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라이징스타 박재홍 피아노 리사이틀

글: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작곡가가 숨겨둔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려는 스타일 반영된 레퍼토리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국내 클래식 팬들의 이목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입상한 소식이 비슷한 동년배의 김도현이 이 콩쿠르에서 2위를 함께 차지하며 한국인 피아니스트 연주자들이 부조니를 휩쓴 것이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일찌감치 클리블랜드 국제 영 아티스트 피아노 콩쿠르와 지나 바카우어 국제 영 아티스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루빈스타인, 에틀링겐, 힐튼 헤드외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했고 2021년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4개의 특별상과 함께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하며 가장 주목받는 젊은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쌓고 있다.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아끼는 작품을 소중히 꺼내어놓은 무대

금호연세아트홀은 통상 피아니스트의 귀국 독주회와 금호영재 아티스트들의 연주회 등이 열리는 등 객석을 가득 채우는 경우는 그렇게 흔치 않은 연주 아트홀이다.

최근 금호연세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로 객석을 만석 가득 채운 콘서트들로는 기괴함의 대명사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지난해 폴란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임혁 피아노 리사이틀, 1월 말 있었던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꾸민 금호라이징스타 한재민 첼로 리사이틀, 그리고 지난 2월 10일 저녁 열린 피아니스트 박재홍 피아노 리사이틀 등 내 기억으로는 불과 몇 개의 리사이틀에 불과하다.

 

작곡가가 들리는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 박재홍 (사진 금호연세아트홀)
작곡가가 들리는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 박재홍 (사진 금호연세아트홀)

이날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멘델스존의 무언가 등 세 개의 앙코르곡을 관객에게 선사했는데 금호연세아트홀에서 관객의 열화와 같은 환호 갈채로 세 개의 앙코르곡을 연주한 연주회도 내 기억으로는 매우 드문 케이스에 속한다.

그만큼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성가와 주가가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하듯 이날 연주회는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금호연세아트홀을 클래식 애호가들로 가득 채워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높아진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이자 한예종 총장으로 있는 피아니스트 김대진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주영 등의 면면 외에 다수의 음악 칼럼니스트들, 중앙 일간지의 음악 담당 기자들의 면면이 눈에 띄어 새로 핫(hot)한 피아니스트의 한 명으로 박재홍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월 10일 금호라이징스타이자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의 일환으로 열린 피아니스트 박재홍 피아노 리사이틀은 2021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Grand Finale에서 박재홍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 자신의 연주 기량을 드러내려 하기보다 작곡가의 숨겨진 메시지를 잘 전달하려는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곡들이 레퍼토리들로 무대에 올려졌다.

 ‘작곡가가 들리는 연주’

새로운 곡을 익힐 때 악보를 구입하기에 앞서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작곡가의 생애를 먼저 공부한다고 하며 작품이 언제 작곡되었고, 그 기간에 작곡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작곡가가 그와 비슷한 시기에 쓴 다른 작품들도 많이 들여다보곤 한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 공부를 마친 뒤 악보를 구입하여 조심조심 한 음표, 음표들을 만나가기 시작하며 음악가로서 자신의 가장 큰 비전은 ‘작곡가가 들리는 연주를 하는 것’이라고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피력한다.

작곡가가 숨겨둔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려는 연주에 역점을 두려워한다는 이런 그의 연주 스타일은 2019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솔로 세미파이널에서 연주한 F. J. Haydn, Andante mit Variationen F-moll hob. XVII/6, F. Busoni, 10 Variationen über den Präeludium von Chopin BV 213a, I. Albéniz, Almeria from Iberia (book 2), F. Liszt, Après une Lecture de Dante. Fantasia quasi Sonata에서도 나는 느껴볼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은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부조니 콩쿠르 솔로 파이널들에서 연주한 D. Scarlatti: Sonata in si minore, K. 27, É. Tanguy: Passacaille, J.S. Bach/F. Busoni: Choralvorspiel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BWV 645 - BV B 27 n.2, 그리고 L.v. Beethoven: Sonate n. 29, op. 106에서도 마찬가지의 연주 감상의 생각을 하게 됐다.

슈만의 ‘피아노를 위한 아라베스크’가 따뜻하게 감싸는 것으로 시작된 이 날 박재홍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첫 연주곡을 제외하면, 슈만의 피아나 소나타 제1번,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 세자르 프랑크의 피아노를 위한 전주, 코랄과 푸가 등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아끼는 작품을 소중히 꺼내어놓는 무대이자 밀도 높은 피아노 연주곡들로 채워져 비중 있는 곡들을 통해 ‘작곡가가 들리는 연주’를 들려주는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연주 기량에 참석한 음악애호가들이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이 이채로웠다.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연주 내내 내 이목을 또 하나 끌었던 요소는 땀을 흥건히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듯 연주에 몰입하는 것이 객석에까지 전달될 정도로 몸을 던져 연주하는 몰입형으로 다소 수줍게 소극적 무대매너를 보이던 부조니 무대에서의 여타 연주자들의 스타일과도 대비되며,

상체 체격이 듬직하게 안정된 집중력 있는 연주를 들려준 것이 부조니에서도 박재홍이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게 한 요인이 아닌가 싶다. 

세계 3대 콩쿠르 외에 여타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미래 거장들의 무대에도 국내 클래식 팬들의 고른 성원(!) 보내져야!

필자가 최근 어느 기고문에서도 국제 콩쿠르 입상자 연주 무대에 대한 국내 클래식 팬들의 지나친 편식(偏食) 현상을 언급한 바 있지만, 세계 3대 콩쿠르는 쇼팽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보통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그래서 지난 2015년 제17회 쇼팽콩쿠르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국내 무대에서의 연주회 티켓은 엄청난 티켓팅 경쟁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조성진 리사이틀의 티켓을 구하기란 사실상 매우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다. 

내가 어렵게 몇 번 참석할 수 있었던 조성진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지난 2016년 2월 2일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의 경우 최근 한국출신 피아니스트의 공연치고 이렇게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공연이 있었던가(!) 하는 감탄을 불러올 만한 열띤 엄청난 관객의 환호와 열기 등 조성진 신드롬을 실감할 만한 그 무엇인가가 조성진 리사이틀에 있기는 하지만,

부소니 콩쿠르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 박재홍,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우승자 선우예권, 본 베토벤 콩쿠르의 우승자 서형민 등 여타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미래 거장들의 무대에도 국내 클래식 팬들의 고른 성원이 보내져야 연주자도 흥이 나고 전반적 클래식 연주의 향상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팬들의 시야권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느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폭넓은 연주 스펙트럼을 보자면 뉴욕 프릭 컬렉션에서의 데뷔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네덜란드의 운하 페스티벌과 리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초대로 암스테르담과 위트레흐트에서 데뷔 독주회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한국, 미국, 이탈리아, 폴란드, 아르헨티나, 스페인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도시에서 연주회를 했다. 

또한 암스테르담 운하 페스티벌, 워싱턴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 지나 바카우어 페스티벌, 유타 예술 페스티벌 등에서 초청받는 등 연주 활동을 통해 그의 음악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중으로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수살렘 카메라타,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의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외에도 KBS교향악단과 경기필을 포함한 다수의 협연 기회를 통해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지휘자 오메르 메이어 웰버, 에브너 비런, 레이 호토다, 게르하르트 짐머만등을 포함한 여러 지휘자와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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