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따뜻한 음악 때문에 선택
'코로나19로 숨 쉬는 것 자체에 감사해···'
선택한 캐릭터는 모두 새로운 시도, 계속 도전할 것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캐롯 작가의 웹툰 ‘이토록 보통의’ 두 번째 단편작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가 무대화된 ‘이토록 보통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통의’ 사랑 이야기에 평행우주, 복제인간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풀었다.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제이’와 그녀를 사랑하는 ‘은기’ 여느 때와 다름없는 ‘보통의’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나 드디어 우주로 가게 됐어. 1년간!”
오랜 꿈을 이루게 되어 기쁜 제이와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은기. 그들의 관계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데···.
지난 9월 예스24스테이지에서 개막한 '이토록 보통의'는 가을 깊어지는 11월 21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는 우주비행사 ‘제이’역의 배우 강혜인은 데뷔한 지 4년, 쉬지 않고 걷고 또 달려왔다.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서사를 끌어내는 그녀는 관객으로 하여금 부르는 노래들을 계속 듣고 싶게 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고 싶게 한다.
보통의 하루 속 보통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지난 13일, 배우 강혜인을 만나 대학로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Q.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안녕하세요.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를 하며 보통의 하루하루를 소중히하며 무대에 오르는 배우 강혜인 입니다.
초연을 관람할 때 웹툰을 보진 않았어요. 반전의 반전으로 내용이 참 흥미로웠고, 외로운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당연시해지는 관계를 일상적인 배경과 재미있는 세계관으로 잘 버무렸더라고요.
작년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도 결이 다르지만 로봇 연기를 했었어요. 그 작품은 로봇처럼 행동했어야 했지만 ‘이토록 보통의’는 관객들에게 실제 사람과 복제인간 로봇이 분간되지 않아야 해서 섬세함이 더 필요했어요.
특히, 음악이 참 따뜻하고 서정적이어서 좋았습니다.
Q. 이번 무대를 위해 특별하게 연습하신 부분이나 달랐던 과정이 있었다면?
특별하게 달랐던 부분은 없었지만, 처음에는 작품 세계관과 복제인간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한 사람을 복제한다고 했을 때 외형적으로 또 기억까지 가능하다 해도 그 사람이 우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우주비행사에 대한 꿈과 그 세세한 과정들, 마음들을 똑같이 복제해낼 수 있을까? 은기를 사랑하는 마음도 어떻게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지? 분명히 로봇과 인간은 차이가 있을 거야. 진짜 인간인 제이는 은기도 사랑하고 우주도 사랑했지만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로봇 제이는 우주에 대한 사랑보다 은기를 위한 로봇이니까 은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 크게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생각에 생각을 쌓고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끝이 없더라고요.
일단 복제인간 제이도 그저 또다른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겠다는 결론을 내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Q.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대학 동기인 재범이와 같은 작품에서 만난 건 처음이었어요. 둘 다 너무 신기해하며 호흡을 맞추었어요. 스무 살 때부터 봐왔는데 연인 역할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웃음) 동기들도 뮤지컬을 보러 와주었는데, 애정연기를 보며 놀리기도 하고···. 작품을 하며 드는 걱정과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믿고 많이 의지했습니다.
아무래도 했던 작품을 두 번, 세 번 올리면 더 깊고 단단해서 돌아오는 것 같아요. 휘 오빠가 그런 점에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주었어요. 유동오빠는 긴장을 풀게 해주고 저를 즐겁게 해주는 든든한 큰 오빠 같은 느낌이었어요.
Q. ‘이토록 보통의’ 속 배우 강혜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제가 마냥 밝고 명랑하지는 않아요. 아무렇지 않을 때도 무슨 일 있냐고 할 정도로 눈이 젖어있고 슬퍼 보인다고 해요. 사연이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똑같이 외로운 사람이라도 좀 더 깊은 외로움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배우 강혜인에게 보통인 순간의 몰랐던 소중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숨 쉬는 거 하나도 감사하더라고요. 원래 이맘 때의 가을 날씨를 좋아하는데 만끽하러 외출해도 이 마스크 한 겹으로 인해 느낄 수 없더라고요. 피부로 느끼며 시원한 바람을 마시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끼게 되면서 알게 된 거죠. 정말 사소하고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걸요.
Q. ‘배우’로 무대 위에 서는 일을 계속하게 되는,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모든 순간이 다 행복하기만 한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분명 힘들 때도 있지만, 열 가지를 놓고 봤을 때 아홉 가지의 어려운 점을 한 가지의 좋은 점이 덮어버려요. 그 한 가지가 제게 크고 좋은 영향을 가져다주기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건 드물다고 생각해요. 작품으로서 내일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작게나마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한편으론 도전의식도 있는 것 같아요. 힘들지만 이걸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 거죠!
Q.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배역이 있으세요?
1-2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해본 악역이나 엄청난 내막을 품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만나본 모든 배역들을 돌아보니 같은 캐릭터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사실 모든 장르나 배역이 도전이었고, 제가 선택한 캐릭터들이 다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지금은 국한하고 싶지 않아요.
Q. 찾아와주시는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전에는 ‘많이 보러 와주세요’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시작되고서는 그 말이 조심스러워졌어요. 저도 최근에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눈물이 나게 되면 마스크도 젖고, 물도 한 모금 못 마시니···.
관객분들이 귀한 시간 내주셔서 어렵게 보러 와 주신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고 작게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연습했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 용기 내어 말해봅니다. (웃음) 많이 보러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우 강혜인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찍질하면서 달려온 시간 동안 못 한 게 있다고. 그건 바로 자신을 칭찬해주며 다독여 주는 것. 그녀는 올해 남은 시간은 ‘나’를 채찍질하기보다 사랑하고 싶다고 전했다.
2021년도 두 달 여정도 남은 시점,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와 함께 숨 가쁘게 달려온 나를 돌아보면 어떨까. '이토록 보통의'를 통해 ‘잘하고 있다’ 한 마디쯤은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해가 되기를.
배우 강혜인만이 담아 건네줄 수 있는 외로움의 형태, 따듯함의 깊이를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깊어지는 가을, 사랑하는 사람과 이토록 보통의 순간이 기적이었다는 걸 체험하길 바란다.
이토록 보통의 (2021)
태양의 노래 (2021)
문스토리 (2021)
블랙메리포핀스 (2020)
어쩌면 해피엔딩 (2020)
웃는남자 (2020)
너를 위한 글자 (2019)
더 캐슬 (2019)
어쩌면 해피엔딩 (2018-2019)
문스토리 (2018)
오! 당신이 잠든 사이 (2017-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