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골라 담기 시리즈 마지막 주제 웹 예능
쉽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커블' 콘텐츠
광고, 비속어에 개방적...제작진으로서는 환영

사진=Unsplash

[문화뉴스 정승민 기자] 예능을 장르별로 들여다보고 각각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살펴보는 '예능 골라 담기' 시리즈.

지금까지 '예능 골라 담기'에서는 '스포츠 예능'과 '리얼리티 예능', '토크 예능'을 소개하고 이들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예능 골라 담기' 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다룰 주제는 '웹 예능'이다.


웹 예능은 일반 TV 채널에 편성, 방영되는 예능이 아니라 유튜브, OTT 등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는 예능이다.

최근 뉴미디어 플랫폼이 발달, 확산하는 흐름을 파악한 방송계에서 많은 시도가 이뤄졌고, 웹 예능은 그 산물이 됐다.

현재 많은 웹 예능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나름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신흥 예능 장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금처럼 자리 잡기까지 일종의 변혁 과정도 존재했다.

그래서 이번 예능 골라 담기에서는 크게 웹 예능에 대한 방송계의 시도가 있었던 과거 '개혁기' 웹 예능과 현재 '황금기'를 맞은 웹 예능,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다.

tvN, 네이버 티비캐스트 '신서유기'

사진=tvN 신서유기/TVING
사진=tvN 신서유기/TVING

얼마 전까지 tvN 채널에서 시즌제로 방영됐던 예능 프로그램이라 왜 웹 예능인지 의아할 수 있다.

tvN '신서유기'는 프로그램 론칭 당시 현 '네이버TV'의 전신 '네이버 티비캐스트'에 공개됐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초기 신서유기는 웹 예능을 시도한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도를 보여준 사람은 tvN이 현 위상을 갖는 데 공헌한 나영석 PD다. 나영석 PD는 웹 예능 외에도 변혁적 시도가 많았던 '개혁가'라고 할 수 있다.

신서유기 외전이었던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삼시세끼 산촌편과 신서유기7 방송이 끝난 뒤 5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내보냈다. 이후 다른 tvN '신서유기' 외전 콘텐츠들 또한 TV로 짧은 시간 보여준 뒤 풀버전을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채널 십오야'는 주로 신서유기 멤버들이 주축이 되는 콘텐츠가 많이 업로드되는 편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콘텐츠를 업로드하기도 하고,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 그리고 최근에는 '뿅뿅 지구오락실'도 새로 론칭하면서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SBS 모비딕 '제시의 쇼!터뷰'

사진=SBS 모비딕 제시의 쇼!터뷰 유튜브 캡처
사진=SBS 모비딕 제시의 쇼!터뷰 유튜브 캡처

'제시의 쇼!터뷰'를 소개하긴 하지만, '쇼!터뷰'는 SBS 모비딕 유튜브 채널 콘텐츠로 제시 이전에 개그맨 양세형 '양세형의 숏터뷰'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으며, 현재는 제시에 이어 가수 선미가 MC 자리를 이어받았다.

'제시의 쇼!터뷰'는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세상에서 가장 핫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시간"이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최근 화제성 있는 연예인을 게스트로 섭외해 진행한다.

전신인 '양세형의 숏터뷰'도 인플루언서가 출연하는 토크쇼라는 점에서 명맥이 같지만, '제시의 쇼!터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도 짧고 프로그램 콘셉트도 살짝 다르다.

'제시의 쇼!터뷰'는 보통 토크쇼처럼 자유롭고 풀어진 분위기로 진행되는 반면, 편집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양세형의 숏터뷰'는 상대적으로 토크쇼만의 유한 느낌이 적어 보인다.

그리고 '양세형의 숏터뷰'는 정치인까지 출연해 나름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정치인이 출연한다고 해서 굳은 분위기로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유쾌하게 친근한 모습을 보이도록 유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JTBC/스튜디오 룰루랄라 '와썹맨'

사진=JTBC/스튜디오 룰루랄라 와썹맨 유튜브 캡처
사진=JTBC/스튜디오 룰루랄라 와썹맨 유튜브 캡처

tvN '신서유기'가 웹 예능의 시조였다면, 스튜디오 룰루랄라 '와썹맨'은 웹 예능 황금기를 구축한 콘텐츠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god 박준형이 대부분 홀로 진행하며, SNS 핫플레이스 방문기나 유행하는 음식 먹방 등이 주 콘텐츠다.

이렇게 보면 여느 인플루언서들의 브이로그와 큰 차이가 없으나, 박준형만의 독특하고 재치 있는 말투가 개성을 더했다.

그리고 와썹맨은 편집이 웃음 요소이기도 하다. 검은 화면에 플루트 소리가 나오는 화면 전환 기법은 당시 많은 유튜브 콘텐츠의 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컷의 흐름과 연결이 짧고 빨라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는 편이고 이런 편집은 후술할 같은 제작사의 '워크맨'과 비슷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많은 핫플레이스가 약화하면서 와썹맨 또한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재충전 시간을 갖고 시즌2로 돌아오긴 했지만 결국 종영했다.

JTBC/스튜디오 룰루랄라 '워크맨'

사진=JTBC/스튜디오 룰루랄라 워크맨 유튜브 캡처
사진=JTBC/스튜디오 룰루랄라 워크맨 유튜브 캡처

스튜디오 룰루랄라 '워크맨'은 앞서 언급했듯 '와썹맨'과 같은 제작사에서 만들었다.

워크맨은 "세상 모든 직업들에 대해 알려주겠다"는 슬로건으로 장성규 전 아나운서의 아르바이트 체험기를 콘텐츠로 한다.

'아르바이트'라는 콘셉트는 젊은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웹 예능 주 대상층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업종별 특징과 고충으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장성규 전 아나운서가 아르바이트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나 고객을 상대로 인터뷰한다. 장성규의 입담이 재치 있는 것도 워크맨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지만, 이를 유쾌하게 받아치는 시민들의 활약 또한 볼 만하다.


이렇게 선조 격인 웹 예능들이 다져놓은 토대를 기반으로 현재 황금기를 이루고 있는 웹 예능들을 살펴본다.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사진=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사진=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본래 스브스뉴스 산하 교양 프로그램 성격이었지만, 점차 연예인이 출연하고 콘텐츠가 다양화돼 웹 예능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초기에는 사회, 문화 분야 주제에 맞는 사람과 인터뷰하는 것이 콘텐츠였다. 하지만 대놓고 듣기엔 약간 창피하지만 좋은 노래의 원곡자를 찾아 인터뷰하는 콘텐츠 '숨어 듣는 명곡'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더하여 요즘 학생들 사이 유행하는 문화를 알아보는 콘텐츠 '04년생 ZㅐZㅐ' 코너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신곡이나 영화로 컴백하는 가수나 배우와 인터뷰하는 '컴백(개봉) 맛집' 코너가 주를 이룬다.

JTBC '할명수'

사진=JTBC 할명수/TVING
사진=JTBC 할명수/TVING

개그맨 박명수가 진행하는 웹 예능이다. 초기에는 JTBC에 동시 방영되었으나 현재는 유튜브에만 단독 업로드되고 있다.

프로그램 콘셉트는 'OO할 명수'로 게임, 운전면허 취득, 음식 리뷰 등 박명수가 도전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박명수의 대표 예능 출연작이 MBC '무한도전'이었다보니 간간이 무한도전 멤버들이 출연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조회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CJ ENM, 스튜디오와플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사진=스튜디오와플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유튜브 캡처
사진=스튜디오와플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유튜브 캡처

초저예산 길거리 토크쇼를 콘셉트로 하며 같은 계열사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럭'과 비슷하다.

본래 '터키즈 온 더 블럭'이었으나 최근 변경된 국호에 맞춰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으로 변경됐다.

개그맨 이용진이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분했던 캐릭터 중 하나인 '튀르키예 아이스크림 아저씨'를 콘셉트로 게스트와 토크쇼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용진 캐릭터 특성상 게스트에게 공격적인 디스를 통해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DIA TV '지켜츄 Chuu Can Do It'

사진=DIA TV 지켜츄 Chuu Can Do It 유튜브 캡처
사진=DIA TV 지켜츄 Chuu Can Do It 유튜브 캡처

걸그룹 '이달의 소녀' 멤버 '츄'가 진행하는 웹 예능으로, 콘셉트는 친환경 리얼리티 콘텐츠다.

하지만 반드시 이에 국한하진 않으며, 츄의 브이로그나 일상 콘텐츠가 업로드되기도 한다.

쉽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커블' 콘텐츠가 인기를 얻자 유튜브 쇼츠도 크게 활성화됐는데, 이 프로그램은 '숏츄'라는 이름으로 쇼츠 플랫폼을 잘 활용하고 있는 웹 예능 중 하나다.


웹 예능의 '공통점?'

최근 쉽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커블' 콘텐츠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웹 예능 또한 이 흐름을 반영해 러닝 타임이 15분 이내인 편이다.

보통 TV 예능은 프로그램당 방영 시간이 1시간 내외를 웃돌아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보는 경우가 많지만, 웹 예능은 스마트폰을 통해 이동 중에 보거나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짧게 보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다.

당장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들만 보더라도 스마트폰 사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지금, 웹 예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유튜브도 물론 러닝 타임을 장시간으로 설정할 수는 있지만, 유튜브 쇼츠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진 것처럼 대중들은 헤비한 콘텐츠보다 라이트한 콘텐츠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웹 예능은 러닝 타임을 짧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 개방적인 광고, 여과 없는 비속어

사실 대부분 웹 예능 콘텐츠를 보면 TV를 통해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차별점이 있다면 광고, 비속어 등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최근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PPL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반 방송에서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라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을 함부로 언급할 수 없다. 하지만 웹 예능인 tvN '신서유기'는 이에 제약받지 않아 브랜드명 맞추는 퀴즈를 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보였다.

물론 TV로 방영되는 방송 버전은 이 장면이 삭제되긴 했지만, 풀버전으로 브랜드 퀴즈를 본 시청자들은 댓글 등을 통해 이런 시도에 재미와 신선함을 느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의 범위가 넓어져 웹 예능은 제작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웹 예능을 통해 자유로워진 게 하나 더 있다면 욕설 등 비속어 사용이다.

유튜브나 OTT의 경우 일반 방송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속어 사용에 대한 제약이 크지 않다. 보통 방송에서는 비속어에 검열이 이뤄지는데, 뉴미디어 매체에서는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웹 예능의 우려점이다. 물론 연령 제한이 있는 건 매한가지지만 성인 연령 제한이 아닌 이상 어린아이들에게도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제약을 두기 시작하면 웹 예능만의 특징인 자유를 침해하게 되고, 요즘 욕 안 쓰는 아이 찾아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모 콘텐츠가 아이의 비속어 사용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요기사
방송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