고급문화, 혹은 특정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대중들이 건축을 소비하는 양상이나 그 수준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가 있다’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만큼 대중문화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보고 있어요.

 

사무소 한편에 놓여진 건축모형
사무소 한편에 놓여진 건축모형

건축가가 설득해야 하는 상대는 아주 소수의 건축주일 뿐, 건축이 맞닿아 있는 대중문화의 속성은 대중에 의해 소비된다고 하는 지점이고,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지점은 건축주 너머에 있는 대중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어요.

영화로 얘기하면, 마치 영화사 대표님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꼭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대중적인 건축을 한다’라는 것이 단순히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그런 얄궂은 건축 표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문화의 양상이 이미 많이 달라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생존이죠(웃음). 각자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많은 분이 다 똑같은 생각일 것 같아요. 단지 이 생존이라는 것은 ‘건축가’로서 생존을 말하는 거죠. 그런데 이 ‘건축가’로서 생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과거 작업했었던 미술 작품이 사무소 한편에 오브제처럼 놓여져있다.
과거 작업했었던 미술 작품이 사무소 한편에 오브제처럼 놓여져있다.

어떤 식으로든 프로젝트는 계속할 수 있겠지만, 어떤 프로젝트 안에서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죠.

또,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간을 이겨내는 건축을 만들려고 하는 지향점을 갖고 작업을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혹은 “분명히 이 디테일은 그 시간을 버텨내지 못할 텐데 여기에 이렇게 적용하는 게 맞는 걸까?”와 같은 굉장히 심한 내적 갈등들을 겪게 돼요. 이제 거기에서 버텨내야 ‘건축가’로서 생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특유의 텍스쳐가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되는 하례리 창고. 일부러 토목용 거푸집을 사용해 처음에는 밋밋하지만, 시간이 지나 때가 타면서 굴곡들이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녹아졌으면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특유의 텍스쳐가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되는 하례리 창고. 일부러 토목용 거푸집을 사용해 처음에는 밋밋하지만, 시간이 지나 때가 타면서 굴곡들이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녹아졌으면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사진=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제공

사실 건물의 텍스처는 건물이 지어지고 난 직후의 상태가 제일 좋은 상태에요. 하지만 저는 시간이 더 지난 후에, 건축물들도 나이를 먹은 후에 더 자연스럽고 멋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건물들이 10년 후, 20년 후에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고,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서 ‘아 그때 이 건축가가 이런 거를 하고 싶었구나!’라고 알아봐 주시고, 시간을 갖고 진행한 프로젝트가 훗날 저를 증명해 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면 좋겠어요. 저의 빅 픽처!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의 최무규 대표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의 최무규 대표

 


지금도 제주도는 많은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제는 건축을 통해 제주도민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고, 건축주가 자신의 건축물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Space+Form Laboratory) 최무규 대표의 앞으로 건축 활동들을 응원한다.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Space+Form Laboratory) 최무규 대표의 주요 약력>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 HMONP | 한국 건축사 KIA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대상

2014~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 랩, 대표

2016~2017  종합건설 콘크리트공작소 ㈜, 기술이사

2019             문화관광부 주최 <젊은 건축가상-Final list>

2020            서울주택공사 사업자문단 위원

2021             문화관광부 주최 <젊은 건축가상-Final list>

 

전시

2013  <그림 그리는 책상과 등받이 없는 의자>, 아트퍼니처그룹 테 (단체전), 킨텍스

2014  <그래도 비는 샌다.>, 내용증명 (단체전), 대안예술공간이포

2015  <그곳에 삶이 있다.(니까.)>, Off-season (단체전), 예술공간세이

2015  <실종예고-사라짐을 고하다.>, 수리수리 전 (단체전), 익산창작스튜디오 

2015  <세권의 사연>, Designer's Cut (단체전), space Rdc 

2015  <실종예고-복림빌딩>, Pliot Hole (단체전), 복림빌딩

2016  <실종예고-Typological model #1>, 집_기억과 기념사이(단체전), 석당 미술관

2017  <실종예고-Barricade>, 최무규 개인전, 문래예술공장

2018  <실종예고-Occupay 2sqm>, Gallay 9P 개관전 (단체전), Gallay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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