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 관한 블랙코미디
박은석·최재웅·박정복 등 연기합 돋보이는 작품
오는 12월 1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

사진=연극 '아트'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나인스토리 제공
사진=연극 '아트'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나인스토리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우정이란 과연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단단해지는 걸까. 연극 '아트'는 폭풍 같은 웃음 끝에 복잡미묘한 감정이 싹트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트'는 오랜 시간 끈끈한 우정을 지켜온 세 친구, 마크, 세르주, 이반의 이야기다. 세르주가 새하얀 '판때기'를 예술작품이랍시고 5억 원에 사오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그동안 서로에게 품고 있던 감정들이 터져 나오고 상황은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다. 세 친구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얼마나 쉽게 깨지는지 일상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다.

이들이 싸우는 이유를 보면 한심하다가도, 가슴 한편을 콕콕 찌른다. 모더니즘이니 해체주의니 하는 그럴듯한 말들로 우월감을 드러내려 한다. 친구 사이지만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돋보이고 싶은 욕심. 스스로도 애써 부인하는, 은연중에 내재된 경쟁심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다.

사진=연극 '아트'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나인스토리 제공
사진=연극 '아트'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나인스토리 제공

세 친구가 다투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나는 내 친구와 왜 친구일까' '우리 사이 우정을 지탱하는 건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성적,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나씩 따지고 보면 세르주와 마크처럼 싸울만한 일도 많을 터. 그럼에도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세월과 추억이, 쉽게 깰 수 없는 우정이라는 틀을 견고히 다져낸 게 아닌가 싶다. 

극중 등장하는 작가 앙뜨로와의 작품은 가로 150cm, 세로 120cm의 하얀 캔버스다. 그 사이 하얀 대각선이 그어져있다고 한다. 세르주에게는 보이지만 마크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는 선. 예술에 관한 허영심을 드러내주는 소재인 동시에 친구들 사이 우정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그들 사이 우정은 명확히 존재하고 있는 걸까. 그저 그렇다고 믿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심오하고 불편한 주제를 던지는 연극이다. 그러나 작품의 톤은 결코 무겁지 않다. 무대 위 세 배우의 온몸 불사지르는 티키타카가 시종일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사진=연극 '아트'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나인스토리 제공
사진=연극 '아트'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나인스토리 제공

배우들이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제대로 판을 깔았다. 대사 한마디, 행동 하나마다 반드시 한 번은 웃기겠다는 목적을 갖고 쓴 듯하다. 여기에 각자의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텀을 둬서 위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 같은 반전 장치는 확실한 웃음 포인트로 기능한다.

마크 역 박은석, 세르주 역 최재웅, 이반 역 박정복의 케미는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무게감, 속도감 어느 하나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다. 작은 대사 실수를 애드리브로 받아칠 때는 일종의 보너스를 선물 받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번 시즌은 이순재, 백일섭, 노주현의 시니어 페어, 대학로 대표 절친으로 소문난 김도빈, 박영수, 조풍래, 일명 '슈또풍' 페어와 함께 김재범, 박은석, 최재웅, 최영준, 박정복 경력직 다섯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페어별로 다채로운 매력이 있기에 'N차 관람'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한편 '아트'는 오는 12월 1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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