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여 홍일(음악 칼럼니스트)

초여름 여름 휴가시즌이 임박해서일까. 아니면 토요일 오후 연휴의 시작 때문이었을까. 

2017-2020 시즌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한 티에리 피셔의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가 열린 지난 6월11일 토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예전의 콘서트 객석을 가득 채우던 서울시향의 연주회 모습과 달리 객석에서 관객들이 많이 빠져있던 모습이었다.

대성황의 왁자지껄 하는 공연장의 풍경이 아니고 적정한 선의 관객들이 들어와 음악의 액기스 진액(津液)을 알맞게 체험토록 하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서 가장 클래식한 분위기에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연주를 들려주는 것 같은 서울시향의 가장 액기스적 티에리 피셔의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가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어서 연주장의 분위기가 꼭 관객으로 꽉꽉 차서 대성황의 분위기가 좋은 음악회 감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자리였다.

 

실연연주 아니면 그 아름다움의 섬세한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체험키는 어려울 듯 하다는 느낌의 연주를 서울시향이 들려주고 있다.
실연연주 아니면 그 아름다움의 섬세한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체험키는 어려울 듯 하다는 느낌의 연주를 서울시향이 들려주고 있다.

 

“실연연주 아니면 그 아름다움의 섬세한 다프니스와 클로에 체험키는 어려울 듯 하다는 느낌의 연주 서울시향 들려줘”

실연연주가 아니면 그 아름다움의 섬세한 연주를 체험키는 어려울 듯 하다는 느낌을 줄 만큼 서울시향의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에 대해 ‘너무 멋있었다’는 공연장을 나오며 하는 관객들의 평이 잇따랐다. 

때마침 몬트리올심포니와 샤를르 뒤투아의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를 접할 수 있었는데 전반부의 chorus의 강렬한 화음이 인상적인 몬트리올심포니의 연주에 비해 서울시향의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가 손색없이 부드럽고 호흡이 긴 선율과 자유로운 리듬,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환상적인 화음 등 섬세한 연주에 강세를 보이는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매우 인상적으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chorus를 맡은 국립합창단이 몬트리올심포니 chorus 만큼의 강렬한 화음을 초반부에 전달해주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고 해야 할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사전에 녹화된 영상을 통해 지휘자 티에리 피셔는 서울시향과의 6월에 있을 ‘다프니스와 클로에’ 무대 및 이어질 티에리 피셔의 생상스교향곡 2번 연주 무대가 20세기 음악과 19세기 음악으로 대별된다고 선곡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프니스와 클로에’에 대해선 “서울시향이 상대적으로 프랑스 음악 연주의 기회가 적었다”면서 “아주 신화적이고 상징과 은유, 색채감으로 가득한 20세기 초의 라벨의 걸작을 연주하는데 서울시향의 섬세한 연주력에 적합한 선곡은 없을 것 같았다”고 서울시향 연주력에 남다른 큰 신뢰를 보였는데 이런 지휘자와 단원들 간의 한마음이 매우 인상적인 연주회로 이끌었던 것 같다. 

최근 모 클래식 음악방송의 멘트에서 “클래식 음악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며 어느 날의 음악 감상 청취가 인생음악이 될 때가 있다. 음악은 사람의 심성을 바꾸고 섬세한 인생여정의 중요한 동반자가 된다”는 취지의 피아니스트 진행자의 멘트를 들은 적이 있다.

이번 티에리 피셔가 지휘한 서울시향의 무용교향곡 모리스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가 바로 이에 가장 적확(的確)한 감상을 수반케하는 연주체험을 내게 가능케 했던 것이어서 연주 감회의 감동이 아직도 마음에 선하다. 

 

티에리 피셔는 가장 액기스적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가 돋보인 서울시향의 연주를 이끌었다. (사진 서울시향)
티에리 피셔는 가장 액기스적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가 돋보인 서울시향의 연주를 이끌었다. (사진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와 달리 모처럼 서울시향과 포디엄에 선 티에리 피셔는 그간 서울시향과의 지휘가 없던 인터벌 탓에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그의 지휘감각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으나,

피셔의 스타일이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지휘에 녹아들며 밀도 높게 지휘를 이끌어가는 것이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에 꿈속의 그리스를 믿음직하게 재현하는 거대한 음악적 프레스코화를 작곡하듯 서울시향과의 연주를 통해 하나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일반 국내 관객들의 그에 대한 이런 지휘감각을 불식시키듯 최근 티에리 피셔는 보스톤, 클리블랜드, 아틀란타, 신시내티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 오슬로 필하모닉, 로테르담 필하모닉,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같은 교향악단들, 그리고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스웨덴 체임버,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등과 같은 실내악단을 지휘했다고 한다.

펜데믹 기간 동안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 티에리 피셔는 상파울루 심포니 첫 시즌에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작품, 베토벤의 교향곡과 장엄미사를 지휘했고 21/22 시즌 그는 이번에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잡은 것을 비롯해 폴란드 라디오 오케스트라, 브뤼셀 필하모닉을 객원 지휘할 예정을 갖고 있다.

코르베이니코프의 연주, 단아한 연주에 범상치 않은 연주 병행

예전 서울시향의 수석 객원지휘자를 맡았던 티에리 피셔가 거대한 음악적 프레스코화를 보여주듯 이끈 무용 교향곡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에게해 레스보스 섬의 전원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이다.

1부 목신과 숲의 요정의 석상이 있는 신성한 숲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염소지기 다프니스와 그의 연적인 소치기 도르콘의 싸움에서 다프니스가 이긴다. 그런데 뤼세이온이 다프니스를 유혹하고, 클로에는 해적에 납치당한다.

다프니스는 숲의 요정을 원망하며 잠들고, 숲의 요정이 다가오는 꿈을 꾼다. 2부 클로에가 해적 브뤼악시스의 소굴에서 슬퍼한다. 이때 목신이 나타나 클로에를 데려간다.

3부 새벽에 다프니스가 눈을 뜨자 목신이 데려온 클로에가 앞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늙은 목동 라몬이 목신이 시링크스를 생각하며 데려다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둘의 재회를 축하하는 축제가 열린다. 

 

코르베이니코프의 피아노연주는 단아한 연주에 범상치않은 연주 병행이란 특징을 보였다.
코르베이니코프의 피아노연주는 단아한 연주에 범상치않은 연주 병행이란 특징을 보였다.

 

서울시향의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연주를 보면서 여전히 내게 남겨진 인상은 앞서 언급한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서 서울시향이 가장 클래식적 분위기와 이에 가장 부합하는 연주를 들려주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연주단체라는 점과 서울시향의 강점인 섬세한 연주에 강하다는 연주로 멋진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거대한 음악적 프레스코화처럼 구현했다는 것에 손색없는 연주를 들려줬다는 점이다. 

전반부에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 안드레이 코로베이니코프의 연주에 대한 인상은 단아한 연주에 범상치 않은 연주를 병행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코로베이니코프의 협연은 정말 놀랍고 감탄을 자아냈다는 블로그들의 평들이 많았는데,

완벽하게 완성된 기교를 기반으로 난해한 곡들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자유로움이 매력적인 연주자라는 평답게 한 순간도 놓칠세라 내내 집중하게 만드는 그의 연주는 어떤 틀이나 테크닉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시공간의 확장을 제시하며,

현란한 기교와 정갈한 터치, 섬세하지만 풍부한 음색과 표현, 깔끔하고 세련된 고음 처리가 돋보였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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