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애, 이원수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
야만의 시대, 순수에서 답을 찾다

뮤지컬 '고향의 봄' 출연 배우
뮤지컬 '고향의 봄' 출연 배우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관악문화재단, 영월문화재단, 김포문화재단과 ㈜창작하는 공간이 공동 제작한 뮤지컬 ‘고향의 봄’이 지난 11월 26일, 27일 양일간 관악문화재단에서 관객을 만났습니다.

‘고향의 봄’은 동요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의 최순애 작사가, 이원수 작사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입니다. 순동 역 이아진, 순애 역 김보정, 원수 역 조현식, 원동 역 김바다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상대방을 향한 마음은 '시'였습니다. (사진=관악문화재단 제공)
상대방을 향한 마음은 '시'였습니다. (사진=관악문화재단 제공)

 

삶은 시대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것과 같이 ‘고향의 봄’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시대에서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줍니다.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암흑이 지배하는 삶.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쓸수록, 야만의 시대는 발끝을 잡고 늪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삶은 시공간을 무너뜨리고 존재 이유도 지워버립니다.

존재의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나’는 가상의 ‘나’와 대화하며 ‘시’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오빠에 대한 그리움을 ‘오빠 생각’이란 시로 표현하고, 이를 읽은 소년은 ‘고향의 봄’이란 답가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삶의 새로운 존재 이유가 오늘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사진=관악문화재단 제공)
삶의 새로운 존재 이유가 오늘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사진=관악문화재단 제공)

 

요즘은 단문 메시지가 주류를 이룹니다. 증발하는 인스턴트 메시지, 마음보다는 필요에 따라 주고받는 메마른 나뭇가지 같습니다. 흔들릴 감정도 흔들릴 마음도 없는 것처럼요. 편지와 시는 온전히 상대방을 마음에 담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리움을 전달하는 메신저입니다. 

순애와 원수는 ‘어린이’란 잡지에 시를 썼고, 메신저에 ‘1’이 지워지는 거처럼 자신의 시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알 수 없음에도 둘은 운명의 실이 이어진 것처럼 서로를 그리워했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터널 속으로만 빨려 들어갑니다. 저기 멀리 작은 빛이라도 보이면 출구라 생각하고 참아보겠는데, 어떤 빛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를 잃어갈 때쯤 삶을 지탱하는 아킬레스건도 끊어지게 됩니다. 

 

'고향의 봄' 커튼콜
'고향의 봄' 커튼콜

 

늪에 빠지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상황에서도 삶의 이유는 다시 ‘시’가 됩니다. 시대는 야만이었지만, 삶은 순수한 ‘시’였습니다. 이율배반적인 시대, 아픔을 보고 아름다움을 찾게 됩니다. 시대는 다르지만, 오늘 우리의 삶과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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