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느끼는 감정과 공감을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올해 말 내년 초 독일공연 계획
음반 ‘Das Leben’ 바이올리니스트의 앞으로의 삶을 되새기는 계기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아름답고 섬세한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그는 이탈리아 지네티 국제콩쿠르 1위, 그리스 마리아 카날스 국제콩쿠르 1위, 티보르바르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위 등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우승 및 입상하며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그의 바이올린 실력은 해외에서 일찌감치 알아보며 인정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오스트리아 레히 클래식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및 메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 Sehnsucht (동경)라는 타이틀로 Decca에서 무반주 음반이 발매됐으며, 2018년에 이어 2019년 브라질 그라마도 뮤직 페스티벌의 상주 연주가로 재초청 됐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음반 발매 리사이틀 포스터/사진=WCN코리아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음반 발매 리사이틀 포스터/사진=WCN코리아 제공

국내외 클래식계에 극찬을 받는 그는 최근 ​​​​독일어로 ‘삶’을 뜻하는 'Das Leben' 앨범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아버지에 이어 지난해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추모의 뜻과 지금까지 살아왔던 '김응수' 그 자체의 삶을 담았다. 지난 ​​9월 24일에는 음반발매 기념 공연을 하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그에게 요즘 관심사는 '사람'이다. 인간이 갖는 보편적 성향과 특별한 성향을 비교하며 '예술 그 자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하기도 한다고.

그는 "요즘 사람을 탐구하고 바라보는 것에 소소한 관심이 있다 보니​ 예술이라는 자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거기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있다"라며​예전보다 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연주에 담아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인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말하는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아름답고 섬세한 선율을 소유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Q 바이올리니스트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느 매력에 끌렸는지 궁금해요.

과거 울산은 공업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실제로도 공업 도시고요. 그래서 외지인이 많이 모여 살았는데, 그런 분들이 모여 살았던 동네에 어머니가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을 하셨고 자연스럽게 어머니 영향으로 음악을 접하게 됐죠. 

또한, 어머니가 자신이 가진 감정과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참 멋지고 존경스러워서 취미로 시작하게 됐네요. 

바이올린을 처음부터 잡은 건 아니에요. 어머니가 첼로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의 동네에 첼로 선생님을 모시기가 어려워 동네 바이올린 그룹 강습에 참여하며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정작 바이올린을 전공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 반대가 컸어요.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버지께서는 음악인 삶과 길을 잘 모르셨고, 거기에 오는 불안감도 있었을 거예요. 그때 많은 도움을 주신 평태식 선생님께서 아버지를 설득해주셔서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예술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거든요. 평태식 선생님은 저에게 있어서 아버지 같으며 스승님 같은 존재예요.

Q 음반 ‘Das Leben’를 발매하셨습니다. 앨범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앨범에 표제가 ‘삶’이에요. 전에 냈던 앨범들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삶을 담았다면 ‘Das Leben’은 인간 김응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희로애락을 담은 앨범이에요. 

지난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때 느꼈던 감정도 담다 보니 아무래도 이번 앨범은 보통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의 앞으로의 삶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네요.

사진제공=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사진제공=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어머니라는 존재는 굉장히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에는 어머니와 함께 들었던 곡이나, 관련된 곡들이 많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어요. 특히 앨범 속에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라는 곡이 있는데, 제목만으로도 마음에 와닿는 곡이네요.

 

“삶에서 가장 솔직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음악이다”

 

Q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음악이란?

예술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관점으로만 느낀다고 해도 그 한 가지 관점에도 여러 가지가 존재해요. 무수한 관점은 살아가면서 변할 수 있기에 예술은 끝이 없다고 느껴요. 예술 안에 속해 있는 음악을 이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이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하는데, 그렇기에 음악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요. 즉 삶에서 가장 솔직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음악이 아닐까 싶네요. 

Q 여러 공연과 앨범을 발매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이천 번 넘게 연주하다 보니 연주회마다 여러 에피소드가 남네요. 그중 웃픈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연주회가 스웨덴에서 열려 방문을 했는데, 연주복이 들어 있는 짐이 늦게 도착해버린 거예요. 그래서 연주복 없이 청바지에 검은 티를 입고 연주한 적이 있네요. 관객분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불쾌한 분 없이 모두 재미있어하셔서 다행히 넘어갔던 웃픈 에피소드였네요. (웃음).

앨범 자켓 이미지/사진제공=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앨범 자켓 이미지/사진제공=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Q 2004년 이어 2006년 두 번의 안면 마비로 연주자 생활이 힘들었던 날도 있으셨습니다. 

바이올린 자체가 굉장히 고가인 악기예요. 집안 형편이 썩 좋지 못해서 부모 후원 없이 연주자 생활을 했어요. 어느 콩쿠르에 참여했는데, 그 당시 사용했던 악기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썼던 악기였어요. 

예를 들면 스포츠카와 성능 좋은 자동차와 경주를 한다면 사실 게임이 안 되잖아요. 이기기 위해 노하우를 써먹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히 심하게 와서 안면 마비가 두 번이나 오게 됐네요. 연주에 대한 부담보단, 악기에 대한 부담 때문이죠. 그 당시 악기에 성숙한 생각을 했더라면 좀 덜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부모님을 경제적으로 도와드리고 나니 안 좋았던 형편이 더 나빠졌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 시절에는 고시원에서 생활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 시절을 창피하지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점도 있었고 또 다른 깊이를 더할 수 있었기에 굉장히 소중한 기억이네요.

Q 한양대학교 부교수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교육자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있나요?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교육자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쉽지 않았어요.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냐는 딜레마를 갖고 있었죠.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보단, 도와주고 경험을 전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가르치고 있어요. 교육자의 길은 저의 인생의 길에서 또 다른 길이라 느껴요. 

Q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앞으로 어떤 음악 세계를 구축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나요?

택시를 종종 타는 일이 있는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고 좋아하는 기사분들이 있어요. 음악이라는 것은 우리 일상 속에 같이 있는데, 클래식도 팝송이나 가요처럼 즐겨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클래식을 들으며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을 하는 거죠. 저는 그런 클래식을 통해 제가 느끼는 감정과 공감을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네요.

Q 앞으로의 계획은?

국내에는 지방 공연이 있으며,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독일하고 미국 남미 공연 계획이 잡혀있어요. 

코로나로 공연 취소가 많았고 힘들었지만, 저는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고 생각했기에 의미가 깊었던 시간이었네요. 음악을 통해서 힘든 시간을 극복했고, 앞으로도 음악을 갈고 닦으며 나아갈 겁니다. 

 


음반 작업을 할 때 라이브 현장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녹음을 한다고. 그만큼 듣는 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느끼길 바라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다. 앞으로 그가 바이올리니스트로, 교육자로서도 이뤄나갈 행보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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