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소설로 인정 받은 알렉상드르 뒤마
1948년 1월 14일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
사랑이라는 시니피앙, 시니피에는 사람마다 다르다

막이 오르고, 조금 지나면 익숙한 축배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막이 오르고, 조금 지나면 익숙한 축배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2월 2일부터 5일까지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가 관객을 만납니다. 11월 30일 프레스 오픈 리허설이 있어 조금 일찍 <라 트라비아타>를 만났습니다. 

작품 감상을 위해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한 서적은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프로그램북과 신혜련 <오페라와 뮤지컬>입니다. 

<라 트라비아타>는 ‘길 위의 여인’, ‘정도에서 벗어난 여인’이란 의미이며, 코르티잔(courtesan)의 삶과 운명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코르티잔은 ‘궁정의 여인’이란 의미지만, 실제는 상류층 남성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여인을 말합니다. 

작품은 마리 뒤플레시(Marie Duplesis)와 알렉상드르 뒤마 2세(Alexandre Dumas fils)의 실제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뒤마는 코르티잔인 뒤플레시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뒤플레시는 뒤마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잠시나마 같이 한 시간이 있었지만 둘은 헤어지게 되고, 뒤마가 스페인에서 돌아온 후 뒤플레시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알프레도의 아버지는 비올레타에게 알프레도와 헤어지라고 합니다.
알프레도의 아버지는 비올레타에게 알프레도와 헤어지라고 합니다.

 

뒤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동백꽃 아가씨(La Dame aux Camelias)’로 출간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소설로 아버지에게도 인정을 받죠. 뒤마의 아버지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 ‘여왕 마고’ 등으로 잘 알려진 알렉상드르 뒤마입니다. 

‘동백꽃 아가씨’의 연극을 본 베르디는 4주 만에 <라 트라비아타>를 완성합니다. 1853년 초연은 크게 실패했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성악가가 너무 비대한 몸을 가져서 폐병으로 죽어간다는 설정도 맞지 않았고, 침대에서 떨어질 때의 육중한 소리로 관객들은 폭소를 터트렸다고 합니다. 이후 주인공은 교체됐죠. 

<라 트라비아타>는 1948년 1월 14일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라로 공연된 작품입니다.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은 스핀토, 드라마티코, 콜로라투라 등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은 소프라노가 불러야 하기에 어려운 배역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비올레타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은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입니다. 작품의 배경을 살펴보시고 오페라를 감상하시면 깊이 있는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막이 올라가고 우리에게 익숙한 ‘축배의 노래(Brindisi)’가 울려 퍼지면, 객석에 움츠려 있던 말초신경들이 하나씩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입에서는 흥얼거리는 소리가 나고, 발가락은 전기충격을 맞은 듯한 떨림으로 들썩입니다. 

2막, 3막이 지나가면서 세상을 향했던 손가락이 점점 나에게 돌아옵니다.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비올레타를 이해하게 됩니다. 

 

내가 알프레도였다면, 나는 비올레타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내가 비올레타였다면, 알프레도의 사랑을 받아줄 수 있었을까?

남녀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자식을 향한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을 믿지 않겠다던 비올레타는 누구보다 사랑을 갈망하고 있었구나! 

 

올해도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삶의 이정표가 흔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라 트라비아타>의 비극적 사랑이란 카타르시스를 통해, 내일을 위한 삶에 잠시나마 쉼표가 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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