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여홍일(음악칼럼니스트)

팬데믹, 국내 연주단체들이 신년 음악회 자리 대체하는 시대

신년 음악회로서 세계적 인기를 끈 것은 연례 빈 필 신년 음악회다. 2022년 올해 빈 필 신년 음악회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를 맡아 빈 필의 통상적 연주곡인 다수의 폴카와 왈츠곡들의 연주 외에도

‘밤의 환락을 쫓는 사람’의 부문에선 연주자들이 직접 “친구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며 노래를 부르는 이색적인 연주 무대를 선사하고 팬데믹 상황을 고려, 바렌보임이 독일어 대신 영어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 재앙이며 음악가들은 공동체를 지킬 행운”이라고 언급하는 등 흥미로운 연주 장면들이 어느 해 못지않게 많았다.

국내에서도 신년 음악회는 팬데믹 이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빈 국립 폭스오퍼 극장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 등 빈 관련 연주단체들이 내한해 신년 정초 내한음악회를 꾸미는 것이 한동안 유행이 되다시피 했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이런 해외 연주단체들의 신년 음악회는 이동의 제한과 자가격리 문제로 어느 새부터인지 자취를 감췄고 그 신년 음악회의 자리를 국내 연주단체들이 사실상 대체하는 팬데믹 시대가 됐다.

 

명료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황홀하다”는 평을 들을 만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고 있는 선우예권.
명료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황홀하다”는 평을 들을 만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고 있는 선우예권.

 

올해 들어 지난 1월 6일 목요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신년 음악회를 가진 서울시향이나 무관중으로 1월 5일 저녁 예술의 전당 신년 음악회 무대에 오른 KBS교향악단의 예는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해외 연주단체들의 내한이 어려워지니 당연히 국내 연주 지휘자나 국내 연주단체들이 이런 반사효과를 누리게 된다.

반사효과로 치부하기엔 재기 넘치는 국내 아티스트들 많아 희망

그러나 이런 단순 반사효과로 치부하기엔 재기가 넘치는 국내 아티스트들도 상당수 만날 수 있어서 2022년 올해 국내 연주단체들이 펼치는 무대들도 해외 내한연주단체들의 공연들에 대항할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는 클래식 팬들의 기대가 많다. 

연주회가 끝나면 공연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감상은 어땠는지 블로거들의 감상평을 클릭해보곤 한다.

‘러시아의 영혼이 가득한 교향곡과 피아노협주곡’, ‘지휘자 성시연의 어느 부분에서는 카라얀처럼 지휘봉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최고였다’는 등등 일반 관객들의 서울시향 연주에 대한 코멘트나,

KBS교향악단의 신년 음악회에 대해 관객들의 빗발치던 채팅 행렬은 지난해 3월 말 통영국제음악제나 8월 초 평창여름음악제 백건우 공연 등의 온라인 공연중계에 쏟아지던 채팅 행렬을 내게는 연상시켰다.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를 꾸민 지휘 성시연이나 선우예권, KBS교향악단의 신년 음악회 무대에 선 최수열이나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임선혜,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은 연초 신년 음악회를 통해 외국 연주자들의 내한이 뜸해서 생긴 반사효과에 앞서 당당히 자신들의 재기를 보여준 연주력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우선 보도됐다시피 지휘 성시연은 지난해 2021년 11월 5일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인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의 성공적인 데뷔무대를 마쳤다.

“Unforgettable evening with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What a privilege to work with the incredible orchestra and amazing trombonist Jörgen van Rijen and great management team!”이라는 관중이 가득 찬 로열 콘서트헤보우 무대에서의 데뷔무대에 대해 성시연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문구를 보면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와 잊지 못할 무대를 연주한 그녀의 저녁이 상상된다. 

성시연은 애틀랜타 심포니와 스페인 국립 관현악단, 유타 심포니와 호흡을 맞추며 2021/22 시즌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 경기필에서의 음악감독을 끝으로 유럽의 음악시장의 정글에 도전하겠다는 그녀의 예전 다짐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보여준다.

 

유럽의 음악시장의 정글에 도전하겠다는 그녀의 예전의 다짐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보여준 성시연의 지휘비팅이 역동적이다. (사진 서울시향_
유럽의 음악시장의 정글에 도전하겠다는 그녀의 예전의 다짐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보여준 성시연의 지휘비팅이 역동적이다. (사진 서울시향_

 

2022년 7월에는 라트비아 출신의 마리스 얀손스의 명지휘로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의 강렬한 인상이 남는 몇 번의 내한공연을 선사한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데뷔를 예정하고 있으며,

오클랜드 필하모닉, 빌바오 심포니 등 유럽과 미주 등지에서 유수 교향악단들과 협업하며 그 활약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하니 국내가 배출한 여성 지휘자의 세계무대를 누비는 또 다른 한 명의 파이오니어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성시연의 역동적 비팅, 명료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성시연의 역동적 비팅은 지난 6일의 국내 최정상의 정련된 사운드라고 볼 수 있을 서울시향의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에서부터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 지휘에 이르기까지 내 시선을 연주회 내내 사로잡았다.

서울시향의 올해 첫 협연 무대에 오른 선우예권 역시 어느 매체의 표현대로 “그의 연주는 명료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황홀하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고 생각했고,

이날 연주된 선우예권의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은 전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KBS교향악단과 신년 음악회에서 연주한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2번과 마찬가지로 간결하다는 느낌 속에 연주가의 기량들이 속속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연주였다.

아울러 전날 KBS교향악단과의 신년 음악회를 맡은 지휘 최수열의 지휘도 내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창의적인 프로그래밍의 감각과 현대음악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는 최수열에 대한 평가가 번스타인 오페레타 ‘캔디드’ 서곡 및 독창자들인 김기훈과 임선혜의 기량 못지않게 미치 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중 ‘임파서블 드림’, 그리고 헤롤드 알렌 영화 ‘오즈의 마법사’ 중 ‘오버 더 레인보우’ 지휘를 통해 느껴져 왔다. 

알다시피 올해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은 각기 2년여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있는 오스모 벤스케와 KBS교향악단의 새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의 취임을 계기로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핀란드사단의 음악감독을 내세운 경쟁이 불가피한데,

연초 신년 음악회도 서울시향의 섬세함과 KBS교향악단의 투박함의 연주가 그대로 대비된 연주회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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