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훈민정음은 기본 글자인 모음 'ㆍ ㅡ ㅣ' 등과 자음 'ㄱ ㄴ ㄷ' 등 기본 문자를 말소리와 발성기관에 작용하는 소리 체계에 주시하여 이를 입과 혀 등 소리를 형성하는 음성 기관의 모양을 형상화한 형태로 나타내고, 전개 및 확대 과정을 음양설에 근거해 전개했다.

우선 모음은 소리의 기본 형태를 결정하는 요소로 보고 이를 단군사상의 우주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천지인 체계와 관련시켰다. 천(하늘)은 우주 만물을 하나로 아우르는 공간 'ㆍ'로서 둥근 점 형태, 지(땅)는 세계를 지탱하는 기반 'ㅡ'으로서 점을 가로로 연장시킨 형태, 인(인간)은 하늘과 땅을 잇는 중개자 'ㅣ'로서 점을 세로로 연장시킨 형태로 각각 형상화된 것이다.

이들 모음 사이에는 무수한 소리가 존재하는데 사람의 말소리는 발성기관인 입 부분에서 나고 소리가 구체화되어 날 때는 입과 혀와 이빨이 소리의 통로인 목구멍과 상호 작용하면서 나타난다는 점을 밝혀내고 목소리의 기본 형태를 어금닛소리(아음), 혓소리(설음), 입술소리(순음), 잇소리(치음), 목구멍소리(후음), 반혓소리(반설음), 반잇소리(반치음)의 7개 자음 구조로 분류했다.

'훈민정음 해례'에 따르면 어금닛소리는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입천장'ㅡ' + 혀뿌리 상향'ㅣ'), 혓소리는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양(윗잇몸'ㅣ' + 혓몸'ㅡ'), 입술소리는 입 모양(입술이 상하좌우로 벌어져 사각형'□'을 이룸), 잇소리는 이빨 모양(이뿌리에서 끝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산 모양), 목구멍소리는 목구멍 모양(목청을 울려서 둥근 목구멍을 통해 나옴), 반혓소리는 혀 모양(혀가 혓소리보다 많이 말림), 반잇소리는 이빨 모양(혀가 잇소리에 비해 입 바닥을 막음)을 각각 본떴다.

어금닛소리 가운데 현대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는 다시 모음과 자음은 자체로 획이 하나 추가되고 일부 변형되고 합해져서 여러 모음과 자음으로 확대돼 나가고, 모음과 자음의 합자 역시 음양의 결합과 같이 어울리게 하나로 합해지면서 글자를 이루게 된다. 모음은 모음대로 음과 양을 이루고, 자음은 모음의 성격에 따라 음과 양의 성질을 띠면서 소리를 대표하는 기본 갈래를 이룬다.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여 글자를 이루게 되는 단계가 되면 모음은 음의 성질로 작용하고, 자음은 양의 형태가 되어 모음의 성격에 반응한다.

모음이 소리의 성질을 문자 형태로 나타낸다면 자음은 소리의 여러 형태를 문자 형태로 나타낸다. 말소리는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음파가 입 모양, 혀 위치, 입술 및 이빨과의 마찰, 목구멍의 열린 크기, 목청 및 목구멍의 공간에서의 떨림 정도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는 점을 알아채고 이 소리의 각 형태에 따라 크게 어금닛소리ㆍ혓소리ㆍ입술소리ㆍ잇소리ㆍ목구멍소리 다섯 개로 가름하여 여기에 반혓소리 및 반잇소리 두 개 소리가 존재하고 있음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갈래진 자음은 조음(調音)의 부위와 방법에 따라 구강 구조의 모양을 본떠 각 소리를 대표하는 형태인 'ㄱ(어금닛소리) ㄴ(혓소리) ㅁ(입술소리) ㅅ(잇소리) ㅇ(목구멍소리)'을 기본 글자로 하여 나머지를 소리가 세게 나는 정도에 따라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는 식으로 확장시키고, 'ㅇ(어금닛소리) ㅿ(반잇소리) ㄹ(반혓소리)' 3개 소리는 별도의 문자 형태로 상형화했다.

여기서 자음을 이루는 각 소리가 발음기관과 어떠한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지 궁금해진다. 자음의 명칭에 따라 어금닛소리 등이 어떻게 그러한 특성으로 문자화될 수 있는지, 그리하여 그렇게 발음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이 얼마나 과학의 이치에 따라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음을 이르는 명칭은 모음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따로 적시된 것이 없지만 '훈민정음 해례'의 '초성해' 부분을 보면 이들 자음을 어떻게 불렀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ㄱ ㄴ ㄷ ㄹ'의 명칭은 순서와 함께 훈민정음 창제 때와 다르다.

처음에 만들어질 때 순서는 '어금닛소리 → 혓소리 → 입술소리 → 잇소리 → 목구멍소리 → 반혓소리 → 반잇소리' 순으로 전개되면서 각 소리에서 다시 그에 해당하는 문자가 배열되고, 각 자음의 명칭은 따로 없었다. 그러던 것이 1527년(중중 22년) 당시 통역관으로 있던 최세진이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를 지으면서 여기에 자음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등 열여섯 자의 이름을 '기역 니은' 등으로, 모음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ㆍ' 11개의 이름을 '아 야 어 여' 등으로 나타낸 것이 지금의 자음과 모음의 이름과 순서로 된 기원이 된다.

'훈민정음'을 보면 자음 'ㄱ ㄴ ㄷ'의 경우 "ㄱ‘ㄴ+ㆍ+ㄴ' … 君군ㄷ 字'ㅉ+ㆍ+ㅇ' … ㄷ'ㄴ+ㆍ+ㄴ' … 斗'ㄷ+ㅜ+ㅎ+ㅇ'ㅸ 字'ㅉ+ㆍ+ㅇ' … ㄴ'ㄴ+ㆍ+ㄴ' … 那낭ㆆ 字'ㅉ+ㆍ+ㅇ'"의 첫소리라고 하면서 'ㄱ ㄴ ㄷ ㄹ…'을 이르는 대목에서 "ㄱ'ㄴ+ㆍ+ㄴ', 'ㄴ'ㄴ+ㆍ+ㄴ'"과 같이 각 자음에 조사 '는'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모음의 경우는 "ㆍ'ㄴ+ㆍ+ㄴ' … 呑'ㅌ+ㆍ+ㄴ'ㄷ字'ㅉ+ㆍ+ㅇ' … ㅡ는 … 卽즉字'ㅉ+ㆍ+ㅇ' … ㅣ'ㄴ+ㆍ+ㄴ' … 侵침ㅂ字'ㅉ+ㆍ+ㅇ'"와 같이 양성모음 'ㆍ'와 중성모음 'ㅣ'에서는 조사로 'ㄴ+ㆍ+ㄴ', 음성모음 'ㅡ'에서는 '는'을 각각 쓰고 있다.

우리말에서 '는'은 조사로 기능할 때 체언에 붙어 사용되는데 이때 체언은 종성이 없이 초성과 중성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종성으로 이루어진 체언에는 '은'이 사용된다. 따라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ㄱ ㄴ ㄷ ㄹ'을 부르는 이름은 오늘날과 같이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이 아니었다.

딱히 이르는 말이 기록된 것은 없어서 알 수 없지만 조사 '는'을 토대로 각 자음이 여기에 어울리려면 '그 느 드 르…'나 '기 니 디 리…'와 같이 자음에다 모음의 기본을 이루는 'ㆍ', 'ㅡ', 'ㅣ'의 하나와 결부시켜야 'ㄴ+ㆍ+ㄴ'이나 '는'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들 모음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한 'ㆍ'와 결부시키면 오늘날과 같은 순서인 '가 나 다 라…'가 된다. 혓소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느 드 뜨 트'라고 소리 내면 혀끝이 약간 올라가지만 '니 디 띠 티'라고 하면 혀끝이 확실하게 윗잇몸에 닿는 것을 알 수 있다.

 ▲ 훈민정음 ⓒ 문화재청

최세진이 '훈몽자회'를 저술하던 시기에 자음은 '기 디 비 '에서 '기역 니은 디귿', 모음은 '아 야 어 여'모음은 자음이 발성 기관의 모양과 위치 및 소리와의 마찰 상황에 따라 분류한 것과 달리 양과 음의 성격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훈민정음 해례'에서 다루고 있는 모음의 순서를 보면 'ㆍ, ㅡ, ㅣ,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로 전개된다.

여기서 보면 'ㆍ, ㅡ, ㅣ'를 기본 모음으로 하여 '양, 음, 양'의 순서를 보이고, 'ㅡ, ㅣ'에 'ㆍ'가 추가되면서 'ㅗ, ㅏ'와 'ㅜ, ㅓ'로 양에서 음 순으로 되고 다시 'ㆍ'가 한 번 추가돼 'ㅛ, ㅑ'의 양과 'ㅠ, ㅕ'의 음 순서로 전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자음은 각 소리에 사람의 목소리인 'ㅣ'와 결합해 '기 끼 키 디 띠 티 니', 모음은 각 소리에 유성음 'ㅇ'과 더불어 '아 으 이 오 아 우 어'의 음양 순으로 불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늦어도 최세진 대의 얼마 전에 '기역 니은 디귿', '아 야 어 여'의 명칭과 순서로 변모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

한편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모음의 순서는 크게 보면 양과 음의 순서이면서 세부로는 '땅(ㅡ), 사람(ㅣ)'의 순으로 '하늘(ㆍ)'이 추가되는 양상을 보인다. 즉 소리를 구성하는 주체는 '하늘, 땅, 인간'이지만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말소리는 '자연(지)'과 '인간(인)'의 소리에다 '초자연(천)'의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작용해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천(ㆍ) 지(ㅡ) 인(ㅣ)' 3개의 모음으로 모두 표현할 수 있지만 모음의 결합이 복잡해질수록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는 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모음의 상황에 맞춰 자음도 전개된다.

자음은 상하와 좌우로 병기가 가능해서 모음 11개와 자음 17개 등 모두 28자로 표기가 가능하지만 여기에 모음의 추가와 결합, 자음의 병기 가능과 초성 및 종성의 기능으로 기하급수의 문자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세계 주요 표음문자들 가운데 한글의 자음 모음 자수가 가장 적지만 새로운 말을 가장 많이 표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수성을 여지없이 증명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기본 자모는 26개로 현재 한글의 기본 자모 24개보다 많으며, 여기에 소문자와 대문자를 따로 알아야 하기 때문에 52개라 할 수 있다. 일본어는 오십음이라 해서 적어도 40개가 넘는 데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가 따로 있어 90개를 웃돌고, 따로 한자까지 알아야 한다.

이에 비해 한글은 24개의 자모를 사용하여 간편한 데다 여기에 자음의 병기와 종성으로의 활용 가능성으로 표현 가짓수가 다른 언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 재생산된다.

언어는 표현의 상호 교통을 위한 필요성으로 말미암아 만들어졌다. 따라서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많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글은 여타 언어보다 표현 가능성이 풍부하고, 적은 수의 자모로 이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체계를 갖춘 우수한 언어임을 말해 준다.

[정리] 문화뉴스 홍진아 기자 hongjin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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