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환경 속에서 한해 또 한 번 버틸 위로와 희망 묵직하게 받아”

글: 여홍일(음악칼럼니스트)

2년여가 넘는 펜데믹 환경 속에서 한해를 또 한 번 버틸 위로와 희망을 묵직하게 받은 느낌이었다. 지난 1월29일 토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 얘기다.

서울시향의 레퀴엠 연주가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 관객과 인류에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3개의 진혼곡들만 준비한 것이 레퀴엠 진혼곡이 경견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영혼을 위로하는 종교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본래 레퀴엠이라는 게 죽은 자의 평안을 기리는 노래로서, 진혼곡이라고도 하고 죽은 자를 위한 미사 및 미사곡이 일반인들이 즐기기엔 연초에 어울리지 않을 법 했다는 공연 후에 일부 공연애호가들의 로비에서의 덕담들도 있었지만, 힘차게 한해를 새로 시작하기에 내겐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공연으로선 손색없는 레퍼토리였다.

더욱이 서울시향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는 지난해 2021년 연말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당초 지휘키로 했다가 자가 격리 문제로 대타 수석부지휘자 윌슨 응에게 포디엄을 대신 내준 후 다시 무대에 선 자리여서 서울시향에서 오스모 벤스케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실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많은 관객들에게 선사했으리라.

전, 후반 레퀴엠 세곡들로 채워 독특한 시도이자 나름대로 값어치

통상 교향악단의 연주회는 서곡, 협주곡, 교향곡으로 레퍼토리를 짜는 것이 일반화돼있다.

서울시향의 연주에 앞서 전날 1월28일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 취임 기념으로 열렸던 KBS교향악단의 연주회도 시벨리우스의 카렐리아 서곡, 2010년 쇼팽콩쿠르 우승자 율리아나 아브제예바와의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제1번, 시벨리우스 레민카이넨 모음곡 연주에 이어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앙코르곡으로 연주회를 마쳤었다.

 

모차르트 레퀴엠 리허설중인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와 서울시향 단원들. (사진 서울시향)
모차르트 레퀴엠 리허설중인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와 서울시향 단원들. (사진 서울시향)

 

이에 앞서 지난 1월23일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취임연주회 ‘빛을 향해’도 서곡 성격의 진은숙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중 5장 프렐류드’에 이어 기괴함의 대명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협연했고, 후반부에선 라일란트의 취임연주회답게 연초의 호연으로 볼 수 있을 슈만의 교향곡 제2번으로 마무리했었다.

그런 관점에서 통상 연초 연주회의 레퍼토리 관행을 깨고 연주회 전후반 모두 금관악기의 앙상블로 이뤄진 라우타바라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과 현악 앙상블이 주조를 이룬 다케미츠의 ‘현을 위한 레퀴엠’이 전반부 연주의 대비로 관객의 이목을 끌고

모차르트의 레퀴엠으로 후반부 이날의 하이라이트 연주회를 이끈 서울시향의 연주는 진혼곡(縝魂曲)으로 알려져 있는 레퀴엠의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는 곡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게 한 독특한 시도로서 나름대로의 값어치가 있었다. 

전반부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이나 현을 위한 레퀴엠, 모차르트의 후반부 레퀴엠 연주에서 내게 특히 이목을 끌었던 것은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의 레퀴엠에 헌신하듯 구도자적 지휘를 이끌었던 것과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을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임선혜 대신 대타로 나온 소프라노 서선영의 돋보이는 히로인적 노래였다.

먼저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의 레퀴엠에 헌신하는 듯한 지휘는 임기 3년차를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벤스케가 피력한 바대로 “최선을 다해 최고의 콘서트를 만드는 것, 멋진 프로그램을 최고의 수준으로 청중하게 선사하는 것, 다음 콘서트에서는 이전 콘서트에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연주를 하는 것,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공연에 찾아와주길 희망합니다.”는 그의 지휘 신조를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통해 헌신적 지휘를 펼치는 것처럼 내게는 느껴졌다.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레퀴엠에 헌신하듯 구도자적 지휘 이끌어

모차르트 레퀴엠에 출연한 솔로이스트들 가운데서는 대타로 출연한 서선영의 목소리나 노래가 입당송(introitus)의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시온의 신이여” 하며 읖조리는 순간부터 내 귀를 사로잡았다.

서선영의 성악이 내게 이목을 끄는 순간들은 부속가 “경이로운 나팔소리, 온 세상 묘지까지 울려 퍼지며 만인을 왕조 앞에 모으리라”나 “기억하소서 자비로운 예수여 저를 위하여 당신 이 땅에 내려오셨음을 하여 그날 저를 버리지 말아주소서”로 계속 이어졌다. 

이날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서선영이 발현한 압권은 영성체송(Communio)에서 발현됐는데 “영원한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주여 당신의 성인들에게처럼 영원토록, 당신은 자비로우시나이다”를 부르는 서선영은 대타로 출연해 당당히 성공을 거두는 소프라노의 히로인(heroin) 그 자체로 내게는 이날 비쳐졌다.

작품 연주면에서는 Lacrimosa(눈물과 한탄의 날)이 내 개인적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는데 Lacrimosa는 탁월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서정성이 돋보이며 레퀴엠의 애통함이 정점을 이루는 곡으로서 긴장된 고양감은 모차르트의 창조적 생명의 등불이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것을 애달프게 보여주는 듯 했다. 

모차르트 레퀴엠은 모차르트 최후의 작품이자 마치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처럼 미완성의 마지막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런 미완성의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서울시향과 4인의 솔로이스트, 소프라노 서선영 및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문세훈과 베이스 고경일 국립합창단은 매우 완성도 높은 공연을 들려줬다. 

참고로 이 미완의 작품에서 작곡가 모차르트가 썼던 부분은 ‘인트로이투스’ 전체와 ‘키리에’에서 ‘오페르토리움’까지의 노래 성부와 베이스 그리고 관현악 성부의 주요 음형뿐이었다고 한다.

요제프 레오폴트 아이블러라는 사람이 ‘세쿠엔치아’의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며 ‘라크리모사’의 소프라노 성부를 쓰다가 작업을 중단하고 말며 모차르트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는지 그의 제자인 프란츠 쥐스마이어에게 곡의 마무리를 부탁하고,

1791년 12월 세상을 떠났는데 결국 이 일을 떠맡은 사람은 모차르트의 제자 쥐스마이어로서 그는 아이블러가 손 댄 악보를 새롭게 필사해 고친 뒤 ‘세쿠엔치아’ ‘오페르토리움’의 관현악과 ‘라크리모사’의 9마디 이후 ‘상투스’ ‘베네딕투스’ ‘아뉴스 데이’를 새롭게 작곡해 넣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코무니오’는 곡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 ‘키리에’의 음악을 이용해 마무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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