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영화는 독자적인 예술영역, 해외 영화제와 교류하며 확장하는 영화제
주목할 작품은 '마기마랭: 타임투액트', EBS다큐프라임 '춤, 바람입니다'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무용영화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2017년 시작해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무용영화제’. 획일적인 장르와 스토리에서 벗어나 예술성에 기반을 둔 무용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함으로써 국내 영화시장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관객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영화와 춤추다’는 슬로건으로 11월 5일부터 7일까지 아트나인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서울무용영화제의 정의숙 집행위원장, 양정수 조직위원장을 만나 서울무용영화제의 의의와 올해 영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무용영화제 양정수 조직위원장(좌), 정의숙 집행위원장(우)
서울무용영화제 양정수 조직위원장(좌), 정의숙 집행위원장(우)

 

서울무용영화제의 개막을 축하드립니다. 서울무용영화제가 시작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다른 영화제와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글로벌 IT강국이지만 ‘무용’이라는 예술이 영상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영화 예술은 무용이라는 예술을 더욱 잘 그려내고 또 다른 예술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작하였습니다.

공연형태를 지닌 현장예술인 무용이 갖는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여 영상이라는 매체로 대중에게 무용을 접할 기회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대중들이 친숙한 영상미디어를 통하여 무용을 접한다면, “무용은 어렵고 재미없는 예술”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새로운 예술영상콘텐츠로서 무용의 매력과 가치를 재발견하고 정립하고자 시작하였습니다. 폭력, 고발 등과 같은 소재가 난무한 상업영화계에, 좀 더 나은 사회 좀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는 영화의 주제로 무용이 소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울무용영화제를 준비하며 일부 상업영화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몸이 무용을 통하여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무용영화제의 주제가 몸이 갖는 정치성, 사회성, 생산성, 감수성, 심리성 등 다양한 각도의 시각으로 오픈되었다는 측면에서 다른 영화제와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무용영화’라는 개념은 “카메라를 위해 만들어진 안무”라는 구체화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무용영화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서울무용영화제에서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무용, 움직임을 소재 혹은 주제로 하는 극영화, 다큐멘터리, 스크린댄스,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 등으로 프로그래밍하고 있습니다.

 

무용영화는 독자적인 예술영역으로 봐야

 

무용영화제는 독자적인 예술영역이라고 언급한 양정수 조직위원장
무용영화제는 독자적인 예술영역이라고 언급한 양정수 조직위원장

 

영화와 현장 공연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무용은 현장성이 강조되지만, 영화는 스크린 상영을 기본으로 합니다. 무용영화와 무용현장 공연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무용영화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한 상상 안에서의 움직임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용현장 공연은 당연히 살아 있는 사람의 숨을 현장에서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장점이며, 이 부분은 지속 되어야하는 예술입니다.

 

무용분야에 특화된 영화이기에 공모전에 출품하는 작품이 한정적일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무용영화는 공연 형태의 무용 예술이란 개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무대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예술 영역입니다. 무용영화는 몸‧신체‧움직임이라는 넓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모든 영화를 포괄하려하고 있습니다. 공모전에 출품하는 작품에 있어서도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하여 무용을 소재 혹은 주제로 하는 극영화, 다큐멘터리, 스크린댄스,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등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장르, 다양한 예술영역을 결합한 작품이 출품되고 있습니다. 또한 무용영화도 발전되어 단순히 몸의 움직임, 춤, 안무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연출 감독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안무에 맞는 다양한 촬영기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관객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연출 및 촬영기법, 편집을 활용한 작품, 참신한 소재를 갖는 작품들도 나왔습니다. 앞으로는 무대예술로서의 무용과 영상예술로서의 영화가 만나서 새로운 창작물, 춤의 미학과 영상의 미학이 조화롭게 융합된 흥미로운 작품들이 출품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해외 영화제와 교류하며

확장하는 영화제

제4회 서울무용영화제까지는 전 세계 댄스필름의 트렌드를 읽기 위하여 신생 댄스필름페스티벌인 샌프란시스코 댄스필름 영화제(San Francisco Dance Film Festival)에서 선정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국내 최초로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댄스필름 플랫폼인 뉴욕의 '댄스 온 카메라(Dance on Camera)'에 선정된 작품까지 함께 선보이면서 국제적인 교류를 확장시켰습니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샌프란시스코 댄스필름 영화제는 2010년에 시작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참신하고 감각적인 프로그램 구성, 광범위한 스펙트럼으로 댄스필름의 트렌드 세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실험적인 영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의 결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때문에 해외시장 및 댄스필름의 최신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댄스필름 플랫폼입니다. 뉴욕의 댄스온카메라는 깊은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 댄스필름협회(Dance Film Association)에서 진행하는 세계적인 댄스필름 플랫폼입니다. 댄스온카메라는 안무가와 영화 제작자 간 협력을 장려하기 위하여 1971년에 시작되었으며, 혁신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품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 테마 등으로 영화제가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무용분야라 무용을 좋아하는 관객이 관람하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영화제를 찾는 관객층은 어떤가요?

서울무용영화제에는 무용과 관련된 분들이 상당수 영화제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영상’, ‘미디어’와 관련된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일반 관객들께서 ‘무용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며 많은 관심을 갖고 영화제에 참여하는 모습을 확인하였습니다.

 

주목할 작품, 

<마기마랭: 타임투액트(Maguy Marin: Time to Act)>,

EBS다큐프라임 <춤, 바람입니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공모작을 선정하고 있다고 밝힌 정의숙 집행위원장
공정한 심사를 통해 공모작을 선정하고 있다고 밝힌 정의숙 집행위원장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올해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마기마랭: 타임투액트(Maguy Marin: Time to Act)>, EBS다큐프라임 <춤, 바람입니다>, 댄스필름 NOW San Francisco와 댄스필름 NOW New York을 주목할 만한 영화 및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개막작 <마기마랭: 타임투액트>는 프랑스 현대무용의 거장으로 잘 알려진 안무가 마기마랭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며, 연출을 한 다비드 망부슈 감독은 마기마랭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마기마랭의 대표작 <메이비(May B)>는 연극과 현대무용의 결합을 시도한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리허설 현장, 공연, 무용수 인터뷰 등 작품의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무용가의 창작과정에서 드러나는 독창적인 예술관 및 안무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무용영화입니다.

국내 지상파 방송, TV채널 E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작품인 EBS다큐프라임 「춤, 바람입니다」를 초청하여 2021 SeDaFF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상영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로 TV와 영화라는 매체, 플랫폼의 특성과 영역 간 경계가 사라지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기획된 섹션입니다.

EBS다큐프라임 「춤, 바람입니다」는 대표적인 대중매체이자 올드미디어인 TV플랫폼에서 상영된 작품을 영화 스크린에서도 상영함으로써 실제 매체,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고 영역의 확장을 시도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영화제가 거듭될수록 영화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이룬 영화제를 보면 대부분 지역이름을 붙어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직한 영화제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강릉국제영화제,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전주 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이 지자체의 후원을 받는 대표적인 영화제입니다.

이와 달리 지자체의 후원 없이 개최되는 테마 영화제들은 대부분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무용영화제 역시 몇몇 문화계 인사들께서 뜻을 같이 하셔서 설립한 영화제이기 때문에 동일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서울무용영화제가 아직은 무용계의 사업이라 생각하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저희 영화제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업 중 하나입니다.

 

서울무용영화제를 통해 무용영화를 함께 하자고 했다.
서울무용영화제를 통해 무용영화를 함께 하자고 했다.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께 한 말씀해주세요. 무용영화제의 향후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무용이라는 소재에 국한된 시각으로 관람하는 것도 영화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몸이 스크린에서 어떻게 세상의 모든 일로 확장되는지에 대한 시각 또한 열어 두고 관람하면 좋겠습니다.

저희 서울무용영화제를 찾아 주시는 한 분 한 분이 바로 우리 영화제에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서울무용영화제는 창립 목표 중 하나인 “무용영화를 찍는 신진 감독의 해외진출 및 일반 영화관에서의 상영을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에 더욱 집중할 것입니다. 지난 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무산되었던 해외 유수 무용영화제와의 현장 교류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올해 서울무용영화제의 최종 선정된 작품은 가나다순으로 김동희 <숨>, 김하나 <우주 순례>, 박래영 <레디메이드 타겟>, 서영진 , 성승정 <춤이 된 카메라, 롤 앤 액션>, 양종예·Atom <봄의 제전>, 유희정 <온라인 댄스 온>, 임정은·정철인 <초인>, 정훈목·Kenneth Rawlinso , 홍석진 <초량비트> 등이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서울무용영화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며, 11월 6일과 7일 진행되는 관객과의 대화도 온라인 생중계된다.

더 자세한 사항은 서울무용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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