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궁 은 강원대학교 겸임교수]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프로파간다 논란이 있을 정도로 민감한 시기에 기후변화시대 다큐멘터리 2부작을 제작 방송한 적이 있다. 사대강 사업이 환경단체와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을 편성해도 되는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나는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다큐멘터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본 것과 보여주는 것으로 수렴된다. 내가 보는 행위를 통해 현실과 시각은 결정된다. 내가 모르면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제작팀을 꾸리고 사전 취재를 빡쎄게 강행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의 필요성은 충분했고 무엇보다 흥미를 끌 만한 소재와 가치가 있었다. 2009년 10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선진국의 성공사례와 개발도상국의 피해 상황 등 우리나라 전국을 포함 프랑스, 호주, 일본, 방글라데시 총 5개국을 취재했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사전에 예방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인 것이다. 급격한 사막화 때문에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호주 주민들, 비소썩인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방글라데시 주민들 초당 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빗물하수처리장을 가동하는 일본 등 많은 내용을 취재할 수 있었고 다큐멘터리에 반영했다. 2022년 전 국토가 산사태와 도로침수로 피해가 속출하고 반지하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맨홀에 사람이 쓸려 내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방영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다.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서울시가 하수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을 반복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 저 소득층에서 유독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사회 안전망 시스템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사전 취재 중 알게 된 19세기에 만들어진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의 탈출로로 알려진 프랑스 하수도 박물관을 소개 한다.     

하수도 박물관, Musée des Egouts de Paris

세계에는 갖가지 특이한 박물관이 많이 있다. 하지만, 왠지 이름을 듣기만 해도 냄새가 나는 듯한 박물관도 있으니 바로 프랑스 파리의 ‘하수도 박물관’이다.

- 장발장이 도망치던 그 길, 하수도!

 

파리의 세느강을 따라 걷다 보면 하수도 박물관이라는 특이한 간판이 눈에 띈다. 그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리의 하수도 투어를 시작하는 곳!

입장료를 내고 입구로 들어서면 아래에는 하수도가 흐르고 위로는 구정물이 뚝뚝 떨어지는 파이프가 촘촘히 이어진 진짜 하수도가 나타난다.

이 박물관은 파리 시내 아래 2,100km의 실제 하수도 구간중 한 구간을 개조하여 전시실로 꾸며 놓은 박물관이다. 실제 하수도를 걸어가다 보면 파리 하수도 역사, 하수도 청소법 등을 전시해놓은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소설 장발장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에서 주인공 장발장이 하수

도로 도망치는 내용의 배경이 되기도 했는데, 19세기 후반 오스망 남작에 의해 정비된 시설로 얼마나 철저히 만들어 졌는지 오늘날에도 세느강 물은 역류하지 않는다고 한다.

 

- 파리에서 길을 잃으면? 하수도 주소를 찾자!

여행을 하다가 길을 잃으면 누구라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만약, 당신이 파리에서 길을 잃었다면 지체 말고 바닥에 있는 하수도 맨홀을 찾아보자. 파리의 하수도에는 구간별 주소가 있다. 이 주소는 하수도 위 파리 시내의 거리 주소와 동일하다. 그래서 하수도에 물건을 떨어뜨려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나폴레옹 3세 때 이르러 파리 시내 재개발을 하면서 벨 그랑 이라는 토목 기술자에 의하여 근대식 하수도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여, 현재 파리 시내에만 약 2,100 킬로미터의 복개 하수도가 있다. 모든 도로의 모퉁이에 길거리 이름과 번지수가 있듯이 지하 하수도 통로에도 지상과 똑같은 주소가 있는데 때문에 수리공이 지나가면서 각 건물의 배수 구멍을 보고서도 누구네 집의 하수도가 막혔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파리 시내에만 100미터 간격마다 동그란 맨홀 뚜껑이 26,000개가 있는데 무려 80~120kg이나 나가는 맨홀 뚜껑이 동그란 이유는 유사시에 안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파리 하수도의 구조는 900명의 인부에 의하여 관리되고 있으며 3단계로 나뉘는데,
기본 하수도 망은 지름이 1.2m 관으로 약 1,300km가 깔려있고 각 건물의 생활하수는 지름이 2m정도의 보조 하수도로 흘러 모인다. 세느강 좌안과 우안에서 나온 하수도뿐만 아니라, 빗물도 모두 지름이 2.8이나 되는 대 하수관으로 모아서 서북쪽으로 30km 떨어진 아쉐흐 하수 종말처리장으로 보낸다.
처리 공정을 완전히 통과한 다음에 약 80%의 물이 세느강으로 깨끗한 상태로 흘려지고, 나머지 20%의 물은 파리 시내를 청소할 때 이용하기 위하여 다시 파리 시내로 갖고 나온다.
이러한 하수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하수도 박물관!
파리의 하수도 500 미터에 걸쳐 역사와 과학 그리고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역사, 과학 유품 등을 하수도에 전시해 두었다. 어제, 오늘 쓰이는 기계류와 시청각 쇼, 미래의 과학에 대한 전시관 등이 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아무리 박물관이라도 하수도는 하수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수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냄새! 하지만, 잠시 동안 악취를 참는 수고를 하면 한마디로 파리의 역사에서 현재까지를 상세히 볼 수 있으니 아이들이 있는 관광객이라면 백문이 불여일견! 우리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물길과 수도에 대해 보고 듣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 : 하수도 박물관 

다시보기 (참고) SBS 특집다큐 기후변화시대 2부작

<1부> 지구는 목마르다 / <2부> 미래를 위한 선택

주요기사
방송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