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무티 & 빈필 2021 내한공연

글: 여홍일(음악칼럼니스트)

베르디의 ‘운명의 힘(Overture of La forza del destino by Verdi)’ 서곡 앙코르 연주가 끝나자 1층 관객은 거의 다 일어나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는 진풍경이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펼쳐졌다.

지난 11월14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국내 연주 무대를 펼치고 있는 빈 필 한국투어의 세 번째 무대인 11월 16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무대다. 이날 무대는 내게는 2016년 1월 리카르도 무티가 시카고 심포니와의 2016 내한공연 시 보였던 “무티의 격정적 지휘와 시카고 심포니 금관 사운드에 흥분한 관객의 전율”을 흡사 연상시켰다.

5년 전 리카르도 무티와 시카고 심포니 2016 내한 공연은 3년 만의 내한 공연으로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고조돼왔던 거장 리카르도 무티와 시카고 심포니 내한공연 둘째 날 공연에 막바지 두 번의 관객의 뜨거운 전율의 함성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일었다.

시카고 심포니 금관의 세계적 명성대로 금관의 사운드에 흥분한 관객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연주가 끝난 후 첫 번째 한 번의 함성과 이어진 베르디 ‘나부코 서곡’ 앙코르곡의 무티의 지휘대에서 펄쩍펄쩍 뛰는 격정적 열띤 지휘에 대한 흥분 때문에 관객이 뜨거운 전율의 함성에 또 한 번 휩싸였었기 때문이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나 열정적 지휘로 유명한 리카르도 무티에게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만큼 어울리는 연주곡이 또 있을까?”

리카르도 무티의 무게는 올해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섰던 많은 지휘자 중에서 남달라도 너무 남달랐다. 내한 무대 세 번째 날 공연에서 빈 필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4번 ‘비극적’과 후반부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 사이에 스트라빈스키의 디베르티멘토 ‘요정의 입맞춤’을 삽입하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로 유혹했다.

크레셴도(crescendo)를 연상시키듯 이날 빈 필의 연주는 내게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진가를 점점 고조시키는 연주곡들로 짜여져 이끌어간 느낌을 받았다.

첫 곡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4번 ‘비극적’이 무겁게 꽉 차는 느낌을 주었다면 전반부 두 번째 연주곡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요정의 입맞춤’ 연주는 잇따른 교향곡 연주의 순서보다 중간에 발레곡을 연주회용으로 축소한 모음곡을 곁들인 재치가 돋보인 연주였다.

다채로운 리듬과 러시아 민요의 정감 어린 선율, 관현악의 변화무쌍한 질감 등이 빈 필의 차별화된 음향과 표현상의 새로움을 선보일 수 있어서 교향곡들 연주 사이의 앙코같은 느낌을 주었다.

후반부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부터는 지휘 리카르도 무티의 진가와 참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연주였는데 쾌청하고 열정적인 남국의 분위기를 선사하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나 열정적 지휘로 유명한 리카르도 무티에게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만큼 어울리는 연주곡이 또 있을까?

 

리카르도 무티가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빈필을 이끌고 있다. (사진 빈필 홈페이지)
리카르도 무티가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빈필을 이끌고 있다. (사진 빈필 홈페이지)

 

크레셴도(crescendo)를 연상시키듯 빈 필 연주, 리카르도 무티의 진가를 점점 고조시키는 연주곡들로 짜여져

빈 필의 첫날 서울 무대에서의 지난 11월 14일 일요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의 감흥과 빈 필이 들려줬던 ‘카이저 왈츠’의 앙코르가 클래스를 달리했든 감동을 줬든 만큼 두 번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연주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4번 ‘비극적’ 연주는 다소 빛이 바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빈 필 같은 세계 톱클라스의 오케스트라의 연주음향을 담아낼 어쿠스틱도 이번에 다시 한번 대조를 보였는데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음향상의 아쉬움은 전용 콘서트홀로 볼 수 있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빈 필 연주의 생생함이 느껴져 개인적으로도 두 연주장에서의 어쿠스틱의 아쉬움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감상을 통해 많이 상쇄됐다.

참고로 리카르도 무티는 지난 2013년 2월 시카고 심포니와 국내 첫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독감으로 안타깝게도 로린 마젤에게 지휘봉의 바통을 8년 전 당시 넘겨줘 무티의 열정적 무대를 상당히 고대했었던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많은 안타까움을 주었었다.

당시 고인이 된 로린 마젤은 지휘대를 간신히 올라가야 할 만큼 몸이 상당히 노쇠한 상태였는데 오스트리아 전통에 놓여있는 독일적인 단단한 형식미와 지휘 리카르도 무티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었던 유연하고도 미묘한 남방의 밝음을 동시에 지닌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 등이 연주되며 올해 빈 필 2021 내한 공연은 리카르도 무티의 진가를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다시 한번 높임과 동시에 올해 2021년 최고 연주로 꼽아도 손색없는 무대를 선사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2022 빈필하모닉 내한 공연은 프란츠 벨저 뫼스트 지휘로 11월3일부터 5일까지 총 3회의 연주 투어로 짜여있는데 어떤 매력적인 연주 프로그램들로 국내 클래식 팬들을 다시 찾아오며 베를린필과는 차별화된 자신들의 독특한 ‘Viennese Sound’로 빈 필이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을 유혹하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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