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앙상블의 연초 신년음악회 비엔나 왈츠와 폴카, 5월로 가져온 무대

글: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지난 5월11일 수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모처럼 조수미 & 13인의 빈 필하모닉 플레이어즈의 공연으로 매우 북적였다.

이날은 지난해 2021년 세계무대 데뷔 35주년을 축하하여 이탈리아의 유명 바로크 연주단체인 이 무지치와  <LUX 3570> 앨범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국내 관객들이 다시 국내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조수미를 만날 수 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나디아 블랑제(1887-1979)의 ‘Lux aeterna(1909)’(영원한 빛)을 마지막 곡으로 열연하는 이 앨범CD의 감흥도 내게는 남달랐기에 6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13인의 빈 필하모닉 앙상블과의 공연을 놓칠 수 없었다. 

 

조수미 공연 포스터
조수미 공연 포스터

 

펜데믹 이후 자취를 감췄던 빈 앙상블의 신년음악회 비엔나 왈츠와 폴카 무대를 5월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필하모닉 앙상블의 이날의 무대는 많은 공연 참석자들에게 사회적 일상회복의 특별한 의미도 담고 있었다. 

2022년 올해 빈 필 신년 음악회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를 맡아 빈 필의 통상적 연주곡인 다수의 폴카와 왈츠 곡들의 연주되었던 터라 조수미 & 13인의 빈 필하모닉 플레이어즈 공연은 빈의 신년음악회를 자연스럽게 연상치 않을 수 없었는데,

국내에서도 신년 음악회는 팬데믹 이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빈 국립 폭스오퍼 극장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 등 빈 관련 연주단체들이 내한해 신년 정초 내한음악회를 꾸미는 것이 한동안 유행이 되다시피 했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이런 해외 연주단체들의 신년 음악회는 이동의 제한과 자가 격리 문제로 어느 새부터인지 자취를 감췄고 그 신년 음악회의 자리를 국내 연주단체들이 사실상 대체하는 팬데믹 시대가 됐었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아우라와 끼, 필하모닉 앙상블의 융숭한 연주 어우러져

소프라노 조수미의 아우라와 끼, ‘Viennese Sound로 대표되는 빈 필하모닉의 명품 연주 자체를 작은 스케일로 감상할 수 있는 진품공연을 필하모닉 앙상블의 융숭한 연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 공연의 무대특성을 고스란히 다시 재현한 이날 무대에서 오페레타 <박쥐>중 ‘내가 시골의 순진한 여자를 연기할 때(Spiel Ich die Unschuld vom Lande from operetta <Die Fledermaus>)’부터 무대에 오르는 조수미를 보면서 관객들은 무대를 장악하며 꽉 채우는 듯한 소프라노 조수미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리아에 삽입된 ‘내가 만약 여왕역을 한다면 근엄하게 걸어 다니며 (...) 왕국의 백성을 미소로 다스리는 완벽한 여왕이 될거예요!’라는 가사의 예처럼 소프라노 조수미가 이날 공연의 완벽한 여왕이 될 것 같은 예시(豫示)를 주는 공연의 출발이었다.

이어 조수미가 부른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중 ‘빌랴의 노래’(Vilja Lied from operetta <Die Lustige Witwe>)는 조수미의 끼와 아우라가 무대에 섦으로써만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무대로서 ‘사냥꾼은 거의 환상에 사로잡힌 듯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죠’라는 가사대로 관객들이 환상에 사로잡힌 조수미의 무대를 접하는 듯 했다.

 

13인의 빈 필하모닉 단원
13인의 빈 필하모닉 단원

 

이날의 무대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단독 무대로는 보기 어려운 필하모닉 앙상블의 많은 비엔나 왈츠와 폴카 곡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관객들은 흡사 매년 연초에 서울 클래식무대의 신년음악회를 책임졌던 비엔나 앙상블의 재도래를 느낄 만 했다고 여겨진다.

필하모닉 앙상블의 첫 연주곡 ‘오페레타 <박쥐> 서곡부터 빈 필하모닉 명품 연주 자체를 작은 스케일로 감상할 수 있는 진품공연을 선사한다는 느낌은 이 앙상블의 융숭한 연주로 비엔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왈츠와 폴카들의 연주의 밤으로 관객들이 안내된 느낌이다.

모든 연주자가 세계 최고의 명성과 명예를 자랑하는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현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필하모닉 앙상블은 비엔나 필하모닉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는 최상급의 연주 스타일과 고유의 소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객석으로 전해져왔다.

필하모닉 앙상블은 프란츠 레하르의 ‘금과 은’ 왈츠 연주(Gold und Silber Waltz)에서 우울한 인트로에 이어 섬세한 스네어 드럼의 경쾌한 비트가 이어지며 햇빛에 빛나는 금과 은의 아름다운 모습과 매력을 섬세하게 표현했으며 전반부의 마지막 연주곡 레오 들리브의 피치카토 폴카(Pzzicato Polka)는 활을 쓰던 연주자들이 모두 손가락으로 튕겨 연주해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시선을 끌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최상의 컨디션과 활달한 음색, 루이지 아르디티의 ‘입맞춤’에서 절정!

2부의 필하모닉 앙상블의 첫 연주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Tritsch-Tratsch Polka, Op. 214)는 빠른 템포의 ‘폴카 슈넬’에 해당하는 이 곡이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가장 흥겹고 익살스러운 폴카의 하나라는 것을 새삼 내게 객석에서 일깨우게 했다. 

 

조수미 & 이 무지치 실내악단 공연 포스터 사진=천안문화재단 제공
조수미 & 이 무지치 실내악단 공연 포스터 사진=천안문화재단 제공

 

이어진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Fruehlingsstimmen, Op. 410) 역시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신년음악회에서 통상 많이 듣던 연주곡이었는데 5월로 옮겨진 빈 앙상블의 신년음악회 성격에서 이 곡을 듣게 되니 4분의 3박자로 짧지만 강한 흡인력을 지닌 전주에 이어 곧바로 세 개의 간결하고 우아한 왈츠가 이어지는 것이 봄의 신선한 활력을 들려주는 듯 했다.

단원 악장에게 입맞춤의 익살을 선사하기도 한 조수미의 프란츠 레하르 오페레타 <쥬디타>중 ‘뜨겁게 입 맞추는 나의 입술’ 무대는 이날 조수미 무대의 하이라이트 무대로 꼽을 만 했다.

‘Meine Lippen, Sie Kussen So Heiss'는 오페레타 쥬디타 4막에서 Giuditta가 부르는 아리아로 매력적이고 유혹적이며 달콤함마저 느껴지게 하는 곡인데 이런 곡의 특성을 조수미는 십분 살려내면서 자신의 진가를 관객에게 다시 한 번 유감없이 과시한 것이다.

이날 소프라노 조수미의 최상의 컨디션과 활달한 음색은 루이지 아르디티의 ‘입맞춤’(Luigi Arditi, Il Bacio)에서 절정에 달했는데, 첫 키스를 할 때의 설렘과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가곡인 ‘입맞춤’은 소프라노 조수미의 음색의 성격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에 최적격인 왈츠 템포의 화려한 표정을 지닌 곡이었다.

지난해 발매된 조수미와 이무지치의 앨범 ‘LUX 3570’에서의 고품스럽고 이무지치의 경쾌한 합주력과 연주의 싱싱함에 대비될 ‘Viennese Sound’의 작은 스케일이라고 할 수 있을 빈 필하모닉 앙상블의 신년음악회가 서울에 되돌아왔다(!)는 느낌을 준 이날 필하모닉 앙상블과 조수미의 무대는 안넨 폴카, 봄이 오는 길, 맑고 푸른 도나우강, 라데츠키 행진곡의 앙코르곡들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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