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낭만적인 인물은 힐라리온이 아닐까?

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이 공연됐다.
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이 공연됐다.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이 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렸습니다. 티켓 오픈과 동시 전 회차가 매진됐고, 최종 드레스리허설까지 매진되며 발레 팬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젤>은 낭만주의 발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발레 팬이 <지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낭만주의는 무엇이고, 대표적인 작품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안타깝게 <지젤>을 관람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지젤>의 스토리도 살펴보겠습니다.

낭만주의에 대해서는 김말복 <무용 예술의 이해>, 국민대학교 유정은의 석사논문 <낭만주의 발레작품 ‘지젤’에 나타난 비극성 연구>를 참고했으며, <지젤>의 스토리는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프로그램북>, 한지영 <발레 작품의 세계>를 참고했습니다. 

 

낭만주의는? 

18세기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 등 유럽에서는 급진적인 사회, 정치적 혼란을 겪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도피적인 이상적 세계를 꿈꿨으며, 일부의 사람들은 옛것에 대한 향수로 복고 운동도 일어났습니다. 

발레 작품에서는 이상적이고 불가사의한 요정이 등장합니다. 인간과 요정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는 비극입니다. 이는 현실에 대한 저항을 발레로 승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환상적인 소재로 새로운 시도를 했고 낭만주의 발레가 시작되게 됩니다. 

낭만주의 발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레리나가 ‘마리 탈리오니(Marie Taglioni)’입니다. 지구 중력을 거스르는 그녀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탈리오나이저(Taglioniser)’란 말이 등장했을 정도였습니다. 탈리오나이저란 가볍고 뜨는 듯한 탈리오니의 무용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는 ‘쉬르 레 프왱트(sur les pointes)’도 이 시기에 나타났습니다. 발끝으로 추는 춤의 시작은 ‘아말리아 브루그놀리(Amalia Brugnoli)’였지만, 테크닉적으로 우수하게 승화한 것은 탈리오니였습니다.

 

낭만주의 대표 발레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은 <라 실피드(La Sylphide)>, <지젤(Giselle)>, <파 드 캬트르(Pas de Quatre)>, <코펠리아(Coppélia)> 등이 있습니다. 

<파 드 캬트르(Pas de Quatre)>는 네 명의 발레리나가 대본없이 추는 춤입니다.,<코펠리아(Coppélia)>는 낭만발레의 마지막 작품으로 3막 발레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코펠리아의 내용을 잠시 언급하면, 코펠리우스 박사는 코펠리아를 만들게 됩니다. 스와닐다와 약혼한 프란츠란 청년이 코펠리아를 보고 반하게 됩니다. 스와닐다는 코펠리아로 변장해 골탕을 먹이게 됩니다. 코믹한 사건이 많아 재미 있는 요소가 있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을 먼저 언급한 것은 <라 실피드(La Sylphide)>, <지젤(Giselle)>이 비슷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적은 작품 먼저 언급했습니다. 

<라 실피드(La Sylphide)>는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의 제임스와 요정 실피드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피드를 잡기 위해 마법의 숲으로 들어간 제임스. 마녀에게 실피드를 잡을 수 있는 스카프를 받게 됩니다. 실피드에게 스카프를 씌우자 실피드는 날개를 떨어뜨리며 죽음을 맞게 됩니다.

 

지젤의 스토리 & 3가지 꽃의 의미

그럼, 이제 <지젤>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지젤>은 2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막은 ‘라인강변의 농가’, 2막은 ‘윌리들의 숲’에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데이지꽃으로 사랑의 점을 치는 지젤과 알브레히트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데이지꽃으로 사랑의 점을 치는 지젤과 알브레히트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귀족인 알브레히트는 신분을 숨긴 채 지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연인이 됩니다. 오랜 시간 지젤을 짝사랑했던 사냥꾼 힐라리온은 그 모습에 질투를 느끼고,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의심합니다. 

사냥을 나온 귀족 일행이 마을을 방문하고, 알브레히트의 약혼녀 바틸드도 함께 있었습니다. 힐라리온은 지젤을 불러 알브레히트가 귀족임을 밝히려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힐라리온은 귀족을 소집하는 뿔피리를 불고, 바틸드는 알브레히트가 자신의 약혼자임을 밝히게 됩니다. 지젤은 사랑하는 사람의 거짓말과 신분 차이로 정신을 놓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윌리들로부터 알브레히트를 지키는 지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윌리들로부터 알브레히트를 지키는 지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지젤 무덤. 힐라리온이 지젤의 무덤가를 찾습니다. 윌리들은 저주를 걸어 춤을 추게 하고, 힐라리온은 연못가에 빠져 죽습니다. 윌리(wili)는 약혼은 했으나 상대의 배신으로 죽은 여성의 혼입니다. 

알브레히트도 지젤의 무덤가에 찾아와 백합을 내려 놓습니다. 지젤의 영혼이 나타나고 둘은 재회하게 됩니다. 윌리의 여왕 미르타가 나타나며, 윌리가 된 지젤에게 알브레히트를 유혹해 그가 죽을 때까지 함께 춤추라고 합니다. 죽어서도 알브레히트를 사랑한 지젤은 끝까지 알브레히트를 지키며 지젤은 막을 내립니다. 

 

죽어서도 자신의 사랑을 지킨 지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죽어서도 자신의 사랑을 지킨 지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지젤>에서는 3가지 꽃이 나옵니다. 1막에서 지젤과 알브레히트는 데이지꽃으로 사랑의 점을 칩니다. 데이지꽃은 ‘순수, 희망’이란 꽃말을 갖고 있습니다. 2막에서 알브레히트는 백합을 들고 지젤의 무덤을 찾습니다. 백합은 ‘용서’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 꽃은 로즈마리입니다. 로즈마리는 ‘사랑과 죽음’을 의미합니다. 지젤에서도 로즈마리는 중의적으로 사용됩니다.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는 로즈마리를 들어올려 알브레히트를 죽이라고 하지만, 지젤의 사랑으로 로즈마리는 꺽이게 됩니다. 

 

 

지젤 커튼콜
지젤 커튼콜

 

낭만주의, 낭만주의 대표작품, <지젤>의 스토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젤>을 보며, 알브레히트보다 힐라리온이 더 가슴에 박혔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조연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힐라리온은 지젤을 사랑했고 무덤을 찾았지만 윌리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하지만 지젤은 자신이 사랑했던 알브레히트를 끝까지 지켰습니다.

사랑을 할 때, 누가 더 사랑하냐는 말을 합니다. 사랑은 무게를 잴 수 없습니다. 시소처럼 평평하게 균형을 맞출 순 없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힐라리온, 지젤은 자신의 사랑을 위해 온 마음을 다했습니다. 

시대에 따라 단어의 의미도 변합니다. 현재 ‘낭만적’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뜬구름 잡는 의미 같지만, 때론 뜬구름 잡고 싶은 때도 있으니까요. <지젤>에서 가장 낭만적인 인물은 힐라리온이지 않을까 합니다. 

<지젤> 공연이 끝난 후, 홍향기 발레리나의 부상 소식을 접했습니다.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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