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흔히 오지 않는 이 연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기 바빴다. 그들을 붙잡기 위해 극장가들 또한 매우 바빠졌다. 이 황금연휴에, 관객들에게 웃음과 친근함을 전달하기 위해,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을 지닌 배우 이성민의 '보안관'이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지난 3일에 개봉한 '보안관'은 과잉 수사로 잘린 후, 고향 기장으로 낙향해 '보안관'을 자처하며 수호하고 있는 '대호(이성민)'는 비치타운 건설을 위해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서울에서 내려온 동시에 부산 전역에 마약이 돌기 시작하며, 그를 마약사범으로 의심해 처남 '덕만(김성균)'을 조수 삼아 나홀로 수사를 하는 영화다.

수많은 작품에서 등장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쳤지만, 이성민이 주연배우로서 맨 앞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15년에 개봉한 '로봇, 소리'에 이어 '보안관'이 두 번째다. 조연과 주연의 기로라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는 이성민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보안관'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기존에 했던 작품과 달라서인지, 아니면 같이 출연한 사람들의 조합 때문인지?
└ 그냥 하고 싶었다. (웃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과거에 작업했던 김형주 감독이 연출하는 첫 작품이었고, 영화의 이야기가 큰 부담이 없어서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보안관'을 코미디나 수사극이라기보단, 우리를 비추는 풍자영화라 생각했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올릴 기회가 되었는데, 좀 유쾌한 영화가 여러모로 관객들에게 좋을 것 같아 선택했다.

'우리들'이라 하면 40대 중반 남성을 지칭하는건가?
└ 40대일 수도 있고, 대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일 수도 있다.

 

평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읽으면서 뭔가 새롭다거나 내가 그걸 맡았을 때 그려지는 모습이 명확해질 때, 그 작품에 호감이 가며 하고 싶어진다. 반면, 만약 좋은 역할임에도 나와 이미지가 맞지 않거나, 내가 하는 것보다 따른 배우가 떠올라 그 사람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이 들면 선택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번 '대호' 역할 해본 소감은?
└재밌었다. 평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성향의 역할을 해보는 건데, 배우로서 가지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고, 이 캐릭터를 공식적(?)으로 소화하는 것이었기에 좋았다.

'대호'의 연령대가 실제 나이와 비슷한데, 특히나 공감 가거나 다른 점은?
└ 가족과 함께 있는 씬들이 공감이 많이 됐다.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대호'와 달리, 실제 모습은 집 안에만 머물며 아내를 도와주는 편이다. 극 중 김장 하는 씬에서 '대호'처럼 말했다가 크게 혼나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못 한다. 그런 부분에서 카타르시스 같은 건 있었다. 이외 딸에게 구박을 받는다거나, 다른 모습에서도 공감이 간다.

굳이 '대호'가 경찰에서 쫓겨나서도 보안관을 자처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 그가 가지고 있는 천성이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따뜻한 마음을 베풀며 모두가 웃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바랬던 것 같다.

▲ 영화 '보안관' 스틸컷

'보안관'을 본 후, 일부 관객들이 '아재느낌'이 난다는 말을 하곤 한다. 평소 '아재느낌' 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었나?
└ 영화 '보안관'를 시작하게 된 일화를 하나 밝히자면, 이번 영화 제작에 참여한 윤종빈 감독이 과거 부산에서 촬영하다가 길에서 '대호'같이 딱 달라붙는 민소매에 금목걸이를 한 아저씨를 목격했다. 그들을 목격하면서 '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떨까?'가 모티브가 되었다.

부산 기장에서 촬영하는 도중에도 가끔 그런 분들을 발견했고, 특히 미포 방파제에 가면 나이 많으신 근육질 아저씨도 계셨다. 그 사람들에 대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보단 '저 분들의 정체가 뭘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곤 했다.

또한 '대호'는 '꼰대'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심어주는데 본인의 실제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는지?
└ 나이도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데,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중요하다. 나는 '꼰대'처럼 행동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본의 아니게 간섭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위험한 난간 같은 곳에서 촬영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괜히 "조심해라"라고 소리치고 통제하게 된다. 상대방이 듣기엔 "왜 저러지?" 할 수 있을 텐데, 결국 내가 불안해서 그렇게 되더라. 나중에 반성하곤 하는데, 나이가 들면 괜히 불안해서 그렇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옛날에 부모님들이 나한테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아재' 정서가 한편으로는 여성주의 정서와 부딪치지 않을까 하는 면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실 '아재 문화'도 잘 몰랐다. 영화 촬영하는 동안 '아재'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젊은 사람들이 우습게 보기보단 그 매력이고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꼰대' 대신 '아재'라고 말하는 건, 후지다는 의미보단 대체용어로 하는 말이다. '아재파탈'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미남 배우인 장동건, 정우성도 아재다. (웃음) 물론 내가 그들과 동급이라는 뜻은 아니다.

 

고등학생인 내 딸이 나이가 많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보고 섹시하다고 말해서 충격이었다. 또한, 정우성이나 강동원이 나이가 많음에도 잘생겼고 멋지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기존에 불려왔던 '꼰대'라는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꼰대'는 비하하거나 저속한 의미가 강하지만, '아재'는 어느 정도 존중해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리고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대체로 멀쩡한데, 옷차림이 너무 촌스럽게 나올 뿐이다. 배정남은 제대로 입으면 엄청 멋있다. 진웅이도 그렇고 김종수 선배도 정장 입으면 멋있다.

'보안관' 무리를 보면 상남자들의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집안에서 기를 못 펴는 남자들(아재들)의 애환이 담겨있는데, '보안관'은 어떤 무리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 좀 웃긴 이야기지만, 오는 길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나이를 검색해봤는데, 나보다 한참 형이어서 놀랐다. 또한 '아이언맨' 출연 배우들이 대체로 나이가 많았고, 돈 치들도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어벤져스'도 생각보다 배우들 평균 나이가 많았다. 이를 보면서 '보안관' 멤버들이 비록 아재들의 이야기지만, 다른 버전의 '어벤져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촌스러워서 그럴 뿐이지. (웃음)

▲ 영화 '보안관' 스틸컷

그럼 현장 분위기는 서로에게 멋있다고 치켜세워주는 분위기였는지?
└ 아니, 현장은 안 그랬다. 오히려 더 현지인들보다 촌스러웠다. 기장 분들이 우리더러 기장이 그렇게 촌스럽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향우회 같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지, 기장 사시는 분들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 그래서 홍보 때 한 번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생각하기도 했다.

[문화 人] '보안관' 이성민 "조진웅, 그리고 배정남. 나한테 소중해" ② 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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