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도 영어교육에 부족한 점이 있는지 몰랐다.

나는 한국 밖에서 한국을 보고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영어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영어 수업에 쩔쩔매던 대학교 1학년까지. 13년이다. 언어에 나를 자주 노출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자주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수밖에.

비스바덴(Wiesbaden)의 한 성당에 있는 방명록을 작성했다.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비스바덴(Wiesbaden)의 한 성당에 있는 방명록을 작성했다.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독일어를 배운 시간은 길지 않다. 고등학교 3년이 전부다. 독일에서 만나는 대부분 사람들은 영어를 잘한다. 하지만 종종 독일어를 들어야 할 때도 있다. 아직은 절반도 알아듣지 못하는 수준이다. 독일에 온 직후에는 호기롭게 모든 기기의 언어를 독일어로 바꿨다. 이런, 기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다시 영어로 바꿨다. 독일어에도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다.

성당에 새겨진 문양들을 본다.
성당에 새겨진 문양들을 본다.

괴테대학교에는 학기 중에도 교환학생을 위한 독일어 수업이 열린다. 슬로베키아, 이탈리아, 프랑스, 터키, 우크라이나,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모인다. 이들이 모두 독일어로 소통한다. 모두에게 낯선 언어이기 때문에 모두가 동등하다. 거의 똑같은 위치에서 독일어를 배운다. 독일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더 친해진다. 외롭지 않다.

섬세한 작업에 얼마나 긴 세월이 걸렸을 지 생각하게 된다.
섬세한 작업에 얼마나 긴 세월이 걸렸을 지 생각하게 된다.

A는 프랑스 국적의 친구다. A는 나에게 프랑스의 영어교육에 관해 말했다. 영어를 말하는 것보다 적는 것에 집중해서 가르친다고 했다. A는 가끔 다른 친구들에게 영어가 어색하다며 놀림을 당한다. 유럽 국가도 영어교육에 부족한 점이 있는지 몰랐다. 한국을 생각한다. 어려운 지문을 읽을 기회는 많지만, 영어로 말할 기회는 적다. 영어 의사소통이 어색할 수밖에.

비스바덴에 위치한 Marktkirche라는 이름의 성당이다.
비스바덴에 위치한 Marktkirche라는 이름의 성당이다.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된다. 젊은 그들이 생각하는 상황과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공유한다. 터키에서 온 친구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왜 케이팝에 열광하는 거야?” “그건 단순히 노래가 아니야. 사람들은 문화에 열광해. 케이팝 가수들이 입는 옷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 생활방식까지 좋아하는 거야.”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나는 나의 문화를 바깥에서 본 적이 없었다. 이곳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난다는 건 나의 문화를 객관적으로 보는 시도다. 그동안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현상을 자랑스러워했다. 이곳에서 그 이유에 대해서 당사자들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확한 이유까지 알게 된다. 나는 한국 밖에서 한국을 보고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