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A.R. 거니 "두 배우가 관객을 향해 나란히 앉아서 대본 읽도록"
박정자·오영수·배종옥·장현성 "대본 암기 없어 쉽게 생각했는데, 어려운 작품”
오는 11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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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연극 '러브레터'가 지난 6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성황리에 개막했다. 관객들의 호평과 더불어 극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도 관심받고 있다.

연극 '러브레터'는 오직 두 사람이 주고받는 편지로 관객을 바라보며 333통의 편지를 읽어 나가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통’이라는 의미를 되새겨줌과 동시에 아날로그 감성을 상기시켜준다.

50여 편의 희곡을 미국 대표 극작가 A.R. 거니(A.R. Gurney)의 대표작이다. 드라마 데스크상 4회 수상, 루실 로텔상 2회 수상, 퓰리처상에 2회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88년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A.R. 거니가 직접 공연을 선보인 이후, 당대 유명 배우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며 브로드웨이 공연이 시작됐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앤드에서 흥행하며 장기 공연됐다.

카네기홀, 모스크바 푸시킨 극장에서부터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공연, O.J 심슨 재판에서 배심원들을 위한 공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가,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됐다. 현재까지 30개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국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계의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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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두 배우는 한자리에서 끝나는 순간까지 움직임 대신 섬세한 표정과 목소리로 연기해 관객의 상상력을 끌어올린다. 여기에는 작가 A.R. 거니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다.

그는 “두 배우가 서로 쳐다보지 않고 관객을 향해 나란히 앉아서 대본을 읽는 것. 이것을 꼭 지켜 주세요.”라는 작가 지시를 대본의 앞뒤에 써 놓은 것도 모자라 저작권 계약서에까지 명시했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오경택 연출은 작가의 디렉션에 충실하면서도 배우들의 목소리에 집중했고, 한 단어 한 음절 한 문장을 다듬는데 공을 들였다. 또한 333통의 편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나이와 상황에 맞는 카드와 편지들로 리얼함을 더했다. 편지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방식, 동화책 속 그림들이 무대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방식의 연출은 적재적소에 재미를 더해 극에 몰입도를 더했다.

박정자, 오영수, 배종옥, 장현성 4명의 배우는 공연을 마친 후 “대본을 외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쉽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작품일지 몰랐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관객이 우리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게 전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무채색인 종이와 글자들에 감정이라는 색깔과 호흡을 실어 역동적인 멜로디 같았다”, “별다른 설명이나 장치 없이 시간과 사건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 새로웠고, 또 편지 사이사이를 관객이 상상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러브레터'는 오는 11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오영수, 박정자, 배종옥, 장현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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